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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빵' '더치페이' 대신 '도리기'라고 해 보면 어떨까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토박이말 길잡이(큐레이터), 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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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돈을 나눠 내어 함께 먹는 일을 우리말로

[오늘의 토박이말] 도리기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도리기

앞서 ‘도르리’라는 말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아가며 먹거리를 내는 일을 ‘도르리’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고기를 사고, 다음 사람이 회를 사고, 또 다른 사람이 다른 먹거리를 사는 식으로 차례를 이어 가는 것이지요. 오늘은 그와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아랑곳한 말 '도리기'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n빵’, '더치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거나 무엇인가를 사고 난 뒤, 한 사람이 돈을 내고 사람 수대로 나누어 내는 일을 흔히 이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도 이 일을 나타내는 말이 있으니 바로 '도리기’입니다.

함께 돈을 내고 함께 먹는 일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도리기’를 조금씩 다르게 풀이하고 있지만 뜻은 서로 닿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낸 돈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나누어 먹는 일.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고 있습니다.

"국수 도리기를 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3박 4일의 여행에서 식사는 모두 도리기를 했다." 라는 보기로 쓰임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뜻을 알고 나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참 자주 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리기’라는 말을 알고 쓰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n빵’, '더치페이'라고 하던 일을 ‘도리기’라고 해 보면

동무들이 몇 사람 모여 밥을 먹었습니다. 한 사람이 셈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이거 n빵하자.”

참 익숙하게 들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도리기 하자.”

처음 듣는 사람은 “도리기가 뭐야?” 하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이렇게 알려 주면 됩니다.

“여럿이 돈을 나누어 내서 같이 먹는 거야.”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다른 말로만 쓸 까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이나 새로 생겨난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이미 그 일을 나타내는 좋은 말이 있다면 찾아서 써 보는 것도 우리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흐린 날에는 ‘부침개 도리기’ 어때요?

날씨가 흐린 날에는 부침개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더 그렇습니다. 동무에게 연락해서 말합니다.

“오늘 부침개 먹을래?”

몇 사람이 모여 부침개나 떡볶이를 사고, 재미로 사다리를 타서 누가 살 것인지 정하기도 합니다. 또는 몇 사람이 얼마씩 돈을 내어 먹거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도리기’라는 말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떡볶이 도리기 했어.”

참 재미있는 말이지 않습니까? 국수를 먹었다면 국수 도리기, 묵을 먹었다면 묵 도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에 따라 앞에 말을 붙이면 되니 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도르리’와 ‘도리기’는 어떻게 다를까요?

두 말이 비슷하게 들리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두 말을 이렇게 나누어 기억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차례로 먹거리를 내면 ‘도르리’, 돈을 나누어 내어 함께 먹으면 ‘도리기’.

보기를 들어 내가 먼저 고기를 사고, 다음 사람이 회를 사고, 또 다른 사람이 다른 음식을 산다면 ‘도르리’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 사람이 얼마씩 돈을 내어 함께 국수를 사 먹거나 지짐을 사 먹었다면 ‘도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별해 놓고 보면 두 말의 쓰임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알고 나면 쓸 수 있는 우리말

‘도리기’라는 말을 처음 만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이 아니라, 몰라서 못 쓰는 말이 참 많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럿이 함께 밥을 먹고 돈을 나누어 내는 일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다른 말을 쓰다 보니 정작 우리말로 그 일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토박이말을 알아가는 일은 낯선 말을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하고 있는 일에 어울리는 우리말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리기’도 그렇게 한번 찾아 써 볼 만한 말입니다. 오늘 동무들과 함께 먹을 일이 있다면, “이번에는 도리기로 하자.” 하고 한번 말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쓰고, 또 한 번 쓰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입에 붙을지도 모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도리기’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동무들과 함께 먹고 돈을 나누어 낼 때 ‘n빵’이라는 말을 쓰셨다면, 오늘부터 한 번쯤 ‘도리기’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떡볶이 도리기 하자.” 이렇게 말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한 줄 생각]

우리가 몰라서 쓰지 못했던 우리말을 하나씩 찾아 쓰는 일도 우리말을 살리는 작은 실천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도리기

뜻: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낸 돈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나누어 먹는 일.

보기: 동무들과 얼마씩 돈을 내어 떡볶이 도리기를 했습니다.

오늘 한마디: “오늘 저녁은 우리 도리기로 먹자.”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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