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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해외시각] 서구열강의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노선 바꿔야

이재호 기자(번역)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1 오후 7:21:40

 

일주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휴전의 기미를 보이는 듯 하더니 다시 교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싸움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희미하고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 휴전을 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문제는 휴전 자체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부주필인 시우마스 밀네(Seumas Milne)는 20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원문보기) 서구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팔레스타인도 무장을 갖출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가자지구를 비롯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힘의 균형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지역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함이다. 밀네는 가자에서 발생한 폭력과 고통이 누그러지는 것은 분명 환영받을 일이지만, 어떤 협상 결과가 나오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서구 정치권의 이스라엘 편들기가 없어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현재 분쟁 지역에 상존하고 있는 힘의 차이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서구의 정치인과 언론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공격에 대해 거들먹거리며 말하는 것을 보며 이스라엘이 좋은 무기로 무장한 다른 국가에 의해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에 직면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언제나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국경 너머로부터 미사일이 날아와 국민의 머리 위에 비처럼 쏟아지는 것을 용납할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발언은 영국 외무장관인 윌리엄 헤이그에 의해 반복됐다. 그는 가자지구의 침공에 대해 하마스의 이슬람주의자들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서구 언론들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공격이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에 보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BBC는 싫증이 나도록(지겹게) 이 사건을 "아주 오래된 증오"로부터 나온 갈등이라고 말했다.
 

▲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곳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사실 지난달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 기록은 군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이스라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하는 카르툼(Khartoum)의 무기 공장을 공격해 10월 말에 15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사살한 것부터 11월 초에 정신 장애가 있는 팔레스타인들을 피격하고 13살 난 아이를 죽인 것, 결정적으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일시적인 휴전 협상을 진행하면서 하마스의 군사 수장인 아흐메드 자바리(Ahmed Jabari)를 죽인 것까지 포함해서 이스라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에게는 새로운 유혈사태를 촉발한 많은 동기가 있다. 우선 이스라엘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이스라엘의 투표 시즌에 앞서서 실행하는 코스 중 하나다) 무슬림 형제단 출신 대통령인 이집트의 모하메드 무르시 (Mohamed Morsy)를 시험해 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하마스에게 다른 팔레스타인 게릴라 조직들을 산꼭대기로 데려가라고 압력을 넣을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란과의 갈등이 있기 전에 미사일 은닉처를 파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이스라엘의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4번째 군사 강국이 가장 초라하고 인구 과잉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퍼부은 지 6일이 지나고 나서 13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5명의 이스라엘이 죽었다. 이스라엘 부총리 엘리 이샤이(Eli Yishai)는 이 작전의 목표가 "가자를 중세시대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발생한 유혈사태는 2008~9년에 일어났던 가자지구에서의 '캐스트 레드'작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작전 당시 3주 만에 1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다. 그러나 누가 전쟁을 시작했고 그것을 확대시킨 것이 누구이며, 혹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군사력 차이에 대한 논란 등이 주요 이슈는 아니다. (심지어 지난달 폭발이 있기 전까지 2009년 이후로 이스라엘 사람은 20명인데 비해 팔레스타인 사람은 314명이 죽었다.)

이스라엘이 "국경 바깥의 적들"로부터 공격당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 일종의 희생자로 그려지는 것은 터무니없는 현실의 전도이다. 이스라엘은 웨스트뱅크와 가자를 불법적으로 점령했는데, 여기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데려온 가족 형태의 난민들이었다. 이곳은 1948년에 이스라엘의 영토로 편입됐다. 그리고 지난 45년간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불법적으로 점거해 왔다.

비록 이스라엘의 정착이 2005년 이후로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가자지구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실효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점령한 곳으로 남아 있다-그리고 이것은 유엔에 의해 인정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땅과 바다 경계, 영해, 천연자원, 영공, 전력통신을 통제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했던 2006~7년에는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사람, 물자, 음식공급을 막고 영토 경계 밖으로 나오는 것도 막았다. 심지어 한 사람당 하루에 2279칼로리를 산출하여 가자사람들이 이것을 지키도록 강제했고, 이는 곧 모범적 "다이어트"의 사례가 됐다. 그리고 이 조치들은 가자 지구를 마음대로 침범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가자 사람들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통제하고 있는 영토를 보호하거나 군대의 힘에 의해 식민지를 만드는 권리가 아니라 무기를 갖추는 것을 포함한 저항의 권리를 갖고 있다. (비록 그것이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지라도) 반면 이스라엘은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전력(電力)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비록 이스라엘이 실제로 2005년에 가자지구의 점령을 끝냈다고 하더라도 가자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이고 그들 영토의 22%는 역사적으로 볼 때 팔레스타인 국가에 귀속된 것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웨스트뱅크와 동(東)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하느냐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다. 팔레스타인이 실제로 실행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무장을 갖출 권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 열강들은 가자지구 포위작전을 비롯하여 재정, 무기 등을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지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습득하는 것을 막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랍과 무슬림 전역에 개입하고 점령하고 침입했던 열강들이 자국의 앞마당에서 그들과 같은 일을 하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로켓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막을 수는 없고 웨스트뱅크와 가자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 미국과 서방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이스라엘에 면책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지난주 가자 지구 공습의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가자 공습은 아랍의 봄이 시작된 이후로 팔레스타인이 다시 무대의 중앙에 서게 된 이유가 됐다.

변화의 물결과 팔레스타인 전역에서의 지지에 힘입어 하마스 역시 2009년 쇠퇴기 이후 저항 세력으로서 신뢰를 다시 얻게 됐다. 또 하마스는 점점 신임을 잃어가는 라말라(Ramallah)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장거리 로켓들의 배치 역시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하게 유지해왔던 전쟁 억지력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지난 20일 시작된 휴전 협상은 하마스에 가자 지구의 치안 유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결정적으로 라파(Rafah)를 열어놓은 것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물건 및 사람을 교역하게 했고, 이는 곧 봉쇄를 깨버린 것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하마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오랜 기간 가자지구의 치안을 담당한 것이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의 분열을 조장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주 가자에서 발생했던 포격, 고통, 죽음이 누그러지는 것은 틀림없이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휴전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폭력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스라엘의 점령과 팔레스타인 땅의 식민화를 끝내거나 혹은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영토를 빼앗는 것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서구 정치권이 이스라엘 일방 지지 노선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 땅에서 힘의 차이에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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