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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난 가창오리 왜 북으로 가지 않나

 
주용기 2014. 03. 18
조회수 1166 추천수 0
 

'90% 떠났다' 정부 발표와 달리, 고창·서천 등에 17만 마리 '남행'

곤포사일로와 먹이 주기 금지로 영양부족 우려…번식 성공률 낮아질 가능성

 

vi1.jpg» 17일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에 가창오리 5만여 마리가 몰려들었다. 북상길에 올라야 할 이 시기에 이례적인 일이다.

 

가창오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예년이면 2월 중순부터 삽교호에 가창오리가 몰려들어 한 달쯤 머물면서 주변 농경지에서 낙곡으로 몸을 불린 뒤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떠난다.
 

그런데 이제 한 데 모여 떠날 채비를 할 가창오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17일 오후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에는 가창오리 5만여 마리가 몰려 있었다. 지난 2월2일부터 40일 정도 관찰되지 않았던 가창오리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vi4-1.jpg» 가창오리 15만 마리가 모인 지난 15일 금강호.

 

충남 서천 금강호에도 지난 한 달 동안 가창오리가 3000마리 정도밖에 없다가 지난 14일부터 10만 마리로 갑자기 늘어났다. 17일 현재 그 수는 12만 마리로 불어났다.
 

동림 저수지나 금강호는 모두 삽교호보다 남쪽이어서 이제 북상해야 할 가창오리가 오히려 남하하고 있는 것이다. 가창오리의 90%가 북상했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발표와도 다른 사실이다.
 

vi2.jpg» 17일 촬영한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 무리.

 

삽교호에는 1월22일 4만 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다가 2월13일 30만 마리까지 늘어났다가, 2월23일에는 15만 마리까지 줄어들더니 지난 16일 관찰한 바로는 3만 마리 정도에 그쳤다. 
 

예전에는 2월 중순부터 삽교호에 40만 마리가 넘는 무리가 모여있다가 북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삽교호에 1달 일찍 모여들더니 지금은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가창오리가 정상적으로 북상하는지는 앞으로 한 주일쯤 더 지켜봐야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 징후는 먹이 부족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
 

vi3.jpg» 볏집을 말아놓은 곤포 사일로. 낙곡이 사라져 철새의 먹이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볏짚을 소 여물로 주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감싸는 관행이 널리 퍼져 가창오리가 낙곡을 먹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관련기사철새 먹이주기 금지, AI 방제에 역효과 ). 게다가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철새 먹이주기를 정부가 금지하면서 가창오리가 영양 부족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철새는 번식지까지 장거리 여행과 이후 번식에 필요한 영양분을 월동지에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가창오리가 필요한 영양분 을 미처 축적하지 못하자 하루가 급한 번식지로의 북상을 미루고 먹이를 찾아 떠도는지도 모른다.
 

영양상태가 나쁜 상태로 북상한다면 올라가는 중간에 폐사하거나 도착하더라도 번식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다. 북상 일정이 늦어지면 적당한 번식지를 차지하지 못하고 새끼를 기르는 시간도 줄어들어 새끼의 폐사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이들의 이동 실태와 건강상태를 확인해 봐야 할 상황이다. 혹시 집단폐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이주기에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 
 

가창오리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보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종이다. 한반도 등 좁은 월동지에 너무 많은 개체가 몰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취약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2012년 수가 너무 많다며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했다. 멸종된 뒤 복원한다고 수선을 떨기보다 서식지에서 잘 보전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글·사진 주용기/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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