9일 국회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당 대표와 시민사회 대표들이 선언문 조인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9일 국회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당 대표와 시민사회 대표들이 선언문 조인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꼭 2년 전 <진보재구성과 집권전략>을 썼다.  20년 간다던 촛불정부가 불과 5년만에 몰락한 이유를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재집권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나는 개혁(민주당)세력과 진보세력(진보당 등)을 재구성하고 선거연대를 통한 총선승리, 그리고 대선 재집권을 주장했다. 

그리고 집권 후 연정을 통해 진보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은 실패했다. 그것은 촛불정부의 무모함과 시민사회(정치개혁연합)의 현실성 없는 정치감각이 문제였다. 특히 1표라도 많으면 당선되는 단순대표 대통령중심제에서 다수당을 양산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정치적 무지를 비판했다. 심상정의 무모함도 질타했다.

다행히 지난 2024년 총선은 개혁세력과 진보정치세력, 시민사회의 선거연대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압도적 1당이 됐고, 내부 수박을 정리하는 재구성 과정을 거치며 정예화 됐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국회투쟁을 전개했고, 윤석열의 ‘자뻑 쿠데타‘로 윤석열 탄핵을 이끌어 냈다.

아울러 진보정치 세력도 정의당 원외 전락, 진보당 4당 진입 등 나름 재구성 작업이 이뤄졌다. 여기에 빛의 혁명을 이끈 시민사회세력인 ‘광장대선연합 정치시민연대’가 결성되고, 5월 9일 민주당과 야4당, 그리고 시민사회세력이 함께하는 대선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바로 2년 전 내가 책에서 주장했던 그 구도대로 만들어졌다.  합의문을 보면 결선투표제 도입을 비롯해 경제불평등 해소, 검찰•언론개혁, 혐오•차별 극복 사회대통합, 남북 평화협력, 역사정의 실현, 국제수준 노동기본권 보장, 식량주권, 지방분권, 환경•기후위기, 장애인 권리보장 등 진보의제 대부분을 같이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삶에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목에 밑줄친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진영에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독자후보를 내는 것과 선거연합을 하는 것 모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그것은 진보의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를 대선후보로 뽑은 ‘사회대전환연대회의’ 투표자는 불과 7,559명이다. 정의•녹색•노동당에 시민사회까지 연대했는데 이 정도다. 특히 당명 개정투표에 참여한 정의당 (권리)당원수가 불과 3,765명이다. 이는 정당 설립 최소 요건 5,000명에도 한참 모자란다. 권영국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지 모르겠지만(나는 선거공보물 만들 수 있을 지 의문) 대선에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선후보를 내야 진정한 진보라는 사람도 있는데…지지율 1%도, 당세도 없는 정당이 대선후보를 내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나는 책에서 이들을 ‘갈라파고스 관념 좌파’라 했다. 무력 아닌, 투표를 통해 집권하기로 한 세계 진보정당(노동당)사에서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정권을 잡은 사례가 있는가? 영국도 연정으로, 심지어 독일 나치당(사회주의 노동자당)도 연정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이 약속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유효하다고 했다. 그래야 한다. 나는 책에서 개혁•진보세력의 연정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유용하게 입증되고, 다음 총선이후까지 당분간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진보정치는 이상도 중요하지만 현실이 더 중요하다. 진보정치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 진보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성 없는 떠벌이로 당원에게 희망고문을 강요하는 것보다 당장 비굴해 보일지라도 노동ㆍ통일 등 일부 분야라도 착실히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진보진영의 이번 결단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