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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강준치와 끄리, 낙동강 점령

조홍섭 2014. 03. 12
조회수 4058 추천수 0
 

외래종 못잖은 토종 이입종의 위협, 낙동강 유입 40여년 만에 최강자 군림

생태계 교란 우려, 일부선 블루길·배스처럼 생태계교란생물 지정 검토 요구

 

tr4.jpg» 플라이 낚시로 잡은 대형 강준치. 강 하류나 큰 호수에 살던 육식어종인 강준치가 강 중·상류에 댐이 건설되면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 물고기가 애초 없던 낙동강에선 4대강 사업과 겹쳐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 사진=박정 전문 플라이 낚시인

 

어릴 때 강 마을에 살았거나 낚시를 즐기는 이라면 토종 민물고기인 강준치와 끄리를 알 것이다. 큰 강이나 호수에서 다른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 제법 큰 덩치의 사나운 물고기이다.
 

그런데 한강, 금강, 임진강 등 서해로 흐르는 하천에만 서식할 뿐 낙동강에는 애초에 살지 않던 이 육식 어종이 낙동강에 유입된 지 40여년이 지나면서 이 강을 사실상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에만 살던 토종 물고기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블루길)에 더해 ‘토종 외래종’(이입종)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거대한 호수로 바뀐 낙동강은 이런 이입종 피해를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낙동강 하류 89%가 두 이입종
 

tr2.jpg» 강준치와 함께 낙동강을 지배하고 있는 이입종인 끄리. 피라미를 닮았지만 30㎝ 이상의 크기로 자라는 육식어종이다. 사진=박정 전문 플라이 낚시인.

 

양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박사팀이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 임하호의 어류상을 조사한 결과는 그런 실태를 잘 보여준다. 가장 많은 물고기는 모두 이입종인 치리, 끄리, 강준치 순서로, 이들이 전체 개체수의 65%를 차지했다. 붕어, 피라미, 쏘가리, 누치 등은 소수였다. 양현 박사는 “강준치, 끄리, 백조어, 쏘가리 등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포식자가 전체 개체수의 42%, 생체량(무게)으로는 80% 이상을 차지해 생태계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치홍 국립수산과학원 박사팀이 2012년 <한국어류학회지>에 발표한 낙동강 하류의 경남 밀양과 양산, 부산 사하구 등에 대한 어류상 조사결과를 보면, 가장 흔한 물고기는 끄리로 38.2%였고 이어 강준치가 34.8%로 많았다. 특히 하구둑 바로 위인 부산 사하구 지점에서 잡힌 물고기의 68%가 강준치였고 21.3%가 끄리여서, 두 이입종이 이 수역을 거의 독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입종과 외래종이 토종을 밀어내고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는 현상은 낙동강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상기 경북대 계통진화유전체학연구소 연구원 등이 영남지역 21개 호수와 저수지의 어류상을 조사한 <한국어류학회지> 2011년 논문을 보면, 다른 수계로부터 낙동강에 이입된 어종은 끄리·강준치·치리·살치·동자개·빙어·얼룩동사리 등 7종으로 채집한 개체수의 29.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강한 포식성과 함께 개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끄리는 1973년 임하호에서 처음 보고된 이래 계속 확산해 임하호와 영천호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로 나타났다. 강준치도 임하호에서 끄리 다음으로 많았다. 이들 이입종은 도수로 연결 사업 또는 유용어종 방류사업 때 붕어 등 치어와 함께 쓸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 낙동강과 한강·금강 물고기는 빙하기 때부터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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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나 금강과 달리 낙동강에 애초 강준치와 끄리 등이 살지 않았던 까닭은 뭘까.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박사는 “낙동강의 물고기가 다른 수계 물고기와 오랜 세월 격리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에는 강준치 대신 가까운 친척이지만 다른 종인 백조어가 사는데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붕어·잉어·누치 등 민물고기가 한국·중국·일본의 하천에서 모두 살고 있는 까닭은 과거 빙하기 바닷물의 수위가 낮았을 때 동아시아의 모든 하천이 ‘고 황하’라는 거대한 강줄기에 서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낙동강도 그 지류였지만 일본의 하천과 함께 고 황하의 하류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다른 지류 물고기로부터 격리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하천에 사는 물고기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될까. 황의욱 경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동물분자계통분류학)의 설명을 들어보자. “육상 동물은 이동성이 뛰어나 섬에 살지 않는 한 교류가 활발하다. 그러나 민물고기는 사실상 섬에 사는 것처럼 서식지가 좁아 인위적으로 옮기지 않으면 한 곳에서 수만년을 살면서 독특한 유전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다른 하천의 물고기를 애초 없던 하천에 옮기면 수만년 동안 형성된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져 버린다.”
 

