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 아니라 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부여해가며 전월세를 안정시키려 했던 상황을 살펴보면 이것 역시 불로소득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지 않은 대증요법식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전세대출 증가로 인한 전세값 상승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전세대출은 2008년에는 대출한도를 1억 원으로 했다가 2009년부터는 2억 원으로 확대했는데 이렇게 대출한도를 2억 원으로 확대하니까 2억 이하의 전세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세대출 한도를 3억 원으로, 2015년에는 5억 원으로 올리니 전세가는 이에 맞추어 계속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gap)이 줄어든 걸 이용하는 이른바 '갭투기'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는데, 바로 이런 '상황'을 보고 박근혜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2017년 12.13 대책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세제 혜택을 더 크게 늘리면서 전세대출을 더 많이 해주고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도입된 반환보증보험의 한도도 10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불행하게도 이때부터 전세 사기 설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에서 아파트는 주택임대사업자 대상에서 제외시키자 갭투기의 대상이 전국의 빌라와 오피스텔로 옮겨갔고, 2022년에 기준금리가 상승하자 전세가도 떨어지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창궐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다주택자들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게 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만들어진 상황 혹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까닭은 정책에서 불로소득 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를 통한 집값의 하향 안정화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서 전세수요 자체는 줄 수 있지만 전세 대책은 꼭 필요합니다. 즉 '불안한 전세'를 '안전한 전세'로 전환하는 대책 말입니다.
'불안한 전세'에서 '안전한 전세'로
일단 저는 매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은 대폭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주택자의 임대업 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민간임대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대통령께서도 아시듯이 부동산 대전환이 일어나면 전세는 월세로 점진적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부동산 세제개혁을 통해 투기가 크게 줄어들면, 즉 잔뜩 낀 집값 거품이 서서히 빠져서 매매차익이 기대되지 않으면 임대인은 매월 임대소득을 누리는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전세의 월세화 진행은 그 자체로 임대차시장이 안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월세는 사기의 위험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보증금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월세를 매달 지급하기 때문에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는 것도 알게 됩니다. 만약 집주인이 얼마 되지 않는 보증금을 의도적으로 돌려주지 않으면 그만큼 더 살면 됩니다.
그렇더라도 기존 전세를 '안전한 전세'로 전환하려면 먼저 전세대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보증금의 80~90%까지 대출해주는 전세대출을 최소한 보증금의 60~70% 이내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주택가격 하락 시 전세보증금 손실 방지를 위해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이 70% 이상인 경우엔, 깡통전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만기가 없다시피 한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도할 필요도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시키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보증금 반환보증 한도 역시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세의 안정성은 크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전월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이상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주택 임대차 제도는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권한을 1회만 부여하여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있는데, 10년을 보장하는 상가 임대차 제도와의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가 6년제이기 때문에 최소 6년 이상,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이상은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로소득형 재건축'에서 '시장형 재건축'으로
재건축 정책도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차원에서 기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재건축의 관건은 '사업성'이었는데, 거칠게 말해서 사업성은 일반분양 수익의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수익이 크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일반분양 수익은 다음과 같이 결정됩니다.
일반분양 수익 = 일반분양 물량 × 분양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듯이 '기존 용적률'이 낮고 '허용 용적률'이 높을수록, 즉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투기 분위기가 일어나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은 더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재건축 활성화는 언제나 투기의 도화선이 되어왔습니다.
부동산 대전환의 관점으로 보면 사회가 제공한 '증가한 용적률'의 이익을 개별 조합이 누리는 건 불로소득입니다. 그러므로 높아진 용적률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공임대주택의 형태로 환수하고 재건축으로 인한 초과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이제 가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통령께서 구상할 걸로 예상되는 보유세를 전반적으로 높이면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기 때문에 분양가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형 재건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지금까지 재건축은 '불로소득형 재건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장형'이 말하는 '시장'이 무슨 뜻인가 하실 것 같아 좀 더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시장'은 자기 돈을 내고 새집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장형'의 본뜻입니다. 그러니까 단독주택의 경우 낡고 위험해지면 부수고 자기 돈을 들여서 집을 새로 지어서 소유하는 것이 바로 '시장형'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파트 재건축은 건축비 일부를, 아니 심지어는 건축비 부담은 고사하고 아예 돈을 받으면서 재건축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용적률은 낮고 허용 용적률은 높아서 일반분양 물량은 많았고 분양가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불로소득 환수의 방법인 공공기여의 의무도 줄여주었습니다. 세간에서는 재건축 과정에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이 '시장'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론에서 보자면 이것은 시장 원리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시장 원리는 생산에 대한 기여의 결과를 존중하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과 불로소득은 상극입니다.
'시장형 재건축'이 정착되면 재건축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사실 이것이 정상적입니다. 30년 된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입니다. 환경파괴도 수반됩니다.
이와 같은 '시장형 재건축'은 투트랙으로 진행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사업성이 좋은 경우입니다. 분양가가 매우 높은 강남을 포함한 한강 벨트 지역과 분당 등의 아파트 재건축이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재건축의 불로소득 환수 장치는 반드시 제대로 적용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서 건물 노후 및 안전 등의 이유로 재건축이 꼭 필요한 단지가 높은 분담금으로 재건축 실행이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물론 분담금을 부담할 수 있는 세대도 있겠지만 대부분 분담금 부담이 버겁거나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조합원이 LH 등의 공공에 대지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분담금을 상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을 선택하는 조합원에게 건물 분양권을 부여하면 결국 조합원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분양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조합원의 대지 지분 가격이 3억 원이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분양가가 2억 5천만 원이면 그 가구는 5천만 원과 함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고, 대지 지분의 가격이 2억 원이면 5천만 원의 분담금만 부담하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는 새집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길을 열어 놓으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재건축은 추진이 쉬워지고 분담금이 부족해서 강제 퇴거 되는 세대는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기존 거주자의 정주권이 보호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방식을 실제 적용하려면 좀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시장형'이라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재건축은 건설사와 자금이 충분한 조합원에게는 큰돈을 버는 기회였지만, 분담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조합원에게는 그동안 구축한 인간관계가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이 방식이 집값 상승을 촉발하고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제 '불로소득형 재건축'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시장형 재건축'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대통령님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아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보았습니다.
부동산 대전환에 꼭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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