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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은 왜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났을까?

 
 
한호석의 진보담론 <136> 새로 공개한 북의 잠수함발사미사일 분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11/03 [10:1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사진 1> 이것은 신포항과 마양도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마양도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해역에 자리잡고 있어서 바다안개가 자주 낀다. 바다안개가 미국 정찰위성의 시야를 가려주는 것이다. 섬의 서북쪽에는 네 군데의 깊숙한 만들이 있고, 섬의 동남쪽에는 가파른 해안절벽이 있어서 잠수함기지를 건설하기에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북은 마양도에 거대한 해안동굴식 입구를 가진 지하잠수함기지를 건설하였는데, 지하정박장, 자하정비장, 지하조함장을 갖추었고, 기지방어를 위해 지대공미사일과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한 미사일기지들도 있다. 마양도 전체가 거대한 잠수함기지인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내다놓은 미사일발사관


지난 8월 하순부터 미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이 북의 잠수함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몇 차례 보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관련정보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극우성향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 2014년 8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북의 잠수함에 설치되는 미사일수직발사관 한 기를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하였다는 것이다. 그 보도기사는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의 미사일수직발사관을 언제, 어디서 촬영하였는지 언급하지 않았는데,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4년 9월 15일 보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주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첩보위성이 올해 초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의 마양도잠수함기지에서 미사일수직발사관으로 보이는 장비를 포착했다. (줄임) 수직발사관은 잠수함에 탑재되지 않고 지상에 거치된 상태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정보를 읽어보면, 지난 1월 미국 국가정보기관은 북의 마양도잠수함기지를 촬영한 정찰위성영상자료에서 미사일수직발사관 한 기를 발견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양도잠수함기지는 어떤 곳일까? 함경북도 신포항 동남쪽에 있는 그 섬은 신포항에서 약 4km 떨어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마양도의 행정구역은 신포시에 속해 있다. 그 섬의 면적은 8㎢이고, 둘레는 40km다. <사진 1>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며 발생시키는 바다안개가 그 섬 일대를 자주 뒤덮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의 시야가 가려질 뿐 아니라, 섬의 서북쪽에는 깊숙이 패인 만(灣) 네 군데가 육지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고, 동남쪽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이어지는 험한 지형으로 되어 있어서, 잠수함기지를 건설하기에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춘 섬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그 섬에서 외래침략군과 싸우는 조국수호전에 투입할 군마를 길렀기에 섬의 이름을 마양도(馬養島)라 불렀는데, 오늘날 북은 그 섬에서 조국통일대전에 투입할 잠수함 전력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2010년 5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마양도잠수함기지는 “대규모로 지하화된 잠수함기지”다. 아니나 다를까 마양도잠수함기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을 보면, 잠수함이나 군함이 정박하는 해상작전부두가 여섯 군데 있고, 기지방어를 위한 미사일기지가 세 군데 있고, 지하잠수함기지에서 해저로 드나드는 해안동굴식 출입구가 두 군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마양도 전체가 거대한 잠수함기지인 것이다.


