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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 건보료 5만원, 전 건보공단 이사장은 0원”

등록 : 2014.11.06 11:52수정 : 2014.11.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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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70만원이 담긴 새하얀 봉투를 남겼다. 방세 50만원과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수도료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보체계 개편 주장
“모든 가입자에 소득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돼야”

14일 퇴임을 앞둔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퇴직하면 송파 세모녀도 5만원씩 내던 건강보험료를 본인은 내지 않게 된다며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6일 오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퇴직하면 수천만원의 연금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전직 건보공단 이사장인 저는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바뀌어 보험료가 0원이 된다”며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짚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조건을 △이자·배당소득 합산 4천만원 이하 △사업소득 없음 △근로·기타 소득 합산 4천만원 이하 △연금소득의 50% 금액 2천만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산 9억원 이하로 규정한다. 김 이사장은 본인이 이 조건들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만약 김 이사장을 부양하는 가족이 없다면 김 이사장은 일반 지역가입자가 돼 5억6천여만원의 재산과 성·연령 등으로 추정하는 평가 소득 등을 기준으로 월 18만9470원의 보험료를 내야한다. 똑같이 기존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자인데다가 부양 가족이 없어 생활이 더 힘들어지는데 건강보험료까지 납부해야하는 것이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 이사장은 “반면 올해 초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는 성·연령 및 전월세를 기준으로 매달 5만140원을 납부해야 했다”며 “동일한 보험집단에서는 모든 가입자에게 소득을 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구성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지난 9월까지 11차례에 거쳐 개선 방향을 논의했지만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김종대 이사장의 글 전문

 

 

이제 저는 다음 주(11월 14일)가 되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납니다. 퇴임을 얼마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퇴직하고 나면 나는 얼마의 보험료를 내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직장을 떠나게 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는 궁금증일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에서 퇴직하면 제 건강보험 자격은 어떻게 바뀌고, 보험료는 얼마가 될지 따져봤습니다. 그 결과를 공개하려면 부득불 개인적인 정보들을 밝혀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제 사례이니 만큼 그 어느 사례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려 합니다.

 

1. 현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

 

우선, 현 시점에서의 제 건강보험 자격과 보험료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제6조)에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은 직장가입자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용자인 저는 직장가입자입니다. 월급(보수) 외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별도의 종합과세소득이 없는 직장가입자라면, 자신의 보수월액에 보험료율(5.99%, 2014년 기준)을 곱한 금액의 절반을 보험료로 부담하게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사업장이 부담합니다. 현재 제 보수월액은 12,411,130원이고, 이 금액의 5.99%인 743,420원의 절반인 371,710원을 매월 납부하고 있습니다.

 

2. 퇴직 후 예상 건강보험료

 

직장가입자의 자격변동은 그 사용관계가 끝난 날의 다음날 이루어집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9조) 그렇다면 제가 건강보험공단에서 퇴직한 다음날인 11월 15일이 되면, 저의 자격과 보험료는 어떻게 바뀔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바뀌고, 보험료는 0원이 됩니다. 제 아내가 직장가입자이고, 저의 소득과 재산 등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충족시키기 때문입니다. 직장가입자인 아들과 딸의 피부양자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제가 피부양자가 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조건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제2조)에는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소득요건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계액이 4천만원 이하일 것

 

② 사업소득이 없을 것

 

③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의 합계액이 4천만원 이하일 것

 

④ 연금소득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 2천만원 이하일 것

 

부양요건은 ‘재산세 과세표준액의 합이 9억원 이하일 것입니다.

 

그럼 실제로 제 소득과 재산이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제 소득과 재산에 대한 자료는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자격 및 부과 DB에서 보험료 부과에 실제로 활용하는 자료들입니다.

