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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재기 열사] 천막농성 등 본격투쟁 돌입…특별교섭 촉구

유족 대표·대책위 “김창규 사장 조문태도 분노…유족 앞에 책임 있는 사과해”

 

지난 16일 ‘분신 사망’한 고 김재기씨 유족들이 21일 오후 금호타이어 사측을 규탄하며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씨의 부인과 처남, 형님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6일 ‘분신 사망’한 고 김재기씨 유족들이 21일 오후 금호타이어 사측을 규탄하며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씨의 부인과 처남, 형님들이 함께 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지난 16일 사측의 도급화 계획을 막기 위해 ‘분신 사망’한 故 김재기씨 유족들이 투쟁의 전선에 나선 가운데 “유서에 남긴 뜻을 이뤄주고 싶다”고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유족들과 ‘비정규직 철폐, 도급화 철회, 故 김재기열사 투쟁대책위원회’(대책위)는 21일 오후 1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창규 사장의 태도에 분노하며, 유족 앞에 책임지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열사의 염원대로 도급화가 철회될 때까지 농성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천막농성 등 사측과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족 대표인 고 김재기씨 부인 정아무개씨, 형, 처남 등 5명과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본부장, 심종섭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 허용대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을 비롯해 150여명이 함께 했다.

“故 김재기 뜻 잇고자 천막농성 돌입…사측, 특별교섭 나서라”

유족 대표와 고 김재기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유족 앞에 사과할 것, 도급화 계획 철회 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 대표와 고 김재기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유족 앞에 사과할 것, 도급화 계획 철회 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들은 “도의적 책임만 이야기할 뿐 이번 일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지난 20일 빈소를 찾은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의 조문 태도를 비판(본지기사: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고 김재기씨 조문…“회사 직원 사망해서 찾았을 뿐 참조)”하면서 “회사는 이번 사태에 현장 도급화를 밀어붙인 엄연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워크아웃을 빌미로 도급화를 추진했던 명분조차 워크아웃 졸업 이후 사라졌다”며 “노동자를 벼량 끝으로 내몰았음에도 사측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김창규 사장과 사측 태도에 대해 “명색이 대표이사가 5일이 지나도록 사태 파악도 못할 만큼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유족을 우롱하겠다는 건지,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회사는 현장도급화 강행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사과를 선행해야 한다. 그리고 열사가 요구했던 ‘현장의 도급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비정규직(도급화) 정규직화 정책으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며 “故 김재기 열사의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타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람’이라는 유서의 뜻을 잇고자 천막농성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故 김재기씨 부인 “남편이 하던 싸움 이제부터 제가 하겠다”

고 김재기씨 부인이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도중 혈압이 올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오열하며 읽고 있다.
고 김재기씨 부인이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도중 혈압이 올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오열하며 읽고 있다.ⓒ김주형 기자

기자회견에 앞서 유족대표로 고 김씨 부인 정아무개씨가 직접 준비해온 원고를 낭송했다. 정씨는 “사장은 우리가 피눈물 쏟으며 보냈던 설명절. 남편이 죽은지 5일만에 나타나서 왜 죽었는지, 회사에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조사해 보겠다고 한다”며 “아빠를 잃은 아이들 앞에서, 유족들 앞에서 사장은 우리를 우롱했다. 연기를 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나아가 “제 남편이 남긴 유서대로, 남편이 하던 싸움을 이제부터는 제가 할 것”이라는 결심을 밝히면서 “그의 유서대로 이루어주지 않으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저 세상에서도 잠못들고 싸운다고 했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끝으로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제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저희 유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모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이제부터 싸우겠다. 김재기 동지의 죽음이 얼마나 큰 부메랑이 되어 금호자본에게 돌아가는지 보여주겠다”면서 “유족들의 눈물 우리들이 닦아주겠다. 대책위가 닦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故 김재기씨 부인의 유족대표 발언 내용 전문

고 김재기씨 부인이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도중 혈압이 올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오열하며 읽고 있다.
고 김재기씨 부인이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도중 혈압이 올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오열하며 읽고 있다.ⓒ김주형 기자

제가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 몇 자 적어왔습니다.
김재기 대의원은 저의 남편입니다.
고2 올라가는 아들과 중2 올라가는 딸아이의 아빠입니다.
그런데 제 남편은 열사가 되었습니다.
무슨 분노가 그리 컸는지, 제 남편은 제 딸에게 “엄마 말 잘 들어라” 울먹이는 말을 끝으로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습니다.
평소에 싫은 소리 한 마디 안 했고, 늘 잘했다는 소리만 했던, 성실하디 성실한 저의 남편은 너무나 엄청나고 모질게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저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20년을 넘게 가정보다는 회사라며 다녔던 이 사람을, 회사가 죽음으로 몰아냈다는 것을 뒤늦게사 크게 깨달았습니다. 생전에도 회사가 표적삼아 나를 잡으려 한다, 사장이 나를 죽이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너무나 힘들어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우리가 피눈물 쏟으며 보냈던 설명절. 남편이 죽은지 5일만에 나타나서 왜 죽었는지, 회사에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조사해 보겠다고 합니다. 아빠를 잃은 아이들 앞에서, 유족들 앞에서 사장은 우리를 우롱했습니다. 연기를 했습니다.

저는 모질게 마음 먹었습니다.
제 남편이 남긴 유서대로, 남편이 하던 싸움을 이제부터는 제가 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김재기의 마음으로 할 겁니다. 그의 유서대로 이루어주지 않으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저 세상에서도 잠못들고 싸운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습니다. 노동자가 왜 그렇게 억울했는지, 왜 그렇게 분노하고 싸웠는지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 분신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부부싸움 때문에 분신했다는 기사가 났고 아직도 그 기사가 버젓이 남아 있습니다. 옥상에서 투신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핸드폰은 경찰이 갖고 있으면서 가족에게 말 한 마디 안했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분노였겠구나 했습니다.

남편이 남긴 뜻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나쁜 도급을 없애라고 했습니다. 유서대로 이루어 주겠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는지,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따라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제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저희 유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모아주십시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쪽을 향해 뒤로 돌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쪽을 향해 뒤로 돌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고 김재기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있다.
고 김재기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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