1996년 9월 강릉잠수함사건 당시 한국군에게 피체되어 유일하게 생존한 북의 잠수함 조타수는 <조선일보> 2010년 5월 31일 기사에서 “함경남도 마양도 해군 4전대에 있는 잠수함수리소에 들어가면 북한 잠수함 집합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목격담에 따르면, 마양도잠수함기지에는 잠수함을 은폐, 엄호하는 지하정박장만 있는 게 아니라 잠수함을 수리, 정비하는 지하정비장도 있는 것이다. 지하정박장과 지하정비장이 있으므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지하조함장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이제껏 오랜 세월 동안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차단한 지하잠수함기지 안에서 잠수함의 건조와 무장탑재, 정박과 출동, 수리와 정비 등을 은밀히 진행해오던 북은 올해 초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지하잠수함기지 밖에 내놓는 매우 이례적인 노출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북은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실수로 지하잠수함기지 밖에 잠시 놓아두었던 것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날의 이례적인 행동은 의도적인 노출이었다. 북은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미국 정찰위성에 일부러 노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들은 자기의 전략무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특수상황에서는 적국에게 자기의 전략무기에 관한 정보를 넌지시 알려줄 필요도 있다. 적국을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기를 꺾어놓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북은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의도적으로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함으로써 조선인민군 잠수함연합부대가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강력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게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올해 초 미국은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이 촬영된 정찰위성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북이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마침내 실물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북과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경우 북이 사전에 은밀히 출동시킨 잠수함연합부대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좋은 바다 속에 매복해 있다가 불시에 미국의 수도와 군사전략거점들을 향해 핵탄을 장착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면 미국의 멸망은 피할 수 없을 터이니, 미국이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에는 노후화된 소형 잠수함들만 있다는 허위선전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에게는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북은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스텔스 핵공격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고 운용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잠수함강국이다. 일본도 자칭 잠수함강국이라고 하지만, 북의 잠수함 전력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의 놀라운 잠수함 전력에 관해서는 지난 6월 23일과 9월 15일 <자주민보>에 각각 실린 나의 글 ‘세계가 놀랄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의 위력’(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615)
과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7667)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올해 초 미국은 자국 정찰위성이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을 촬영하였다는 중요한 정보를 8개월이 지나도록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였다. 북이 세계 최강의 잠수함강국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미국은 입을 다문 것만이 아니라 부랴부랴 대응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이다.

 

▲ <사진 2> 미국 군부는 2014년 2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와이의 진주항-힉컴합동기지에 있는 제613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일본자위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북이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을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게 노출한 것을 보고 놀란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여 대북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전급 모의전쟁연습을 부랴부랴 실시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미국 공군 웹사이트 2014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2014년 2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와이의 진주항-힉컴합동기지에 있는 제613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일본자위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 V(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Wargame V)’를 실시하였다. 이 모의전쟁연습은 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대북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전급 전쟁연습이었다. <사진 2>


하지만 일본자위대를 대북미사일방어체계에 끌어들여 북의 미사일공격을 막아보려는 미국군의 노력은 조선인민군 잠수함연합부대의 잠대지미사일공격 앞에서 헛고생으로 끝날 것이다. 왜냐하면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대지탄도미사일도 막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막아보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이야기다.

 

▲ <사진 3> 이것은 상업위성이 촬영한 신포조선소의 신축 시설물 영상자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디즈는 이 시설물이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위한 시험장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그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신포조선소에 신축된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니다


미국 정찰위성이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을 촬영한 때로부터 약 10개월 뒤인 지난 10월 28일 미국의 대북정보 민간웹사이트인 <38 노스(North)>에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iz, Jr.)의 글이 실렸다. ‘북코리아: 해상배치탄도미사일의 수직발사를 위한 시험시설이 포착되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버뮤디즈는 미국에서 조선인민군 연구자로 알려진 군사전문가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는데도, 거의 쓰이지 않는 해상배치(sea-based)탄도미사일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굳이 선택한 것부터 좀 이상한 느낌을 준다.


그의 글에 따르면, 상업위성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위해 신포조선소에 신축한 연소시험장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글에 따르면, 2013년 9월에 촬영된 상업위성사진에서는 북이 기존의 작은 수직연소시험대를 철거하고, 그보다 더 큰 수직연소시험대를 건설하면서, 그 주변에 수직연소시험대와 관련된 여러 시설물들도 건설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 공사는 2014년 4월에 끝났다는 것이다.


