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무당층) 두 마리를 모두 잡으려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로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윤석열의 국민의힘 탈당 문제에 대해선 완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윤석열 출당 요구는 철저히 무시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의 친구이자 윤석열 변호인단에 속한 석동현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런가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예편 뒤 국방부 장관 등 역임)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부담을 느낀 듯 하루 만에 해촉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거듭된 계엄에 대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내란 후보'임을 자임하는 꼴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일부 극우 세력은 김 후보에 대해 '배신자'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당과 세력 내 통합도 없이 어설프게 대선판에 뛰어든 김 후보가 좌충우돌하면서 당과 지지층의 연결점이 끊어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설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비상대권이라도 경찰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적 대혼란이 오기 전에는 계엄권이 발동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두 차례 입장을 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 에이(A)>와 인터뷰에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중도 외연을 확장하려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후보의 말과 행동이 엇박자를 내면서 오히려 보수 세력이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거듭 사과했음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국민의힘에서 탈당시키지 않음으로써 중도 외연 확장의 여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계엄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헌법재판소가 '8대 0'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계엄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선 "헌재에 관한 것은 여러 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도 8대 0이었다. 만장일치를 계속하는 건 김정은(북한)이나 시진핑(중국) 같은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며 "대한민국은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는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김 후보는 계엄 사과와 반대로 윤석열의 탈당에 대해 선을 그어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의 탈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제가 '탈당하십시오, 마십시오' 이런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그는 전날인 14일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다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에게 "자리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직후 윤석열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고, 이에 윤석열은 "일단 당적을 유지하겠다"며 "선거에 유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라, 언제든 요청이 있으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가 직접 '윤석열 탈당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가 참석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친윤계'인 김기현·권성동·나경원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외면했다. 내란을 적극 옹호하지 못하니 침묵으로 내란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친윤계와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윤석열과 '절연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출당 찬반' 문자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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