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은행 삶기. 은행 삶은 물은 살충효과도 있고 벌레가 꼬여들지 않게 하는 기피제로도 쓰인다. 은행 열매, 껍질, 잎에는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과 항균·항바이러스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마을 진입로에 있는 은행 나무에 가서 열매, 잎 할 것없이 갈퀴로 긁어왔다. 마당 한쪽 구석에 솥을 걸고 삶았는데, 익히 알듯이 냄새가 보통 고약하지 않다. 그걸 참으며 3시간 이상 푹 끓인 뒤 성분이 우러난 거무스름한 물을 생수병에 담았다.
상추·오이에도 부담 없이 ‘팍팍’
이렇게 만든 친환경 농약과 비료를 이듬해 봄 부터 작물과 과일 나무에 뿌렸다. 유황액은 화학농약처럼 곧장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병해충을 예방하는데 좋고 병세가 심하지 않을 때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 먹어야 하는 상추나 고추, 오이 같은데 큰 부담 없이 뿌릴 수 있어 좋았다. 은행 삶은 물도 나방 에벌레나 진딧물이 채소에 끼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 뿌렸다.
천연 농약과 비료를 만들었다고 화학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쓰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유기농 꿈은 접었지만, 그렇다고 화학제품을 적게 쓰려는 노력을 멈춘 것은 아니다.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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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7년차…‘대추나무 암’에 눈물을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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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 농막에서 트랙터까지 몰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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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다람쥐처럼 농막에 모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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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을 위협하는 야생동물 3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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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이봉현 기자
내 글이 또 한 조각의 '소음' 되지 않도록 솔개의 높푸른 창공을 간직합니다. 경제기사의 정치성 기후위기와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윤리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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