상업위성사진을 분석한 버뮤디즈의 주장에 따르면,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35m, 약 30m인, 콘크리트로 포장된 연소시험장 한복판에 높이가 약 12m인 연소시험대(test stand)가 곧추 세워졌고, 그 옆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41m, 약 32m인 공간에 정사각형 시험격실(test cell) 40개가 가득 들어찬 시설물이 신축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연소시험대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25m 떨어진 곳에 가로와 세로가 각각 80m, 10m인 보호제방(protective berm)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4> 이 상업위성사진은 버뮤디즈가 연소시험장이라고 추정한 시설물을 찍은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콘크이트로 포장된 마당 한복판에 약 12m 높이로 곧추 세워진 물체가 보인다. 버뮤디즈는 그 물체를 연소시험대라고 추정하였다. 그런데 연소시험장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화염방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닌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처럼 버뮤디즈는 신포조선소에 신축된 그 시설물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이라고 추정하였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오판이다. 아래와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대에 수직으로 세워놓고 연소시험을 실시하면 엄청난 화염이 방출되는데, <사진 4>에 나타난 그 시험장에는 화염방출구가 없다. 화염방출구가 없으면,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버뮤디즈는 자신이 보호제방으로 추정한 시설물이 연소시험에서 방출되는 화염과 후폭풍을 막아주는 차단물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런데 그가 보호제방으로 추정한 차단물은 북쪽과 동쪽에만 축성되었고, 남쪽과 서쪽에는 없다. 보호제방을 축성하려면 동서남북으로 둘러싸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남쪽과 서쪽은 터놓았다.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제1부속건물과 제2부속건물이 연소시험장에서 각각 약 30m, 약 4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근거리에 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두 채가 연소시험장에서 약 8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 건물들은 모두 보호제방이 없는 공간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연소시험에서 방출되는 화염과 후폭풍을 막아주는 차단물은 당연히 부속건물 앞에 세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화염과 후폭풍이 방출되면 그 건물들은 당연히 화재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그 시설물은 지난 4월에 완공되었는데, 완공된 이후 그 시설물에서 연소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연합뉴스> 2014년 11월 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지난 시기 지상실험시설과 해상실험시설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수직발사실험을 계속 실시해왔다는데, 버뮤디즈가 연소시험장으로 추정한 그 시설물에서는 완공 후 반년이 지나도록 연소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 시설물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시설물을 철거하고 신축한 것인데, 철거된 옛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었다면 이전에 그곳에서 연소흔적이 발견되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철거된 옛 시설물에서도 연소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넷째, 함경북도 북청군과 흥원군에 각각 인접한 신포시는 북측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어항도시다. 신포명란젓과 북청명태가 신포의 특산물이다. 조선중앙통계국이 2008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신포시 인구는 15만2,759명이다. 신포조선소 인근에는 원양어업기지인 신포수산련합기업소와 대형 해산물가공공장들이 집결되어있고, 평양과 라진을 연결하는 평라선이 지나는 신포역도 있다. 그런 어항도시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실시하여 폭음과 화염을 방출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건설부지를 다른 데서 찾지 못해 하필 어항도시 안에 연소시험장을 건설하였겠는가! 


다섯째,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에 마양도잠수함기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은 그 지역을 일상적으로 감시한다. 중요한 군사시설을 미국 정찰위성에 절대로 노출하지 않는 북이 그처럼 미국 정찰위성의 집중감시를 받는 지역에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을 건설하였다는 버뮤디즈의 추정은 납득되지 않는다.


여섯째,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운용해오고 있는 북이 이제 와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을 또 다시 건설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시설물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난 흐릿한 형태만 보고서는 알기 힘들다. 아마도 그 시설물은 신포조선소가 어선건조를 위해 세워놓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 <사진 5> 이것은 지난 10월 초 상업위성이 신포조선소 정박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처음 보는 잠수함 한 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잠수함은 북이 1994년에 수입한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이미 오래 전에 건조하여 그 동안 운용해온 수상배수량 4,000t급 잠수함이 아니다. 신포급 잠수함으로 부를 수 있는 이 잠수함은 북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골프급 잠수함보다 작은 수상배수량 3,000t급 잠수함인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고, 신포급 잠수함에는 그보다 크기가 작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된다. 그 두 미사일은 모두 전시에 핵탄을 싣고 미국 본토로 날아갈 초강력 전략미사일들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난 잠수함은 최근에 건조된 잠수함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0월 19일 <38 노스>에 흥미로운 분석기사가 실렸다. 버뮤디즈가 쓴 그 글의 제목은 ‘신형 잠수함 획득한 북의 해군(The North Korean Navy Acquires a New Submarine)’이다. 그 글에서 그는 외부에 ‘봉대보일러공장’으로 알려진 신포조선소의 정박장을 최근에 찍은 상업위성사진에 처음 보는 잠수함 한 척이 나타났다고 서술하면서, 상업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그 잠수함의 길이는 약 67m, 폭은 약 6.6m, 수중배수량은 900~1,5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사진 5>


