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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헌장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서울시 측의 3가지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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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장이 명시되었다는 이유로 인권헌장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낍니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이 3일 발표한 성명의 한 부분이다. 서울시 인권헌장이 사실상 폐기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이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기독교 목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관련기사 : 박원순, "인권헌장 표결 대상 아니다"

 
 

아래는 인권헌장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박 시장 측의 3가지 실책이다. 
 

1. 민주적 절차를 묵살했다

인권헌장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드러난 건 ‘비민주성’이다.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의결된 인권헌장 제정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 만장일치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eoul

서울시가 성소수자 권리 보호 조항 삽입 여부로 논란을 빚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마지막 시민위원회를 개최한 28일 서울 시청앞에서 조항 삽입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은 ‘인권헌장은 표결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도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듯이 인권헌장도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애초 ‘인권헌장을 합의로 처리한다’는 합의는 없었다. 서울시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아래는 인권헌장 제정 작업에 참여했던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시민들이 4개월 동안 6번의 회의를 통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결과물을 어떻게 이렇게 간단히 내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시는 지금도 '합의 무산'을 언론에 이야기하느라 분주하지만, 정작 열성적으로 참여해온 시민위원들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일언반구 아무런 해명조차 없다. (오마이뉴스 12월3일)

 
 

더구나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의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가 발표한 집계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위원회 전문위원들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빼앗고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면서 서울시의 ‘용도 폐기’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개신교 등 보수단체들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인권헌장 제정을 반대하자 서울시가 애초 없던 ‘합의’를 내세워 논란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12월1일)

 
 

사실 77명 중 60명 찬성이라는 공식기록에도 많은 의심이 있습니다. ‘오류’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마지막 표 집계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연되었다가 겨우 발표되었습니다. 시민위원들이 발표 안 하고 뭐하냐고 소리를 칠 정도였으니까요.

나중에 당시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계산해도 당시 참석인원은 77명보다 많습니다. 기권자 숫자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슬로우뉴스 12월3일)

 
 

 

2. 동성애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박원순 시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동성애와 인권에 대해 말했다.

“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말도 했고, “이미 한국의 많은 동성커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아직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국 헌법은 그들을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관련기사 : 박원순, 동성애 인권에 대해 말하다

 
 

이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보수 언론, 동성애 혐오 집단들은 박 시장을 물고 늘어졌다.

당장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원진 / 새누리당 의원
"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 이 발언을 하신 적이 있죠?" (TV조선 10월14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동성 결혼 이슈에 공개적 지지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최근 여러 시민단체가 “서울시가 동성애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동성애에 부정적인 시민단체와 보수층, 기독교, 유림 등 각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동아일보 10월14일)

 
 

인터뷰에 보도된 박 시장의 발언은 꽤 분명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당시 서둘러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진의’와는 무관하게 동성애 혐오집단의 반발에 못 이겨 발을 슬쩍 뺀다는 해석을 낳기 충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공청회에 난입해 폭언을 쏟아내고 물리력을 동원해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든 동성애 혐오 집단에게 서울시가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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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지켜져야 할 성소수자의 인권을 흥정의 대상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장기적으로도 큰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행복하게 살 권리’, ‘존엄을 보장받을 권리’ 같은 것들보다 덜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인권은 만장일치 합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권은 원칙이고, 따라서 보편타당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재일교포의 인권을 ‘혐한단체’ 재특회와 합의할 수 없고, 비백인의 인권을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와 합의할 수 없듯,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동성애 혐오집단과 합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을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합의’와 ‘논란’을 빌미로 인권헌장을 폐기하는 것은, 결국 반인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헌법상 평등권을 부정하는 집단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공익인권변호사 공동성명 12월3일)

 
 


 

3. 동성애를 찬성·반대의 문제로 후퇴시켰다

박원순 시장이 기독교 목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살펴보자.

동성애와 관련 박 시장은 성전환자에 대한 보편적인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며,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박 시장이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보도는 와전되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기독신문 1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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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동성애를 인권·반(反)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와 ‘반대’의 차원으로 격하시켰다. 동성애 혐오 단체들은 박 시장의 이 발언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서울시민인권헌장'에 대한 박 시장의 뚜렷한 의지 표명을 한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향후 이 사안에 대하여 박 시장이나 서울시는 그 어떠한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동성애 합법화를 위한 시도가 없기를 촉구한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12월5일)

 
 

최근 서울시가 동성애를 용인하는 내용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채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 앞으로도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해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임을 천명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12월5일)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은 ‘찬·반’의 문제일까?

합의하고 설득하고,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과정은 소중하고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데, 죄인이자, 더럽고 역겨운 존재로, 내 옆에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존재로 여기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그런 목소리에 대해서까지, “좋게좋게 지낼 준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슬로우뉴스 12월5일)

 
 

 

서울시 인권헌장 on The Huff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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