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상원 군사위원장이 제출한 2027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은 미 국방부가 한국에 전작권을 반환하기 전에 미 국방장관의 인증과 의회 보고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의 심의를 통과하고 하원과의 조정을 거쳐 대개 12월에 확정될 것이다. “한반도 미군 태세 감독” 조항이 핵심이다. 2027년도 NDAA 예산을 사용해 주한미군을 약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거나, 한미연합사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주도 지휘체계에서 한국군 주도 지휘체계로 전환하는 일을 완료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겁먹을 일은 아니다.

 

우선 완전한 금지는 아니다. 국방장관의 인증서와 평가서가 의회에 제출된 뒤 60일이 지나면 가능하다. 국방장관 인증에는 두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 첫째, 전작권 전환 완료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둘째, 한국뿐 아니라 일본 및 유엔사에 병력을 기여한 국가들과도 적절한 협의를 거쳤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 인증은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사령관, 태평양사령관, 국무장관,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서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전작권 전환의 경우, 2018년 10월말 한국과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의 세 가지 조건이 전환 완료 전에 충족될는지, 한국군 주도 연합사가 한미 양국 국가통수기구에 어떻게 보고할는지, 한국군 주도 연합사와 미국 주도 유엔사의 지휘관계가 어떻게 될는지, 유엔사 전력제공국들과의 협의는 어땠는지, 일본과의 전작권 관련 협의 및 한미·미일 동맹 간 작전 충돌 방지 방안은 무엇인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확산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는지 등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사령관, 태평양사령관, 합참의장의 독립적인 군사위험평가도 붙이도록 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분기별 보고 의무다. 법안은 2027년 3월 1일까지, 그리고 그 뒤 2030년까지 매 90일마다 국방장관이 태평양사령관 및 주한미군사령관과 조율해 의회에 한미 전작권 전환 로드맵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군사능력을 획득했는지, 조선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포괄적 동맹 대응능력이 충분한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안보환경이 안정적 전환에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더 나아가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어떤 군사능력과 수준을 갖춰야 하는지도 명시하도록 했다.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이 조항은 한국 정부와 미국 행정부가 양자 합의만으로 전작권 전환 일정을 빠르게 확정하는 것을 막고, 미 의회와 주한미군, 태평양사령부, 유엔사 관련국, 일본을 모두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다. 한국의 조기 전작권 회수 구상에는 상당한 제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군사적 준비 정도뿐 아니라 일본과의 작전 조정, 유엔사와의 지휘관계, 인도태평양 핵확산 영향까지 조건화했다는 점에서, 전작권 문제를 한미 양자 현안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전략, 동맹관리 문제로 재규정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답답해하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다. 먼저 지엽말단의 행정적인 측면만 보자면 이번 법안은 미 행정부가 의회 승인 예산을 쓰면서 전작권을 반환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미 행정부가 ‘예산을 전혀 안 쓰고’ 전환을 완료할 수 있다면 제한은 없다는 얘기다. 미군 감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예산을 안 쓰고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우리가 그 비용을 대는 경우라면 다시 이 법안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한 우리 권리를 찾자오면서 돈까지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상원의 법안은 한미연합사의 전작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은 미국의 고유 권리가 아니다. 1950년 7월 대통령 이승만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겼고, 이후 그 권한이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때 연합사령관에게 옮겨졌다. 한국이 동맹 지휘구조 안에서 특정 조건하에 연합사령관에게 운용권한을 위임해온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준 것이므로 우리가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라는 양자 지휘구조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이냐, 한미연합군에 대한 전작권이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는 국군을 더 이상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 아래 두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주권국의 권한이다. 미국이 한국군을 강제로 지휘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이 미군을 한국사령관의 지휘 아래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정할 수도 없다. 미군에 대한 지휘권과 작전명령 체계는 미 정부와 의회의 권한이다. 그래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전작권 회수만이 아니라, 미군이 포함된 새로운 연합지휘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작전 통제권만 되찾아오면 된다. 한미연합 체계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현재 한미가 추진해온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 또는 한국군 주도 연합사 체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한국 국방부의 현재 공식입장도 아직까지는 2018년 10월의 합의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 상원의 국방수권법 또한 미래연합사의 구조를 전제로 미국 정부가 돈과 조직과 미군 지휘체계를 써서 한국군 주도 연합사 전환을 완료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한국군 전작권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주권적 선택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이번 법안이 앞으로 한국군 주도 연합사와 미국 주도 유엔사의 지휘관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아직 없다. 1978년의 한미연합사 체제는 유엔사령관, 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동일한 미군 4성 장군이라는 전제 위에서 성립되었다. 이 동일인 구조가 깨지게 되면 향후 전작권은 미래 연합사의 한국인 사령관이 아니라 별도의 유엔사령관에게 다시 귀속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미국은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으로 실컷 한국을 이용한 다음에 결국 전작권을 도로 유엔사령관에게 귀속시키거나, 최소한 미군에 대한 전작권은 자기가 계속 갖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상원 법안이 일본 및 유엔사에 병력을 기여한 국가들과도 적절한 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대목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웃기는 소리다. 왜 우리 작전권에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우리가 허용해야 하는가.

답은 아주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 전작권만 회수해오면 그만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해법이 그것이었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해법은 말끔해진다. 우리가 굳이 말도 안 통하는 미군까지 지휘하겠다고 덤벼야 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 편의’로 미래 연합사의 전작권을 회수하려 하지 말라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망언까지 들으면서, 그리고 결국 우리가 회수할 전작권이란 우리 군에 대한 지휘권만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한 지금, 미래연합사 지휘권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연합사 체제를 당장 해체하고 우리의 주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제대로 된 자주적 결단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