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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강에 들어선다는 기괴한 콘크리트 구조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1/05 08:58
  • 수정일
    2025/11/05 08: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우리가 꿈꾸는 한강] 한강과 괴물

25.11.05 06:53최종 업데이트 25.11.05 06:53

사회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고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오세훈의 놀이터가 되어도 되는가? 나에게 한강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라도 하기 위해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연재한다.[기자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영화 <괴물>의 조형물.성낙선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 다리에 매달렸던 괴물은 둔치로 내려와 사람들을 깔아뭉개고 물어뜯는다. 아수라장이 된다. 한강은 폐쇄되고 서울은 마비된다. 2006년 개봉되어 1000만 명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이야기다. 영화를 본 후 한강 둔치를 지날 때마다 복개된 한강 지류 어두컴컴한 곳에 괴물이 살지 않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이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영화에 나타난 괴물을 보지는 못했다.

영화 속 괴물은 현실에 없지만 사람이 만든 괴물은 있다. 언제부턴가 한강 자체가 괴물이 되었다.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강이 사실은 괴물이었다. 올림픽대로와 강북강변도로에 막혀 갈 수 없는 강은 일종의 괴물이다.


강변 자동차 전용도로는 1970년대부터 만들어졌다.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세워 남쪽 천호동에서 김포공항까지, 북쪽 난지도에서 광나루까지 강변에 도로를 건설했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에서는 더 튼튼한 도로를 만들었다. 모래를 준설하고 그 자리에 계단식 둔치와 물속 직벽을 세웠다. 자동차 도로 때문에 강으로 갈 수 없게 되었고, 강에 가더라도 물속 직벽 때문에 물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보기만 하는 강이 되었다. 사람과 단절된 강은 괴물이다.

모래 한 톨 볼 수 없는 강도 괴물이다. 한강은 모래 강이었다. 여의도는 지금보다 3배 큰 모래섬이었다. 여의도와 밤섬은 모래로 이어진 하나의 섬이었다. 잠실도 250만 평의 거대한 모래섬이었다. 길이는 5킬로미터였다. 1968년 개발 이전 한강에는 해운대 해수욕장 면적의 700배에 달하는 모래사장이 있었다. 물보다 모래가 많은 강이었다.

한강의 70~80퍼센트는 모래였다. 그 모래에서 물놀이했다. 겨울에는 스케이트 탔다. 1970년대 광나루 모래사장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한강종합개발로 모래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1983년 6월이었다. 수영할 수 없는 강은 괴물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있는 둔치도 정상이 아니다. 모래섬이던 난지도에 쓰레기를 쌓아 만든 높이 100미터의 인공산도 괴물로 보인다. 수중보에 막혀 자유스럽게 흐르지 못하는 강도 비정상이다. 석촌호수는 호수가 아니라 강이었다. 한강을 매립하고 남겨둔 것이다.

반포아파트는 한강을 매립한 자리에 지었다. 여의도는 윤중제를 쌓고 한강 모래를 8미터 성토하여 만든 인공섬이다. 압구정동 아파트를 짓기 위해 저자도를 준설해서 없앴다. 선유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높이 53미터의 한강 변 봉우리였다. 지금은 20미터로 낮아진 섬이다. 한강의 수많은 지류는 사라졌다. 복개하여 도로를 만들었다. 서울의 도로 아래에는 어두운 강이 흐른다.

우리 시대에 괴물이 된 한강
 
노들섬에 들어설 계획인 소리풍경 조감도서울시

한강은 괴물이 되었다. 문제는 괴물을 보고도 괴물인지 모르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강이 원래 한강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지금 한강은 자연의 강이 아니다. 만들어진 인공의 강이다. 어디를 봐도 자연의 모습이 없는 강을 보고 누구나 자연의 강으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괴물스러운 현상이다.

머지않아 노들섬에 들어선다는 토마스 헤더윅의 소리풍경은 진정한 괴물의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괴하다. 왜 한강에 이런 구조물이 들어서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삐죽하게 솟은 큰 기둥을 연결하여 만든 공중보행로에 심어질 소나무는 기이하다. 한강대교 남쪽에서 북쪽을 보는 조감도 나타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괴물스럽다. 한강의 정체성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서울의 역사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한강 변에 세운다는 서울링에 놀란다. 아직도 세빛둥둥섬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무지갯빛으로 치장된 한강은 괴물스럽다.

1970년대 한강 개발의 목표는 한강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시장은 한강 '정복'이 꿈이라고 했다. 1980년대 한강 개발 목표는 모래를 파내고 그 자리에 유람선이 다니는 것이었다. 그 덕에 수만 년 동안 흘러왔던 강은 1968년에서 1986년 사이 18년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자연의 강이 사라진 자리에 5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고 있다. 괴물의 강에 더 괴물스러운 구조물을 덧붙이고 있다. 한강 정복과 지배의 꿈은 지금도 계속된다. 한강의 역사를 모르는 탓이고, 강에 대한 철학이 없는 연유다. 10, 20년 후 미래의 강에 대한 소망도 없다. '지배'와 '정복'의 역사는 지금도 한강에 흐르고 있다.

김소월은 1920년부터 서울에 살았다. 1922년 개벽에 발표한 '엄마야 누나야' 시에 등장하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는 한강의 모래였을 것이다. 1894년 한강을 답사한 영국의 지리학자는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이라고 했다. '순백색의 모래사장'에 감탄했다. 소월의 금모래는 1968년까지 그대로 있었다. 모래가 사라져 한강이 괴물이 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시대에 괴물이 된 한강을 우리 시대에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

시민들이 나서야
 
1969년 항공사진(위)에서는 한강이 거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2020년 위성사진(아래)에서는 한강의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한강, 1968

개발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복원의 시대이다. 유럽연합은 작년에 자연복원법을 제정했다. 2030년까지 보나 댐이 없는 강 2만 5000킬로미터를 복원하는 것을 법에 못 박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는 강 연속성 회복을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 제시했다.

2024년 파리 센강은 100년 만에 수영할 수 있는 강이 되었다.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했고, 파리 시장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도시정책의 일환'이라고 했다. 강을 살아있는 주체로 인정하고, 강 자체로서 고유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시대다. 전 세계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해법을 찾고 있다.

1968년 2월 폭파하여 여의도 제방으로 썼던 밤섬의 크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88년에 비해 1.6배 가량 커졌다. 모래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장항습지도 커지고 있다. 저자도가 있던 자리에도 모래가 쌓이고 있다. 콘크리트로 덮인 한강 둔치 아래에는 지금도 모래가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한강에 괴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연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 한강은 더 이상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아니다. 공존의 대상이다.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한강의 모습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한강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더 이상 괴물의 한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영화 <괴물>에서처럼 시민들이 연대하여 한강의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

11월 9일 선유도에서 '시민의한강'이 출범한다. 선유봉을 기억할 것이고, 여의도와 밤섬을 보며 미래의 한강을 꿈꿀 것이다. 모래 한 톨이 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 모래가 보고 싶은 서울 시민 모두 함께하길 소망한다. '시민의한강'은 '금빛 모래의 한강'을 만들어 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강, 1968>의 저자 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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