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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새벽 4시49분…

 

등록 : 2014.04.01 14:00수정 : 2014.04.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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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낮에는 실내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나, 실외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음. 밤에는 일부 사람들이 잠을 깸. 그릇, 창문, 문 등이 흔들리고,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남. Ⅲ. 실내에서 현저하게 느끼며, 특히 건물 윗층의 사람들은 현저히 느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진이라고 인식하지 못함. 정지하고 있는 차는 약간 흔들림. 트럭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진동이 있음. Ⅱ. 소수의 사람들, 특히 건물의 윗층 소수의 사람들만 느낌. 매달린 물체가 약하게 흔들림. Ⅰ. 특별히 좋은 상태에서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음 /기상청 제공

기자가 느낀 지진 공포

20층 아파트가 흔들렸다. 앉아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바르르 불협화음처럼 떨렸다. 찬장 유리문이 드르르르 남은 떨림을 길게 토해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기자는 일찍 출근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착각했나 싶었지만, 벽에 팻말처럼 매다는 장식용 시계가 통채로 시계추가 된 듯이 흔들리고 있어 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시간을 외워둬야겠다 싶었다. 4시 49분.

 

곧 안방 문이 열리고 주무시던 어머니도 뛰어 나오셨다. 침대에 깐 온수매트 보일러가 터진 줄 알고 전원을 뽑고 나오는 참이라고 했다. 이른 새벽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1일 기상청은 “오전 4시 48분 35초에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지진이 맞았다. 1978년 기상대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네번째로 큰 규모라고 했다. 진도는 0~9로 나뉘는데, 5.1이면 강진(진도5)에 해당한다. 서 있기가 곤란하고 벽에 금이 생기는 등 부실한 건물에 손상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이날 지진으로 5~7초간 진동이 발생해 반경 200㎞에 영향을 끼쳤고, 충남 태안과 서산은 물론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것이 감지됐다. 이번 지진으로 사람이 실감하는 진도는 태안 4, 인천 3, 서울 2 정도였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진도 4는 중진으로 집 안의 불안정한 물체가 쓰러지고, 진도 3은 약진으로 집과 전등, 창문 등이 흔들려 소리가 난다. 진도 2는 경진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느낄 수 있고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기자는 과거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지진의 강도를 직접 느껴 본 적이 있다. 진도 7의 강진에는 파도를 만난 듯 집이 크게 흔들리고, 선반 위의 물건이 와르르 떨어졌다.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물건에 다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집이 무너질 위험도 높아 튼튼한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바닥에 납작 엎드렸지만 그 상태에서 균형을 잡기조차 쉽지 않았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이 진도 7.2의 강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48분께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 서쪽 100㎞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네번째로 큰 규모이다. 2014.4.1 / 대전=연합뉴스(대전지방기상청)
한국은 이제까지 비교적 지진에서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수도권까지 뒤흔드는 지진은 낯선 편이다. 특히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흔들림이 더 잘 느껴진다. 새벽녘 놀란 누리꾼들은 커뮤니티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소식을 전파하며 지진이 맞는지 확인했다. “서산인데 지진이 30초 정도,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seo5), “방금 부천 지진…나만 느꼈나? 침대가 움직이고 창문이 덜덜…”(@anru****), “안양인데 집이 흔들려 놀랬다. 트위터를 열었더니 타임라인이 미친듯이 넘어가며 지진이라고 했다”(@hoon****)라는 글이 곳곳에 올라왔다.

 

마침 만우절인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 핵실험 선언 등으로 정국이 뒤숭숭한 와중이어서 불안감은 더 심했다. “침대가 흔들려서 깼는데, 전쟁난 줄 알고 순간 뭐 챙겨야 하나 고민했다”(flow****, 네이버), “추신수 야구 보는데 아파트가 쿵 하는 느낌이 살짝 나 바다 밑에서 핵 실험하는 줄 알았다”(igel****, 네이버), “아침에 일어났는데 와이프가 ‘새벽에 지진나서 집이 흔들렸어’하길래 뭔 만우절 행사를 새벽부터 하나 했다”(@remi****) 등의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어벤저스2 촬영 스텝들이 한국 와서 겪은 것. 첫째 날 - 한강에서 시체 발견, 둘째 날: 북한 대량 미사일 발사, 셋째 날: 지진”이라는 트위트도 널리 퍼지고 있다.

 

이번 지진은 올해 들어 9번째다. 최근 경도 2~3 사이의 약한 지진이 최근 충남·경북·전남 등 각지에서 있었다. 국내가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내진 설계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일본 같은 지진이 발생하면 오히려 일본보다 피해가 클 것 같다.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rmf3****,네이버) 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진 대피 요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실내에서는 튼튼한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테이블이 없다면 떨어지거나 넘어질만한 물건에서 멀리 떨어져서 방석이나 책가방으로 머리를 감싸고 보호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실외라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간판이나, 무너질 수 있는 돌담, 건물벽 등을 피해 공원 같은 빈 터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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