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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생 종편이 우등생? 심사 아닌 정권 입맛

심사위원 구성 사실상 1인 독재 형태, 공정성 점수도 ‘양호’
 
육근성 | 2014-03-20 12:34:5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방통위가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그간 종편이 보여준 객관적 성적은 형편없이 초라하다. 제대로 평가를 했다면 ‘낙제점’이 나왔어야 마땅하다는 게 중론이다. 

누가 봐도 종편은 ‘낙제생’

심사위원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의결권이 있는 상임위원들 과반은 열등생을 우등생으로 둔갑시켜 놓은 심사결과가 타당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아무리 봐도 종편은 낙제생인 게 확실한데도 말이다.  

먼저 70점이 부과되는 기획·편성 적절성 평가. 2011년 종편 승인 당시 TV조선과 JTBC, 채널A 등은 보도 프로그램 비율을 각각 24.8%, 23.4%, 23.5%을 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방통위는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승인해 줬다.

하지만 종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보도 비율은 TV조선 38%, 채널A 33.1%로 계획보다 보도 프로그램을 50%나 더 늘려 편성했다. 그나마 JTBC만 18.1%로 약속을 이행했을 뿐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사실상 보도전문채널처럼 운영돼 왔다.

그런데도 이번 재승인을 위해 제출한 계획서에는 향후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최대 47%(TV조선)와 38.9%(채널A)로 높이겠다고 돼 있다. 이 정도면 마이너스 점수를 줘야 한다. 그런데도 모두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공정성 항목에서도 양호한 점수

‘방송의 공정성 실현’ 항목에서 종편이 얻는 점수는 보는 이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TV조선과 채널A는 당연히 낙제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 모두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 낙제점이 나오지 않도록 최고와 최하 점수를 적절히 배분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부문은 정성평가만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재정 능력(자체 제작비 투자계획)’ 심사 결과 역시 '양호'. 엉터리 평가다. TV조선의 경우 2011년 승인 당시 연간 118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이뤄진 건 318억원에 불과했다. 채널A는 투자계획의 34.7%, JTBC는 44.2%만 이행했을 뿐이다. 

이번 재승인을 겨냥해 TV조선과 채널A는 투자액을 두 배 정도 늘리겠다는 계획서를 냈다. 하지만 이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JTBC만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2027억원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평가를 했다면 JTBC를 제외한 TV조선과 채널A는 재정능력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두 ‘낙제생’에게 JTBC와 비슷한 점수를 줬다. 낙제생을 우등생으로 만들려고 애당초 작심했다는 얘기다. 

 

낙제생을 우등생으로 둔갑시킨 심사위원들

‘경영계획 적절성(조직 및 인력운영)’ 평가도 엉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종편 3사가 채용한 인원은 모두 1497명. 향후 3년 동안 채용계획은 327명에 불과하다. 2011년 종편 승인 당시 방통위는 종편이 출범하면 1만8000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장담한 바 있다.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종편 탄생을 부추긴 정부. 종편이야 말로 ‘귀태’다. 

이럴진대 그래도 모두 재승인 기준을 거뜬히 넘었다. TV조선은 684.73점을, 채널A는 684.66점, JTBC는 그 중에서 가장 높은 727.01점을 받았다.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이 거부될 수 있는 수준이 650점 이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이 거둔 성적은 양호한 축에 든다. 

어떻게 낙제생이 우등생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독재’가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종편 심사위원과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은 특정 정파의 입장이 100%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심사위원 구성 사실상 ‘1인 독재’ 형태

종편 재승인 의결권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행사한다. 5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3명은 여당 몫이고 2명이만 야당 추천이다. 합의제 정신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여당의 입맛대로 의결이 될 수밖에 없다.

평가심사권을 행사하는 심사위원 구성은 1인 독재 형태다. 15명이 정원인데 3명만 야당 방통위원이 추천하고, 나머지 12명은 여당과 방통위원장의 몫으로 선임된다. 법이나 규정으로 심사위원 비율이 정해지는 게 아니다. 방통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결정한다.  

 

평가 방식도 문제다.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을 막으려면 정량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종편 심사위에서 행해지는 방식은 정성평가. 심사위원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평가 과정에 얼마든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심사 방법, 항목 구성, 채점 방식 모두 불공정 게다가 특별 배려까지

심사결과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는 것도 문제다. 심사위원들도 본인 점수만 알 수 있을 뿐, 심사결과를 보고 의결해야 하는 상임위원들에게도 세부항목에 대한 채점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 총점만 보고 최종평가를 해야 하니 의결권 행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채점표 구성에도 꼼수를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 취약한 항목과 무난한 항목을 한 카테고리에 묶어 큰 항목을 설정해 놓았다. 특단의 항목에서 낙제점이 나와 이것이 ‘재평가 탈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지책인 것이다. 

감점 요인을 최대한 제외시켜 주었다. 행정소송 중인 사안을 감점요인에서 배제한 것이다. 방송심의위로부터 감점을 받은 경우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감점 인정이 보류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종편도 문제지만 이렇게 종편을 살뜰이 배려하는 방통위가 더 큰 문제다. 

야당 뭐하나, 종편 특혜라도 거둬들여야 

심사위원 15명이 내놓은 점수에서 최고와 최저를 제외한 13명의 점수 평균이 최종 평가점수가 된다. 야당 추천 위원이 3명에 불과하다면 심사는 하나 마다다. 심사가 아니라 방통위원장 1인 ‘독재’로 진행되는 요식 행위'나 다름없다.

낙제생을 우등생으로 만들어 놓은 방통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종편에 부여된 특혜는 거둬들여야 한다. 종편 1사1랩 허용, 중간광고와 의무재전송 허용, 10번대 황금채널 부여, 소유규제 특혜 등을 그대로 두려는 건가. 

방통위의 독재를 막을 방도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 12대 3의 구조를 만들어 전횡하는데도 얌전히 앉아 조용히 항의만 하는 야당. 방송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이런 야당을 원하지 않는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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