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막을 끝낸 노년을 능력 있는 노동자로 빛나는 제2 인생으로 살게 하는 노인일자리 기획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더구나 서울 도심 속에서 전통장을 만드는 일을 생각해냈을까.
정수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은 "종로구 특징은 문화재가 많아 전통미가 있고, 대기업도 밀집해서 현대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다"며 "두 가지가 공존하는 역사 도시 종로 한가운데서, 우리가 전통문화를 직접 전수해보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취지에서 장금이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내를 받아 장금이들의 주무대인 복지관 5층 장마당을 둘러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100여 개의 윤기 흐르는 장독들이었다.
정 과장에 따르면 50년간 장을 담아온 어르신들이 전통 방식을 고집해서 장을 담근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이 아닌 1년간 천천히 숙성시킨 한정판 장을 생산한다. 음식의 뿌리인 '장'을 어르신들이 직접 후손들에게 전수한다는 가치 또한 담겼다. 처음에는 어르신들마다 손맛이 달라 장맛의 표준화를 위해 장 전문가 등과 함께 종로&장금이만의 레시피도 만들었다고 귀띔해줬다.
올해 목표는 인재육성 시스템을 통한 신노년 일자리 확대라고 한다. 2023년 처음 문을 연 취업교육인 '장금이학교'를 통해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 교육을 한다. 첫해 15명, 다음해 20명의 장금이를 양성했다. 올해 11월에 세 번째 교육 예정이다. 또 장체험 요리클래스 신규 코스를 개발하고, 어린이집 대상으로 찾아가는 장금이, 서울시민 대상 장독분양사업 등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전통장 프로그램에 4423명이 참여했다. 이 모델을 4곳에서 배워갔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도 올렸다. 전통된장 1통(500g) 가격은 9000원, 찹쌀고추장은 1만2500원이다. 2023년 디지털 커머스 사업에 도전해 연 180만 원의 매출을 냈다. 이후 홍보 활동을 적극 한 결과, 지난해 약 1억1000만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월 100~4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번 추석 때 4000만 원 정도의 선물세트 주문이 들어와 완판 되는 등 지난해 연매출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담은 <장금이의 장맛>이란 책도 내놨다.
이는 시니어 장금이들이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바꿔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능력 있는 노동자로 인생 후반기를 정체기로 보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인생 황금기의 연속이다.
한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정관 스님(관장)을 비롯해 46명이 종사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40명도 있다. 등록 회원수는 1만3971명이며, 60세 이상 종로구민의 33.4%가 등록돼 있다. 여성(62.4%)이 남성(37.6%)보다 많다. 70대(41.3%)와 80대(32.7%)가 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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