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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악마화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HERI: 민주주의 미래 그리는 50개 시선 ④윤석열

비타협·양분법의 실패 리더십이 남긴 교훈

정은주기자

수정 2025-08-07 06:00등록 2025-08-07 06: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는 한국 정치에 여전히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계엄령 선포와 탄핵, 권력 상실, 그리고 최근의 수감 생활까지, 그의 일련의 선택과 행동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 기록으로 남았다.

탄핵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구속과 석방, 재구속을 반복했고, 지난 7월 법원의 구속영장에 따라 서울구치소의 좁은 독거실에 수감됐다. 그런데도 단 한 차례도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조사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고집과 비타협, 양분법적 세계관이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수감과 수사 거부에 이르기까지, 윤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캐릭터는 여전히 다양한 해석과 분석의 대상이다. 2025년 한국 정치는 그를 둘러싼 논란과 혼란을 거울삼아, 앞으로 어떤 리더십과 체제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는 지난 4월과 5월, ‘12·3 내란 사태’와 그 파장을 다각도로 짚고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9차례에 걸쳐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문제의 인물, 윤석열’은 핵심 토론 주제 중 하나였다. 한겨레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그리는 50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이 논의에서 나온 주요 쟁점과 발언을 소개한다. 전문을 담은 보고서도 별도로 발간한다.

2025년 3월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고나린 기자.

검사적 흑백논리, 결국 극우 리더십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성격과 리더십의 특징은.

조희연(공존의뜰 이사장·전 서울시 교육감): “윤석열의 리더십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캐릭터는 외골수적이다. ‘넌 정치하지 말라,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친구들의 조언이 있었다는 보도처럼 자기주장이 강하다. 둘째, 검찰 출신으로서의 직업적 시선이 뚜렷하다. 검사들은 사람을 ‘범죄자’와 ‘잠재적 범죄자’로 나누는 식의 양분법적 사고를 한다. 윤석열도 세상을 이렇게 흑백논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셋째, 통치자로서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는 유튜브의 극단적 견해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반대자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 도그마에 가까운 양분법을 보인다. 여기에 음모론적 시각과 무속, 유튜브의 극단성이 결합해 통치 스타일이 더욱 경직되고 단순화된 것으로 보인다.”

오병두(홍익대 법학부 교수): “개인적 특성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심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속했던 검찰의 조직 문화와 관련 있지 않나 생각한다. 검사는 틀렸다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다.”

김현수(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선거 과정에서 왕(王)자를 손에 쓰고 등장했다.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정말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마치 왕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이 생긴다. 현대 사회의 대통령이 다양한 정치 세력 사이를 조율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할이라는 인식을 갖기보다는, 자신이 최고 권력자로서 통치하는 자리에 있다고 여긴 것처럼 보인다.”

임선응(뉴스타파 기자): “윤석열은 다이렉트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 왜?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누가 날 잡아넣어 하는. 윤석열은 증거가 명백하고, 음성 파일도 있는데, 12월 4일에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명태균과 부적절한 행동 안 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법 위에 있다는 자신감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통치권을 준 것이다. 통치가 아니라 사적 도모였다, 윤석열 리더십의 본질은.”

―과거 박정희, 이명박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조희연(전 교육감): “박정희에게는 조국 근대화라는 리더십이 있었다. 이명박은 박정희를 모방한 제2의 성장 리더십을 표방했다. 반면 윤석열은 굉장히 퇴행적인, 극우 정치적 리더십을 구현했다. 그것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리더십이었다.”

이승원(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 “윤석열은 원래 우익인데 극단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념적 스펙트럼이 없었다. 그러니까 민주당으로 나올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이 이념적인 논리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데에는) 극단적인 자기방어라든가 자기 정당화 기제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나르시시즘이든 사이코패스든 간에, 기성 윤리와 상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자신이 윤리와 상식의 기준이어야 하며, 상식과 윤리에 자신을 맞추기 어려워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위기의식, 충동, 악마화… 계엄은 윤석열 생존 게임”

―12.3 비상계엄은 왜.

김동춘(좋은세상연구소 소장): “집권 이후 윤석열은 권력 행사의 한계를 계속 느꼈다. 특히 총선 이후 야당의 견제로 그러한 주관적 위기의식을 더욱 갖게 된 것 같다. 윤석열은 원래 이념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다. 정치 초년생이라 통치 능력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다.”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여소야대, 정치 교착, 견제 부재)와 권력 사유화 경향이 결합되어, 대통령이 극단적 권력 행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있었다.”

이철희(지식디자인연구소 소장): “아무리 위기의식이 있었더라도 12.3 계엄은 윤석열의 충동적 망상의 결과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이 이 시대에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승원(연구자): “극단적인 자기방어라든가 자기 정당화 기제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윤석열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전광훈과 일체화하면서 극우가 우리 사회의 중심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디딤돌이 만들어졌다.”