 

우선,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4천만원을 넘지 않아 국세청으로부터 공단에 통보된 자료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세청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합계액이 4천만원(2013년 귀속분부터는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금액을 통보하고 있습니다. 3년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만 일했으니 신고된 사업소득도 없습니다. 신고된 다른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도 없습니다. 퇴직 후에는 시골에 내려가 주경야독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사업ㆍ근로ㆍ기타소득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금소득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소득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금액입니다. 저의 퇴직 시점에서 소득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2013년 연금소득 총액입니다. 제가 2013년에 수령한 연금 총액은 2046만원이었습니다.(건강보험공단에 재직중이므로 관련 법률에 따라 50%만 지급되었습니다.) 연금소득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은 1023만원이므로 시행규칙에서 규정된 2천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2015년이 되어도, 2014년 연금소득 총액은 2325만원(2013년과 마찬가지로 50%만 지급받은 금액) 정도이므로 2015년까지는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소득요건이 충족됩니다. 퇴직 이후인 2015년부터는 연금을 전액 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연금소득이 연간 4천만원을 넘겨 피부양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고 2016년부터는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것입니다.

 

재산이 있긴 하지만, 부양요건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퇴직 시점에서 부양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시점은 2014년 6월 1일입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제 소유의 재산은 경북 예천군에 있는 논(답) 2,721㎡과 대지 119㎡, 강남구 신사동 소재 아파트 한 채입니다. 재산세 과세표준액은 논과 대지가 2243만원이고, 아파트가 5억 4240만원입니다.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계 금액은 5억 6483만원으로 9억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이 충족되어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가 됩니다. 따라서 제가 갑자기 다른 소득이 생기거나 재산이 늘어나는 등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저는 오는 12월부터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됩니다.

 

3. 만약 지역가입자가 된다면?

 

국민건강보험법(제6조)은 피부양자를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 형제ㆍ자매’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가입자’란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가입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지역가입자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제 소득(연금)과 재산(토지, 주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기준은 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와 500만원 초과인 경우가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제 소득을 살펴보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2013년 기준으로 2046만원의 연금소득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 소득 산정시 연금소득은 20%만 반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410만원(연금소득 2046만원의 20%)이 제 소득입니다. 저는 소득 500만원 이하 세대에 포함됩니다.

 

소득 500만원 이하인 세대에 대해서는 자동차, 재산, 평가소득(성ㆍ연령ㆍ재산ㆍ자동자ㆍ소득으로 추정)에 따른 점수에 점수당 보험료 175.6원(2014년 기준)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평소에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 소유의 자동차는 없습니다. 재산은 과세표준액 5억 6483만원에 해당하는 점수가 841점입니다. 평가소득은 238점(성․연령 1.4점, 소득 9점, 재산 12.7점, 합계 23.1점)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제 보험료 부과점수는 총 1079점이고, 여기에 175.6원을 곱한 189,470원이 제 보험료가 됩니다.

 

4. 송파 세모녀는 5만원,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0원

 

제가 퇴직 후 건강보험료를 계산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퇴직하고 나면 나는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지역가입자였다면 20만원 가량을 내야 했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송파구 석촌동의 지하방에 살던 60대 어머니가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두 딸과 세상을 등졌습니다. 직장이 없던 세 모녀는 지역가입자였고, 성ㆍ연령 및 전월세를 기준으로 산정된 보험료로 매달 50,140원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반면, 수천만원의 연금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인 저는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피부양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선택권이 있다고 해도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등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2011년 11월 15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노‧사대표, 임직원, 관계전문가 등 199명으로 ‘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를 구성하여 7개월에 걸친 작업결과,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등 6개 개혁방안을 담은 「실천적 건강복지플랜」을 마련하여 2012년 8월 9일 정부(보건복지부)와 국회에 관계 법령의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건의했습니다.

 

그 결과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2013년 2월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되었으나 아직 정부의 개편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재와 같이 가입자마다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다르지 않고, 동일한 보험급여를 받는 동일한 보험집단(5천만 전국민)에서는 모든 가입자에게 소득을 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며 국제적 보편기준입니다.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의 조속한 개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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