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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요구 촛불시민 목소리 반영못한 책임감 절실히 느낀다”

[인터뷰] 특검 도입 촉구하며 단식노숙농성 중인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14-02-25 14:33:32l수정 2014-02-26 11:15:06
노숙단식농성 중인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과 이학영 의원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에서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과 이학영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개입 사안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 촉구에 대해 노숙단식농성을 펼치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25 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던 같은 시각,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선 두 명의 국회의원이 쌀쌀한 바람 속에 단식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이하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민주당 남윤인순, 이학영 의원이 주인공이다. 당초 두 의원은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28일까지 단식농성을 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여야 대표가 '4자회담'을 통해 합의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거나 상설특검 등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연장할 수 있다는 단호함을 나타냈다. 


단 식농성 1일 차인 이날 오전 남윤인순 의원은 "농성을 시작한 것은 특검에 당장 합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여야 대표가 특검 실시를 위한 시기와 범위를 논의하자고 합의해 놓고 전혀 논의가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논의를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 는 "제도권 안에서 특검이 도입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야당의 몫이다.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촛불을 든 시민들의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책임을 절실히 느낀다"고 단식농성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남 의원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특검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의 불통이 심각하다"며 "대선 과정에 불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을 바로잡고 가지 않으면 과연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또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처럼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상태라면 유권자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민주주의 잔치가 안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투표에 참여하려는 (국민들의) 의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 특검 도입을 관철하지 못한 지도부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남 의원은 "책임론을 주장하기 전에 각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식농성에 나선 것도 내가 할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책임론 제기 등으로) 당 내부에서 치고 박는 모습을 보이면 정작 중요한 이슈는 잘 안 보이는 경향이 있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싸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와 관련,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점을 설명하며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연말 국회에서 여야는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었다.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상설특검이 도입되면, 사안이 생길 때마다 특검을 결정하고 실시할 수 있다"면서 "(상설특검이 도입되면)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도 진상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반드시 상설특검이 이번 국회에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윤인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하룻밤을 청와대 앞에서 보내셨는데 어떠신가?

 

이 곳이 인왕산 밑이어서 다른 곳보다 기온이 2~3도 가량 더 낮아 추웠다. 미세먼지도 많고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긴 했지만 한기도 올라온다. 밤에 몹시 추웠다. 여기서 자려고 했지만 밤 12시가 되면 이곳을 비워줘야 한다고 해서 근처 골목에 세워둔 차에서 잠을 잤다. 이곳 청와대 분수광장만 봐도 '불통'을 연상케 한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관저 앞에 있는 광장에서 자주 시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 않았나. 광장을 시민들과의 소통하는 부분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 청와대 분수광장은 아이러니하다. 외국인 관광객들만 와서 사진 찍고 가고 우리 국민들은 들어오기 힘든 구조다.

 

지 난해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특검 도입을 촉구했었지만,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특검 도입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단식농성까지 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번에 단식농성을 시작한 것은 특검에 당장 합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여야 대표가 특검 실시를 위한 시기와 범위를 논의하자고 합의해 놓고 전혀 논의가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논의를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라는 의미다. 2월 임시국회가 28일까지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 함께 특검 법안을 낸 것은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들을 벌였기 때문에 총체적인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을 특검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서 한 번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자체 조사를 했지만 스스로 감찰하는 것이 잘 되겠나. 특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민주당 남윤인순의원 단식농성 인터뷰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개입 사안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 촉구에 대해 노숙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쉼터에서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윤재현 인턴기자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특검 도입 등 쟁점이 되는 현안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6 월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처럼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선개입 문제를 특검으로 풀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유권자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잔치가 안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투표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단 식농성을 시작한 이유도 1주년과 관련된 부분인데, 정말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통은 물론 경제, 복지 등 대표적인 공약이 후퇴됐기 때문에 낙제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지만, 민중들이 함께 누려야 할 통일과 후퇴된 민주주의를 내버려두고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경제 민주화 공약이 없어지고 기초연금도 후퇴됐다. 가장 큰 문제로, 대선 과정에 불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고 가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특검이라는 건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학영 의원과 나는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었다.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직접 나섰다.

 

지금까지 특검 논란이 계속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선 지난 연말 국회에서 지도부가 특검 도입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 민단체에서 일을 하다보면 '수장'에겐 구성원들이 얼마나 함께 하느냐가 관련되어 있다. 책임론을 주장하기 전에 각자 (특검 도입을 위해) 얼마나 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단식농성을 위해) 나온 것도 내가 할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자가 할 몫을 하면서 책임론을 제기해야 하지 않나. 또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의원으로서, 입법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책임론 제기 등으로) 당 내부에서 치고 박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작 중요한 이슈는 잘 안 보이는 경향이 있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싸워야 할 때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대선개입 사건과 간첩 조작 사건 두 사안을 묶어 특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재 (야당이) 제출한 특검 법안에는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등 대선개입에 대한 부분만 들어있지 최근 드러난 간첩 조작 사건은 안 들어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여야는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었다.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상설특검이 도입되면, 사안이 생길 때마다 특검을 결정하고 실시할 수 있다. (상설특검이 도입되면)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도 특검으로 진상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반드시 상설특검이 이번 국회에서 도입되어야 한다.

 
민주당 남윤인순의원 단식농성 인터뷰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개입 사안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 촉구에 대해 노숙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쉼터에서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윤재현 인턴기자

 

특검 도입 요구는 시민사회에서도 강하지만 관철은 결국 정치권의 몫인 것 같다.

 

대 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 요구는 야권과 시민사회 등 공통의 요구였다. 하지만 매주 주말마다 들었던 촛불도, 정치권도 지쳤다. 야당이 특검 도입을 관철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얼마나 야당이 밉겠나. 타협의 정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정부여당이 일방통행 정치를 하다 보니 야당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야당의 모습이 시원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특검이 도입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야당의 몫이다.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책임을 절실히 느낀다.

 

'불통', '공약파기' 등 낙제점을 받은 박근혜 정권이지만 그럼에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확고한 반면, 공약 파기나 소통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층도 확고하다. 다만 국민들은 불안한 걸 원치 않는다. 유동층에겐 박 대통령한테 '기회를 줘야 한다', '어떻게든 해봐라'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렇게 1년을 기다렸던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1년 이후에는 (유동층들이) 약속했던 것들을 상당히 지켜볼 것이라고 본다. 우선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공론의 장, 즉 언론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부터 바로 잡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KBS 사장 선임 시 인사 청문회 도입 등이 어제(24일) 합의가 됐고, 2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소기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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