황 교수는 “같은 붕어라도 한강과 금강의 것이 유전적으로 달라 이들을 뒤섞으면 안 되는데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국내 이입종이나 외래종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 4대강 사업으로 정수역 늘어 폭발적 번창 우려
 

tr6.jpg» 팔당호 표면을 떼지어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대형 강준치. 사진=조홍섭 기자

 

그런데 포식어종인 강준치와 끄리의 번창이 낙동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완옥 박사는 “원래 강준치와 끄리는 물 흐름이 느린 강 하류나 큰 호수 등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최근 댐 등 정체 수역이 중·상류에도 많이 생기면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팔당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강준치가 블루길과 함께 가장 많은 물고기이며, 충주호 등 대형 인공호에서도 강준치는 경제성이 없으면서도 어민들의 그물을 채우는 물고기가 되고 있다. 중앙내수면연구소가 지난해 어류조사를 한 충남 부여군 반산저수지에는 몇 년 전 붕어 치어를 방류하는 과정에 유입된 강준치가 급증해 전체 개체수의 45%, 무게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tr1.jpg» 경북 안동호에서 잡힌 대형 끄리. 끄리는 어민에게는 환영받지 못하지만 낚시 대상어로 인기를 끈다. 사진=박정 전문 플라이 낚시인

 

tr3.jpg» 때론 1m 이상의 대형 개체도 잡히는 강준치. 사진=박정 전문 플라이 낚시인

 

강준치와 끄리는 알을 많이 낳는데다 매우 빨리 자라 대형 포식어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서식지를 지배하게 된다. 한국민물고기협회는 최근 “강준치와 끄리를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준치의 등쌀에 경제성 있는 고기가 안 잡힌다는 어민의 민원이 심하자 경기도 양평·여주군 등 지자체에선 어구에 걸리는 강준치를 “쓸모없는 생물”이라며 외래종과 마찬가지로 수매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사람이 교란시킨 환경 때문에 늘어난 생물을 경제성의 잣대만으로 퇴치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발이 나오기도 한다.
 

1970년대 국내에 도입된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예에서 보듯이 일단 풀려나간 물고기를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완옥 박사는 “우리나라 환경에 잘 적응한 강준치와 끄리를 잡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계가 이들 육식어종이 좋아하는 정수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강준치와 끄리는 어떤 물고기?

 

tr9.jpg» 끄리(왼쪽)와 강준치의 입 모양 비교. 끄리는 날쌔게 낚아채기 좋게, 강준치는 표면의 먹이를 먹기 쉽게 적응했다. 사진=조홍섭 기자

 

강준치는 한강·임진강과 북한, 중국에 분포하는 잉어과 민물고기로 보통 40~50㎝ 크기이지만 1m 이상의 개체도 종종 발견된다. 바다에 사는 준치와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이다. 몸이 납작하고 물 표면의 먹이를 먹기 쉽도록 입은 위에 달려있다. 물에 떨어지는 육상 곤충, 갑각류, 물벌레, 물고기 치어 등을 먹는 육식 어종이다.
 

과거에는 흔치 않았으나 댐 건설로 깊은 수심의 정수역이 늘면서 급증하고 있으며 분포하지 않았던 낙동강에서 세력을 늘리고 있다. 빙하기에 중국과 우리나라 하천이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종이다. 살이 무르고 가시가 많아 식용으로는 인기가 없으나 스포츠 낚시어이다.
 

끄리는 피라미와 아주 비슷하지만 크기가 30㎝ 이상인 것이 흔하고 머리가 크며 입이 구불구불하게 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잉어과 물고기이다. 피라미 등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다. 흐르는 물보다 강의 중·하류에 주로 살았지만 지금은 강의 중·상류에도 댐이 들어서 분포가 확산되고 있다.

 

동작이 매우 빠르고 행동반경도 넓어 더욱 위협적이다. 한반도 외에 중국에도 산다. 강준치와 마찬가지로 식용으로는 인기가 없고 스포츠 낚시 대상어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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