원래 신포조선소는 어선을 건조하는 곳이므로, 그 조선소의 정박장에는 잠수함이 정박하지 않는다. 북의 잠수함이 정박하는 곳은 바로 옆에 있는 마양도잠수함기지다. 그런데 왜 마양도잠수함기지가 아닌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잠수함이 나타난 것일까?


버뮤디즈는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난 잠수함이 러시아의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이나 라다급(Lada-class) 잠수함과 외형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 잠수함의 함수가 러시아의 킬로급 및 라다급 잠수함들의 함수와 마찬가지로 달걀처럼 둥그렇게 생겼다는 뜻이다.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매우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잠수함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는 지난 11월 2일 남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Golf-class) 잠수함을 수입하여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잠수함은 위에서 언급한 버뮤디즈의 글에 나오는, 얼마 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 잠수함이라고 하였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건조한 북의 잠수함을 북에서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골프급 잠수함이라 부른다. 또한 얼마 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모습을 드러낸 북의 잠수함을 북에서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신포급 잠수함이라 부른다.

 
위에 인용한 언론보도에서 남측 정부소식통은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골프급 잠수함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북의 잠수함개발사에 대해 무지한 남측 언론매체들은 남측 정부소식통의 그 말을 믿고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동일한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오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서로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이라는 사실을 논증하려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800t이고, 함체길이는 98.4m이고, 함체너비는 8.2m이다.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자국산 골프급 잠수함을 건조하였는데, 그것은 복제가 아니라 개량이었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보다 크기가 좀 더 크게 설계되었던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주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신형잠수함에 대해 보고를 하는 김광진 차수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서 건군절을 맞은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모형 앞에서 당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광진 차수의 보고를 받는 장면을 촬영한 기록사진이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 사진에 나타난 북의 신형 잠수함 모형은 함체 등부에 2층 공간을 얹는 방식으로 수직공간을 크게 확장한 잠수함이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에는 미사일발사관을 3문밖에 설치하지 못하지만, 북이 개발한 골프급 잠수함에는 미사일발사관 10문이 설치되었다. 수상배수량 4,000t급인 북의 골프급 잠수함은 함체길이가 약 110m이고, 함체너비가 약 13m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9월 15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7667)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의 신포급 잠수함은 수상배수량이 2,500~3,000t, 함체길이가 약 67m, 함체너비가 약 6.6m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함체길이와 함체너비에 대한 추산은 버뮤디즈의 글에서 따온 것이고, 수중배수량은 버뮤디즈의 엉터리 추산을 그대로 인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크게 증대시켜놓은 것이다. 버뮤디즈는 신포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을 900~1,500t으로 추산하였는데, 너무 엉터리로 추산한 것이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800t이고, 함체길이는 98.4m이고, 함체너비는 8.2m이고, 나의 추산에 따르면, 북의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약 4,000t이고, 함체길이는 약 110m이고, 함체너비는 약 13m이다. 그런데 신포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500~3,000t이고, 함체길이는 약 67m이고, 함체너비는 약 6.6m라고 하니,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이나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비교해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서로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둘째, 북이 골프급 잠수함을 개발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4년 11월 2일 보도기사에서 남측 정부소식통은 북이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해 “최근에 진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최근진수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1994년에 수입하였고, 199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4년에 진수했다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북이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그보다 더 성능이 좋은 골프급 잠수함을 만들어내기까지 20년이 걸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고, 북의 잠수함건조경험과 잠수함건조기술을 생각하면, 아무리 늦춰 잡아도 7~8년 뒤에 자국산 골프급 잠수함을 건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이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건조되었다면, 북의 신포급 잠수함은 언제 건조되었을까?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매우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서는 신포급 잠수함의 건조시기를 추정하기 힘들다. 다만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최근 몇 해 사이에 건조된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건조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포급 잠수함은 신형 잠수함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포급 잠수함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싣는 장면이 포착되다


지난 11월 2일 남측의 주요언론매체들은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진수는 되었지만, 거기에 탑재할 잠대지탄도미사일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북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할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험을 지상과 해상에서 수십 차례나 실시하였으나 아직 실험성공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상실험시설과 해상실험시설의 규모와 실험진행속도를 보면 앞으로 1~2년 안에 잠대지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실험이 완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측 주요언론매체들의 이런 보도행태는 그들이 북에 관한 보도기사에서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미완성설이다. 


