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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여섯살 때 아버지 사망, 13살때부터 섬에서 머슴 산 이 사람

12월 겨울 초입

 
서영남 2012. 12. 05
조회수 329추천수 0
 

 
 
20121205_2.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어느새 12월입니다.
 
 
 
엄청 추운 날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걱정이 되는 날씨입니다.
 
고마운 분들 덕분에 김장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특히 여성 감정평가사 모임에 감사드립니다. 김장비용을 도와주시고 또 그 추운 수요일에 김장을 거들어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의 집에 새 식구가 오셨습니다.
 
세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아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닌 것이 학교 생활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겨우 이름 석자를 씁니다. '확인용'이라는 글자가 너무 어려워 '학인용'이라고 썼습니다.
 
남해안 어느 섬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열세 살 때 처음으로 배를 탔습니다. 엄청 얻어맞았다고 합니다. 서른 즈음에 어떤 여자를 만나 동거를 했는데 돈 막 쓰다가 도망가버렸답니다. 카드 빚 막아주느라 죽을 고생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다리를 다쳤답니다. 아프니까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악순환이 되어 이제는 거의 고관절을 쓰지 못합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 결과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해야만 다리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민들레의 집으로 주소 이전을 하고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잠을 편히 자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이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요즘은 베로니카와 함께 꿈을 꿉니다.
 
고마운 분께서 인천 시청 근처에 있는 어느 빌라 반지하 방을 2년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빌려주셨습니다. 방 두칸짜리 도시가스가 되는 아담한 방입니다. 이제 내일 모레쯤 벽지를 바르고 전기선과 전등을 교체하고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등 살림살이를 마련하면 세 분의 VIP 손님들께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분을 초대하면 좋을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은 방에 한 분, 큰 방에 두 분이 오손도손 살 수 있게 해 드리면 참 좋겠습니다. 멋진 성탄 선물이 될 것입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이 사는 집들 중에는 다섯 집이 석유 보일러를 씁니다. 아주 조금씩 기름을 넣어드렸습니다. 제발 아껴서 아껴서 쓰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 상3동 성당의 사회복지분과에서 민들레국수집에 옷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필리핀 빠야따스에 성탄절 선물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여름 옷이 많아서 3일이나 4일쯤 필리핀으로 화물을 보내면 성탄 전에 빠야따스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 가게에 두터운 겨울 잠바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 많던 옷들이 우리 손님들께로 갔습니다. 패딩잠바!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는 매일 오륙십 분의 우리 손님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 발표를 하십니다. 서울에서 오시는 분들은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멋집니다. 비록 노숙을 하면서 식사하러 인천에 오고 가기 위해 전철을 탔지만 책을 읽는 우리 손님들!
 
12월 22일에는 우리 VIP 손님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립니다.
부평 모짜르트 카페에서,
쥴리어드 출신이신 중앙대 음대 교수이신 분께서 동료 고수님들과 함께 멋진 클래식 성악을 선물해 주십니다.
맛있는 도시락과 간식 그리고 성탄 선물이 준비될 것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곧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리모델링 하고 식당 열 준비를 한 다음에 예행연습으로 운영하다가 2013년 4월 1일 만우절에 민들레국수집 10주년을 기념해서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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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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