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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농막에서 뭐해? “천연 농약 만들어요”

농막일기 19: 농약과 비료 고민

이봉현기자

  • 수정 2026-02-17 10:02등록 2026-02-17 10:00

천연 칼슘 비료를 만들기 위해 굴껍질 성분의 재료와 현미식초 등을 준비했다.

텃밭 농사를 시작할 때 나도 유기농으로 하겠다 결심했다. 가족의 먹거리에 농약을 뿌리고 싶지 않았다. 퇴비로 땅심을 돋우고 화학비료는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생협에서 파는 유기농 채소와 곡물을 나라고 재배 못하랴 싶었다.

점점 무뎌져가는 유기농 결심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요행히 작물이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진딧물이 까맣게 끼고, 흐믈흐믈 물러 터지는 일도 잦았다. 양분이 부족한 지 남의 밭 고추와 옥수수는 튼실하고 반질반질한데, 우리 건 잘 크지도 않고 누런잎이 자꾸 졌다. 사과나 자두도 봄에 많이 달려 좋아했는데, 수확할 때 보면 빈손이었다. 노력을 하는데 보람이 없었다.

막연한 유기농 결심은 슬슬 뒷걸음질 했다. 어느 초여름 사과대추 나무에 외래종이라는 미국 선녀벌레가 하얗게 낀 걸 봤을 때 처음 살충제를 사다 뿌렸다. 화가 나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장미에 콩알만한 벌레가 득실거려 꽃을 볼품없게 만들었을 때도 뿌렸다. 옥수수가 비실비실 할 때 복합 비료 한 숟가락씩을 뿌리 주변에 놓아줬다. 시나브로 농약병과 비료포대가 늘어났다.

초심이 무뎌진 걸 남 탓으로 돌리려는 마음이 일었다. 시골 마을에서 접하는 이른바 ‘관행 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에 별다른 거부감도 죄책감도 없었다. 일흔이 젊다 할 만큼 노령화한 농촌이기에 불가피하다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제초제를 ‘풀약’이라 부르고, “농약 친다” 하지 않고 “소독한다”고 순화해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 듯 했다. 내가 예초기를 지고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자면, 지나시던 마을분들이 안쓰럽다는 듯 “풀약 하지 뭐 하러 그러냐?”고 했다. 농약과 비료를 써서 키운 작물은 알이 굵고 때깔도 좋았다. 땅에서 나는 수입이 전부인 농민에게 병충해 없이 작물을 키우는 것은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유황액을 만들 때 처음 5분 정도 냄새가 심하고 열이 섭씨 100도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야외에서 작업을 하고,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했다.

살충제·살균제·제초제에 전착제까지

나도 이제 재활용장에서 주워온 서랍장을 창고에 들여놓고 농약함으로 쓰고 있다. 둘째칸은 살충제, 셋째칸은 살균제, 마지막칸은 제초제 이런 식으로 분류해서 넣어둔다. 애초 농약에 대해 아는게 없었는데, 지금은 농약병(뚜껑 또는 라벨)이 초록색이면 벌레 잡는 살충제, 분홍색이면 곰팡이·세균에 대응하는 살균제, 노란색은 잡초 제거하는 제초제, 하얀색은 농약의 효과를 높이는 전착제나 식물 영향제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됐다.

농약 라벨에는 어느 작물의 병충해에 효과 있는 지, 다른 약과 섞을 때 주의할 점, 수확 얼마 전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등의 안전지침이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물과 섞는 농도이다. 보통 농촌에서 쓰는 농약통이 물 20ℓ를 뜻하는 ‘한 말’ 인데, 여기에 몇 ml 또는 몇 g을 섞으라고 지침에 나와있다. 이 기준을 지켜야 식물이나 사람에게 해가 적고 환경도 덜 파괴한다.

하지만 농촌에선 이보다 약을 세게 치는 일이 많다. 적정 용량을 지키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마을 어르신이 “요즘 농약은 너무 약하게 나와. 벌레를 잡아서 농약 원액에 넣어봤는데도 안 죽던데” 하신다. 제초제도 지침대로 하면 한창 생육이 왕성한 여름에는 풀이 뿌리까지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2배, 심한 경우 3배를 물에 타서 뿌리는데, 약이 얼마나 독한 지 가을이 올 때까지 그 밭 고랑에는 풀이 나지 않는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에 관대해지는 나 자신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여기저기 묻고 알아볼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친환경 농약과 비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농업인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ㅈ’ 이란 유기농업인의 공동체는 천연 농약과 비료 재료를 주문배송해 주고 만드는 법을 누리집을 통해 알려줬다.

10분쯤 저으면 황이 녹아 냄새와 열기도 줄어들고 검고 맑은 용액이 된다.