김현수(전문의): “윤석열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자신에게 방해되는 세력들을 점점 더 악마화했다. 그 과정에서 계엄이 하나의 돌파구처럼 인식된 듯하다.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사법적 생존을 위한 일종의 생존 게임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수단이자 탈출구로 간주하였던 듯하다.”

백승헌(법무법인 경 변호사): “윤석열은 자기 다음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정권 교체를 일상 정치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윤석열은 내일이 없는 집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검찰 국가가 가지는 특징처럼 임기가 끝나면 집단으로 반격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항상 존재했다.”

이철희(정치평론가): “계엄은 보수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면서 나온 선택이다. 위기의식의 산물이란 얘기다.”

조희연(전 교육감): “복잡한 세상을 이렇게 단순하게 보는 시각이 비상계엄으로 귀결된 것이 아닐까. 개인의 성격과 직업적 특성, 특이한 통치자 리더십이 결합해서. 이것을 가속한 것이 무속과 유튜브의 영향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백승헌(변호사): “당시 윤석열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지만, 윤석열이 낳은 위기인 측면도 있다. 구조적 원인도 있겠지만 개인의 성향이 미친 규정력이 상당하다.”

이승원(연구자): “윤석열은 권위주의적이고, 검찰 조직에서 형성된 지휘체계 중심의 사고방식이 대통령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기 상황에서 타협이나 조정 대신 강경책(계엄)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025년 2월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다크 트리아드’에 샤머니즘

―윤석열의 심리적 특성은.

김현수(전문의): “윤석열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드러난 정황들만 보더라도 몇 가지 특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은 다크 트리아드(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에 사디즘과 샤머니즘을 합친 상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윤석열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안병진(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윤석열이나 트럼프나 모두 병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이번 계엄 같은 사건은 구조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지만, 윤석열이나 트럼프와 같은 예외적 캐릭터는 그 내면세계를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란 책임자 단죄의 필요성과 한계는.

김종철(전 한겨레 기자, 서강대 특임교수): “첫 번째는 내란에 대한 단죄다. 적극 가담자와 책임자, 특히 윤석열을 필두로 단호하게 단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두환의 5.18 쿠데타를 뒤늦게나마 처벌한 경험이 있다. 그 처벌이 있었기에 이번에 윤석열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군인들이 명령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주저했다고 본다. 그런 선례가 없었으면 군인들은 그냥 명령에 따랐을 것이다. 역사적 교훈을 새기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엄격하고 정확한 단죄가 필요하다.”

박용대(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형벌은 예방 기능이 있다. 무거운 처벌이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된다. 내란은 반헌법 행위이고 공동체 질서를 폭력으로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민주공화정의 이름으로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계엄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경고가 된다.”

백승헌(변호사): “가장 먼저 헌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탄핵은 이뤄졌지만 미완의 탄핵이다.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불신임이었으나, 대통령만 탄핵당했을 뿐 각료나 지지 세력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다음은 형법적 책임 묻기다.

윤석열 등 관련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계엄의 진상이 형사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책임 묻기다. 이 과정이 야당 당선만큼이나 정당성이 확인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 보면 이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사법 국면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구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로 전환할지가 남은 과제다.”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왼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같은 인물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윤석열의 집권과 몰락이 남긴 교훈은.

이승원(연구자): “나는 지난 20~30년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과두제였다고 본다. 과두 지배층은 위기 담론 속에서도 자기 재생산과 이해 확장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 틈으로 극우 담론이 들어온다. 지금 좌파가 전취해야 할 핵심 언어는 ‘보호’와 ‘안전’이다. 누가, 어떻게 이 언어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대중은 극우가 될 수도, 진보가 될 수도 있다.”

김현수(전문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배경은 이전 정권에서 받은 국민의 심리적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 부동산 정책에서의 무능과 청년 정책의 실패가 있었다. 강력한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던 일부 세력이 윤석열을 지지했다. 윤석열은 국민의 리더라기보다는 매우 사적으로 권력을 썼고, 집권 시기 대부분은 최측근 이익에 복무했다. 자기 편의 이익만 보장했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나 돌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희연(전 교육감):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는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국가 운영이 어려워지고, 특히 시민사회의 전투성이 강해 더 그렇다. 그는 검찰적이고, 군인적 리더십을 보였는데, 이는 오늘날 강한 시장의 힘과 시민사회, 기업과 어울릴 수 없는 방식이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과정을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 민주 정부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할지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 리더십의 방향은.

조희연(전 교육감):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집단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도, 극우는 그냥 남아 있고 현실의 복잡한 과제들도 사라지지 않는다. 상대를 악마화해 집단을 단결시키기는 쉽고 편한 통치 전략일 수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윤석열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후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이 더 절실하다.”

이승원(연구자): “우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공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다. 공화란 무엇인지, 우리란 누구를 말하는지, 권력 분산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다시 정의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계속되는 한, 좌든 우든, 윤석열과 같은 인물이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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