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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언론인’ 문창극 총리 내정...‘제2의 윤창중’ 우려

기자회견하는 문창근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문창극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내정했다ⓒ민중의소리

그야말로 '장고 끝에 악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차기 총리에 '극우 인사'로 평가되는 언론인 출신의 문창극 서울대 초빙교수를 내정했다. 또 신임 국정원장에 이병기 주일대사를 임명했다.

애초 6.4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새 총리가 지명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과 달리 이번 인사는 상당히 지연됐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에는 지명 후 6일만에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의 사례가 있어 도덕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검증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새 총리 인선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는 '박근혜 정부 2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였기 때문이다. 문창극 후보자의 내정을 두고 정치권에선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직 대통령을 향한 '막말'이나 햇볕 정책, 무상급식 등에 적대감을 나타낸 그의 극우 성향이 담긴 글들이 회자되면서 '국민통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 못지 않게 문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상당한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창극 기용, 국정운영 기조 변함없다는 신호

청와대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장과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한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이라며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우리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조력해온 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해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청와대의 발표 이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낮은 자세'로 소감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저는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경험도 없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나라를 위해 애쓰신 박근혜 대통령을 봐서 안전한 대한민국, 또 행복한 대한민국, 나라의 기본을 다시 만드는 그런 일을 제가 미력이나마 저의 마지막 여생을 모아 나라를 위해 한번 바쳐볼까 한다"고 밝혔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 입장발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문창극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내정했다ⓒ민중의소리

박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에 '극우 성향'의 기자 출신인 문창극 후보자를 기용키로 한 것은 세월호참사의 여파나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의 국정운영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선거 결과를 '세월호 심판론'에 따른 민심 이반(離叛)으로 해석하지 않고,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과거부터 쌓여온 적폐를 제대로 바로잡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매진해 달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野 "51%만을 추구하는 朴 정권 위한 인사" 철저 검증 예고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차기 총리에 문창극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인사청문회를 쉽사리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중앙일보 근무 당시 썼던 칼럼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 방미 일정 중의 성추행으로 낙마한 윤창중 전 대변인이 떠오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 내정자는 지난 2009년 5월 26일자 '중앙일보'의 '공인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데 대해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라며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2009년 8월 4일자 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서는 당시 사경을 헤매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비자금 의혹을 들며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은 없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라고 공격했다.

문 내정자는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문 내정자의 짙은 극우성향에 야권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철저 검증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총리 후보에 문창극 전 주필? 국정원장 후보는 이병기 전 대사? 극우 꼴통 세상이 열립니다"라며 "(문 전 주필은) 전직 대통령께 막말을 일삼던 실패한 언론인이다. 낙마를 위해 총력 경주하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한정애 대변인은 "복지확대 반대, 햇볕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등 그간의 언론 활동을 반추해보면 극단적 보수성향으로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닌, 51%만을 추구하는 박근혜 정권을 위한 인사"라고 질타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문창극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두고도 "역사의 신이 대한민국의 수호천사 역할을 했다"는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를 읊어댔다"며 "문창극 내정자 지명은 또다른 인사참사다. 오직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하나만 보고 선택한 이번 총리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인사에서 총리 지명과 함께 공석이었던 국정원장 자리에 이병기 주일대사를 임명했다. 이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무장관 시절 인연을 맺어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을 거쳐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특보와 2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대선개입 사건이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이어 세월호 참사에 따른 대응 논란이 제기된 국정원을 둘러싼 개혁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 임명은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어보인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 측근 인사를 국정원장에 임명함으로써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국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국정원의 개혁은 앞으로도 없다’라는 뜻을 그대로 보여준 인사"라며 철저 검증을 약속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5,6공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관료이자 과거 안기부의 대표적인 정치공작이었던 총풍, 북풍공작의 주역이었다"며 "국가정보원이 존폐까지 거론되며 총체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한 지금, 완전히 정반대의 인사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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