유황·은행 등 섞어 천연 살충제

‘5도 2촌’ 3년째 겨울, 우리 부부는 천연 농약과 천연 비료 만들기에 도전했다. 살충제로 천연 유황과 은행 삶은 물, 전착제로 세제성분의 오일, 비료로 칼슘액비를 만들기로 하고 재료를 주문했다. 우리 계획을 말하자 세종시에 살면서 5도 2촌 하는 옆집 형님이 반색하며 자기도 하겠다고 한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분은 사실 나보다 몇 배 더 유기농에 진심이다. 한번은 내게 ‘호미 한자루 농법’(안철환 저)이란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농약·화학비료·기계 의존을 줄이고, 사람의 손과 호미 정도만으로도 가능한 자급 농사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상과 현실은 달라 본인은 그렇게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그 분 아내가 남편이 안볼 때 살짝살짝 살충제도 뿌리고 제초제도 뿌린다.

완성된 천연 유황 농약을 통에 따르고 있다.

유황,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가성가리(수산화칼륨) 같은 주문한 재료가 속속 도착했다. 유황은 온천 같은데서도 나오는 천연농약인데 살충·살균 성분을 모두 갖고 있다. 농약으로 쓰려면 유황액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100 리터 이상의 큰 플라스틱 물통이 필요하다. 여기에 99.9% 순도의 유황가루, 가성소다, 천일염, 황토를 넣고 물을 50ℓ 붓는다. 긴 막대 주걱으로 비벼주면 재료들이 섞이며 유황 냄새가 심하게 나고 용액의 온도가 섭씨 100도 이상 올라간다. 때문에 이 작업은 겨울에도 실외에서 해야 한다. 10분 쯤 더 저으면 건더기가 녹으며 맑고 까만 용액이 된다. 여기에 50ℓ의 물을 더 붓고 저어 24시간 정도 두면 침전물이 가라앉는다. 이를 생수병에 따라서 보관했다 사용한다.

재료을 넣고 섞으면 거품이 일며 칼슘액비가 된다.

오일과 칼슘액비도 누리집에 있는 지침대로 하니 만들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칼슘은 식물의 세포를 튼튼하게 만들고, 병과 생리장해를 줄여 주는 ‘식물 영양제’ 기능을 한다. 특히 토마토나 사과대추 같은 열매가 쉽게 갈라지거나 무르지 않도록 해 준다. 그 전에 농약상에서 칼슘액을 사서 써 봤는데 상당히 비쌌다. 오일은 농약을 뿌릴 때 유효 성분이 이슬이나 빗물에 바로 씻겨 나가지 않고 약효가 오래 가도록하는 전착제로 쓰인다. 역시 농약상에서 산 전착제는 용량도 작고 가격도 비싼편이었는데 직접 만들어쓰니 한결 저렴하다. 다만 오일은 만들 때 보통 물이 아닌 연수를 써야 하는데, 세종시 형님이 마침 연수기를 갖고 있어 해결했다.

카놀라유와 가성가리(수산화칼륨) 등을 섞어서 농약의 효과를 높이는 천연 전착제를 만들고 있다. 천연유황농약을 뿌릴 때 함께 넣는다.

다음은 은행 삶기. 은행 삶은 물은 살충효과도 있고 벌레가 꼬여들지 않게 하는 기피제로도 쓰인다. 은행 열매, 껍질, 잎에는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과 항균·항바이러스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마을 진입로에 있는 은행 나무에 가서 열매, 잎 할 것없이 갈퀴로 긁어왔다. 마당 한쪽 구석에 솥을 걸고 삶았는데, 익히 알듯이 냄새가 보통 고약하지 않다. 그걸 참으며 3시간 이상 푹 끓인 뒤 성분이 우러난 거무스름한 물을 생수병에 담았다.

상추·오이에도 부담 없이 ‘팍팍’

이렇게 만든 친환경 농약과 비료를 이듬해 봄 부터 작물과 과일 나무에 뿌렸다. 유황액은 화학농약처럼 곧장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병해충을 예방하는데 좋고 병세가 심하지 않을 때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 먹어야 하는 상추나 고추, 오이 같은데 큰 부담 없이 뿌릴 수 있어 좋았다. 은행 삶은 물도 나방 에벌레나 진딧물이 채소에 끼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 뿌렸다.

천연 농약과 비료를 만들었다고 화학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쓰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유기농 꿈은 접었지만, 그렇다고 화학제품을 적게 쓰려는 노력을 멈춘 것은 아니다.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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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이봉현 기자

내 글이 또 한 조각의 '소음' 되지 않도록 솔개의 높푸른 창공을 간직합니다. 경제기사의 정치성 기후위기와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윤리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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