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딱 1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국가기관 불법선거개입 등 부정선거와 수많은 공약파기, 민생파탄 등의 이유로 각계에서 박 대통령 퇴진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통령 사퇴 시국미사 행렬은 이달들어 매주 열리고 있으며, 해외 교민들의 퇴진 요구도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다. 국내 촛불시민의 경우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극단적인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소신있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제단-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

대통령 사퇴촉구 투쟁의 중심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다. 돌봐야할 부양가족(처·자식)이 없다는 점 뿐 아니라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해야’ 하며, ‘불의에는 순교의 정신으로 맞서야 한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할 소명을 갖고 있기에 이들에겐 두려움이 없다.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사퇴촉구 시국미사 행렬을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시점에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누가 뭐라하던 우리는 ‘예할 것 예하고 아니오할 것 아니오 하는’ 마음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있는 대로 보이는대로 (우리에게 하는) 요구에 응답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나 신부는 “우리의 행위가 틀리다 맞다 하는 판단은 더 큰 역사와 더 큰 빛이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대표신부
ⓒ연합뉴스
 
보수언론과 정권, 염수정 추기경을 포함한 천주교 주류 일각으로부터의 탄압과 불이익에 대해 나 신부는 “그런 현실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은 기업이나 할 일이지 종교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고려를 하는 것은 순교자의 신념도 종교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사퇴 촉구 의미에 대해 “우리의 뜻은 부정이 있었으면 밝혀야 하는 것이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해 11월 28일 전주교구 사제단을 시작으로 각 교구별로 지금까지 모두 7차례, 올해 들어서만 5차례(화성·거제·광주·원주·부산)의 시국미사를 개최했다.

해외교민-김동균 뉴욕 맨하탄 작은자공동체교회 목사

‘박근혜 퇴진’ 요구에 가장 적극성을 띄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는 해외동포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등 유럽순방 때 파리에펠탑 앞에서 벌였던 촛불시위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대선 1년과 대통령 취임 1년 등 주요 시기별로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박근혜 OUT’을 외쳐왔다. 미국의 경우 LA,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달라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교민들이 교류하며 시위에 나선다. 그밖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3개 도시-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베를린), 캐나다, 멕시코 정도의 교민들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퇴진시위를 연다.

김동균(51) 뉴욕 맨하탄의 작은자공동체교회 목사는 해외교민들이 박근혜 퇴진 요구에 열성인 이유에 대해 25일 미디어오늘과 국제전화 인터뷰에서“지난대선에서 부정당선된 것 뿐 아니라 각종 1년간의 정책들이 부자중심으로 흐르고 유신독재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 자유롭기 때문인지에 대해 김 목사는 “외부에선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제 해외동포 가운데 출세하거나 성공한 10%를 제외하고는 생업에 허덕인다”며 “이민가서 성공한 사람들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치자체에 무관심한 반면, 나머지 교민들은 국내에 다 가족과 친지가 있고, 만리타국에서의 이방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모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그리스 유대인 경우 국내 정치문제에 관심도 많고 후원도 많이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21일 맨하탄 ‘가짜대통령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자 대다수는 한국의 유학생들이었다는 것.
 
   
김동균 뉴욕 맨하탄 작은자공동체 교회 목사. 뉴욕시국회의 참가자. 동영상캡쳐
 
이밖에도 김 목사는 “정권을 비롯해 보수인사들의 고소고발이나 탄압으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위축돼 보이기 때문”이라며 “또한 바깥에서 사건의 실체를 좀더 크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더욱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1년의 가장 큰 문제로 김 목사는 “많은 국민을 적으로 ,감시대상으로 만든 것”을 들었다. 

정치인-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

국가기관의 선거부정 사태는 선거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야당이 목소리를 낼법한 소재인데도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1년 내내 적극성을 내지 못한 것과 달리 초선의 비례대표인 장하나(37) 의원만이 대통령 사퇴요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 의원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여전히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 스스로 지난 대선부정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없고, 되레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이는 국회가 민생문제에 더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자신이 선거에서 당선됐다 해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과정상에 나타난 문제를 1년이나 질질 끄는 것을 볼 때 대통령이 민주주의자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 사진=장하나 페이스북
 
자신이 속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장 의원은 “다가올 지방선거도 마찬가지겠지만 최소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요구인데도 여론을 조성하고 대여투쟁을 하는데서 아쉬움이 있다”며 “예를 들어 김용판 무죄 선고 때 국민과 함께 특검관철과 진상규명을 위한 쐐기를 박을 시점이었으나 너무나 힘없이 호기를 놓친 채 그저 본청앞에서 피켓 들고 사진찍는 것으로 끝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자신이 선거에서 당선됐다 해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과정상에 나타난 문제를 1년이나 질질 끄는 것을 볼 때 대통령이 민주주의자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일부의 끈질긴 ‘박근혜 사퇴’ 요구에 대해 “천주교 사제들이 시국미사를 하는 것은 흔치 않는 일로, 이것이 정치적으로 편드는 것이었다면 종교계 스스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근간의 문제이자 너무나 상식적인 문제인데도 정부가 그냥 두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 사퇴 요구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이라며 “사퇴 요구 여론은 결코 소수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누리꾼-노정열 개그맨(학원강사)

천주교 사제단이나 해외교민, 장하나 의원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여론의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대통령 퇴진 대선무효를 외쳐온 이들은 촛불시민 또는 누리꾼들이다. 개그맨이자 촛불집회 사회자로 많이 알려져있으나 SNS 활동을 통해 ‘박근혜 퇴진·대선무효’를 외쳐온 대표적인 누리꾼인 노정열씨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사퇴요구의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씨는 지난 1년을 두고 “부정선거의 하자도 덮어버려도 되고 이를 비판하면 종북으로 몰리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수치’ 올림픽이라는 오명까지 낳으며 김연아 금메달으르 도둑맞는 장면에 울분을 겪으며 지켜본 상황은 지난 2012년 12월 저녁 개표를 지켜보는 상황과 같다”고 성토했다. 노씨는 개표과정에서도 “서울의 경우 5~10% 개표 상태에서 박근혜 유력, 확실시라고 뜬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선거 사흘전에 경찰청이 댓글 확인하고도 없다고 중간에 생방송으로 발표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치명적인 하자였다”고 비판했다. 
 
   
개그맨 노정렬씨. 사진=페이스북
 
노씨는 “이렇게 선출된 가짜권력을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면 우리의 입으로 정의와 진실을 말할 수 없다”며 “그래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우리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정도의 불법을 눈감고 대통령을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떠들 수 없다”며 “올림픽 정신 뿐 아니라 선거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일”이라며 “이런 점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저라도 시간되는 날 나서서 (박근혜 퇴진) 집회 사회를 보던 개그를 하던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