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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사퇴했어도, 대선 정국 안철수에 달렸다"

"안철수 사퇴했어도, 대선 정국 안철수에 달렸다"

정치평론가 6인의 진단 "문재인, 민주당 쇄신 제대로 해야"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3 오후 11:36:28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야권 지지층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선 자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사퇴한 안 후보가 오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고 기존 문 후보의 상승 추이가 있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단일화에 의한 효과는 상쇄돼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짚었다.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협상이 난항을 이루고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담대한 선택이나 아름다운 양보, 이런 그림이 아니어서, 후보 본인은 결단을 한 것이지만 지지층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관건은 얼마나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역할을 주고, 그 역할을 안 후보가 수행할 것이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안 후보가) 백의종군을 약속했는데 얼마나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하루 이틀 추이를 봐야 할 것 같고, 내일이 중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안하다' 할 게 아니라 오늘 밤이라도 정치활동을 하고 후보자끼리 소통하는 모양새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고 비관적 전망도 가능하긴 한데, 민주당이 정당 쇄신을 하고 공동정부로서의 국정비전 등을 동반해 가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진행자인 정치평론가 김종배 씨는 이후 전망에 대해 "안철수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보다 안 후보의 행동이 더욱 중요해진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김종배 씨는 "중요한 것은 안철수 지지그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라며 "일부의 이탈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이탈 표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민주당도 중요하지만 안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김윤철 교수와 마찬가지로 "소극적 지지 범주로 같이 안 움직이면 어렵고,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지원유세를 같이 다니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 가운데 안 후보로 유입됐던 사람들은 이탈할 수 있다"며 민주당에 대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안 후보를 '모셔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TV 토론 이후부터 꼬여 있었다"며 "지지율이 일정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TV 토론 이후 반전은 커녕 오히려 더 하락했다. 그러니 협상이 더 꼬여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안 후보 측이 상세한 배경을 밝히지 않아 '결단'의 이유에 대해서는 논평을 사양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안철수에게는 오늘 오전까지 두 가지의 길이 있었다. 여론조사로 끝까지 갔으면 졌을 것이다. 응집력이 높은 문재인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자신이 주장한 가상 대결에서도 져서 명분에서도 결과에서도 지는 길이 있었고, 담판을 통해 사퇴하거나 양보해 명분에서는 이기는 길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안 후보의 선택은 현명하고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는 이후 국면에서 민주당의 과제에 대해 "그 동안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있던 혁신문제, 친노 패권주의가 드러날 것이고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 있어서 '친노'를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 임용하지 않겠다는지 이런 기득권 포기, 참여정부와 결별하는 인적쇄신 정도는 나와 줘야 (유권자가) 설득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후보. ⓒ뉴시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의 평은 더 신랄했다. 박 소장은 안 후보 사퇴의 의미에 대해 "첫째로 단일화 실패이고, 다음으로는 새정치의 실패"라며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극복하려는 (야권의) 의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민주당에 대해 "엄청난 악재에 봉착한 것이다. '1+1'이 시너지를 내도 박 후보를 이길까 말까인데 안 후보는 '드롭'했고 안 후보의 지지자는 흩어질 것"이라며 "문 후보에게는 충격적이고 당혹스런 국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안는 게 화급한 숙제인데, 간단하진 않을 것 같다"고 야권에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성향의 정치평론가도 <프레시안>과의 통화 첫마디에서 "망했다"고 탄식했다. 그는 "당분간은 어렵다. 안철수를 존중하고, 애지중지하라고 했지 않나.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압박해 내몰면 되나"라며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이 살아난 건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이라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이 보인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났겠나"라며 "그 사람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진다"고 덧붙였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면 안 후보의 지지층은 박 후보보다는 문 후보에게로 갈 것 같다며, 다만 그 전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에 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위원 역시 "당분간은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가 중요하다"며 "문재인 지지층이야 어차피 투표소에 갈 테고, 안철수 지지층을 끌어안아 투표장에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 연구위원은 안 후보 지지층의 선택에 영향을 줄 두 가지 요인으로 '박근혜 변수'와 '문재인 변수'를 꼽았다. '박근혜 변수'에 대해 그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등 중도 포용이 아닌 보수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박 후보를 지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중도층은 박근혜나 안철수로 가지 문재인으로는 가지 않았던 국면에서, 박 후보의 보수행보로 이 중도층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이어 '문재인 변수'에 대해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가려져 있던 민주당 혁신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 여기에 따라 안 후보를 지지했던 20~30대들과 '민주당 때문에 문재인 이 못 미덥다'던 사람들이 투표장에 와 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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