미국과 남측은 북이 신형 무기를 공개할 때마다 그 무기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미완성설을 날조하여 퍼뜨렸다. 화성-10호 중거리미사일이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주체식 미싸일요격종합체가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화성-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신형 방사포가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이번에 북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할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하였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투적인 미완성설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다.


상투적인 미완성설을 논파할 유력한 증거는 지난 2014년 10월 19일 <38 노스>에 실린 버뮤디즈의 글 ‘신형 잠수함 보유한 북의 해군’에 나오는 상업위성사진에서 발견되었다. 그 상업위성사진에는 기다란 상자처럼 생긴 물체를 신포급 잠수함에 싣기 위해 부두에서 잠수함 사령탑 쪽으로 놓아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 역시 북이 미국 정찰위성에게 드러낸 의도적인 노출행동이었다.


버뮤디즈는 그 물체의 길이가 약 8.4m이고, 너비가 약 65cm인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 기다란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던 것일까? 버뮤디즈는 그 기다란 상자에 미사일이 들어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했지만, 잠수함에 싣는 물건들 가운데 그처럼 길이가 긴 물건은 미사일밖에 없다. 그것은 미사일을 무기고에 보관하거나 무장탑재를 위해 운반할 때 사용하는 상자이고, 그 속에는 길이가 약 8.2m이고, 지름이 약 60cm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미사일이 아니라 어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의 잠수함에 탑재되는, 길이가 7.2m이고, 지름이 53.3cm인 533mm 중어뢰는 그 상자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 <사진 6> 1960년대에 미국이 만든 1세대 잠대지탄도미사일 폴라리스가 잠수함 수중발사대에서 발사되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이다. 북은 이런 종류의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초강력한 잠수함대를 운용하고 있다.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축소판이므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략잠수함과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은 조선,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여섯 나라밖에 없다. 최근 인도가 잠대지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이 원래 잠대지탄도미사일로 개발한 화성-10호는 길이가 12m이고, 지름이 1.5m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상업위성사진 속의 잠대지탄도미사일보다 길이가 약 4m, 지름이 약 90cm 더 길다. 그러므로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화성-10호와 같은 종류의 미사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화성-10호보다 크기가 작은, 북이 이제껏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미국이 만든 잠대지탄도미사일들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은 1세대 잠대지탄도미사일인 폴라리스(Polaris)보다도 크기가 조금 더 작다. <사진 6> 폴라리스 사거리는 4,600km이므로,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약 3,0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상배수량 4,000t급인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고, 수상배수량 3,000t급인 신포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보다 작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날 신포조선소 정박장에서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는 미사일상자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꺼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과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모두 전시에 핵탄두를 싣고 미국 본토로 날아갈 핵탄미사일들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은 미국을 벌벌 떨게 만드는 핵공격잠수함들인 것이다. 미국이 북의 잠수함들이 쏘는 핵탄미사일들을 막아낼 아무런 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닥치는 핵탄피격위험은 증폭된다. 그들은 핵탄피격위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북은 2014년 1월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일부러 놓아둠으로써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보유하였음을 미국에게 넌지시 알려주었고, 지난 8월에는 그 잠수함기지에서 4km 떨어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신포급 잠수함을 정박시켜놓고 그 잠수함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싣는 장면까지 미국에게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느끼는 핵탄피격위험을 더욱 증폭시켜놓았다. 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략무기 노출강도를 차츰 높여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북의 잠수함이 어떤 놀라운 모습으로 미국을 경악과 충격에 몰아넣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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