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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에게 세금 도둑?"

 

[인터뷰]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진도 사고현장 방문

15.03.06 22:01l최종 업데이트 15.03.06 22:0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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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현장에 헌화하는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6일 권영빈·박종운 상임위원과 함께 전날 임명장을 받은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앞서 안산 합동분향소을 방문한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께 유가족·실종자 가족들과 약 1시간 동안 배를 타고 사고현장을 찾아 헌화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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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진실 규명을 위한 유일한 열쇠다. 조속한 인양을 정부에 요청한다."

5일 이완구 국무총리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은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6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인 맹골수도에 도착해 준비한 국화 한 다발을 바다에 내려놓았다. 그는 바다 위에 둥둥 떠 흘러가는 꽃다발을 보며 잠시 동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사고현장을 오간 배 위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은 "세월호를 직접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이번 사고현장 방문으로) 특조위 직무의 엄중성을 자각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 권영빈·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 등과 함께 사고현장을 찾은 그는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현장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머지않아 다른 위원들도 사고현장에 오도록 의견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아홉 분, 어서 돌아오세요"라고 외치며 배 위에서 눈물을 흘린 유가족·실종자 가족들을 향해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말을 건넸다.

실종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아버지는 이 위원장을 향해 "언제까지 실종가 가족들이 사고현장에 와야하는 건가"라며 "진상규명도, 실종자 수습도 모두 배를 끌어올려야 가능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에 비해 정부도 (인양과 관련해선)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어제 임명장을 받으며 국무총리에게도 단단히 부탁했다"고 답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고 문지성(단원고)양의 어버지는 "고난의 길이고, 힘든 길이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이라는) 꽃이 그냥 피겠나"라며 "대놓고 부탁드려서 죄송하지만 죽을 각오로 해줄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이 위원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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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 피우는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이 위원장이 팽목항 분향소에서 향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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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태 위원장이 사고현장에 던진 국화 한 다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던진 이 위원장의 꽃다발이 바다 위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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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지금은 내부 갈등 없어"

이 위원장은 특조위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과의 갈등(관련기사 : 공무원 철수시킨 조대환, 이번엔 누더기 예산안 내놔)을 두고 "설립준비 과정에서 특조위 구성을 두고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현재는 특조위원 사이의 큰 이견은 없다"며 "특조위 활동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세금 도둑"에 이어 최근 특조위를 향해 "탐욕의 결정체"라 비난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관련해선 "좀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관련기사 :김재원, '세금도둑' 이어 "세월호 특위, 탐욕의 결정체"). 그는 "예산·직제·기구 등이 포함된 계획안은 특조위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유가족, 대한변협, 대법원, 여야 추천에 의해 구성되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에게 탐욕의 결정체라고 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정치인이니까 (자신의) 생각을 자극적으로 표현해야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며 "세금의 관점이 아니라 특조위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이런 적극적인 관점으로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법무법인 '덕수'의 대표변호사로,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로부터 '투표자 243명 중 242명의 지지'를 받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지난 5일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

아래는 이 위원장과 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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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현장에 헌화하는 세월호 특조위원 이 위원장과 함께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찾은 권영빈·박종운 상임위원이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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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진상을 규명..." 이 위원장은 팽목항 분향소에 들러 방명록에 "세월호 참사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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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 처음 와... 특조위 엄중성 자각"

- 사고 해역을 찾은 건 처음인가.
"진도 팽목항을 찾은 건 세 번째이지만, 사고현장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직접 와서 보니 어떤가.
"부표 외에는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파도도 심하지 않았다. 여기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해역 자체의 현상보단 여기가 사고 해역이라는 점, 또 부표 밑에 비극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가 있다는 점에서 직접 세월호를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특조위 직무의 엄중성을 자각할 수 있었다."

- 오늘은 위원장을 포함 특조위원 3명만 현장을 찾았는데...
"머지않아 다른 위원들도 올 것이다. 사고 현장에 올 수 있도록 의견을 구할 생각이다. 현장을 와 봐야 여기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체감할 수 있다. 특조위원들에게 그 책임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현장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 출범 과정에서 부침이 조금 있었다.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이 파견 공무원을 철수시키는 등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설립준비 과정에서 특조위 구성을 두고 견해 차이가 있었다. 현재 특조위원 사이의 큰 이견은 없다. 특조위 활동 역시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 5일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은 받았으나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정부에 제출한 계획안이 아직 미승인 상태다.
"우리가 2월 중순, 그동안 논의한 것을 정리해 예산·직제·기구 등의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아직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라는) 소식이 없는데 하루 빨리 우리가 제시한 것대로 정부가 받아들였으면 한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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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아홉 분, 꼭 돌아오세요" 이 위원장과 함께 사고현장을 찾은 한 유가족이 사고현장을 향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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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 떠나 사고현장으로... 이 위원장과 함께 사고현장으로 향하는 배 위에 오른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 아버지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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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의원, 정치인이다 보니 자극적인 표현"

-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세금도둑", "탐욕의 결정체" 발언 등 특조위 향한 공격이 여전한데.
"김 의원 개인적인 의견과 우리가 제시한 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의견을 밝혔다. 다시 말하지만, 특조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든 것이다. 특조위원들은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다. 유가족, 대한변협, 대법원, 여야 추천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한테 이걸 탐욕의 결정체라고 하면…. 정치인이니까 (자신의) 생각을 보다 자극적으로 표현해야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좀 안타깝다.

세금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특조위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이런 적극적인 관점으로 봤으면 한다. 국민을 납득시키고, 유가족을 납득시키고, 정부도 납득하는, 그래서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지혜롭게 전환점으로 삼을지 생각해야 한다. 정부에게도 좋은 기회다. 어떤 국가든 큰 사고가 일어날 순 있다. 좋은 정부는 사고 이후 수습책을 잘 마련해서 전환점으로 삼는 정부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그런 좋은 정부이냐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 특조위에서 인양 논의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인가.
"유일한 진상규명의 열쇠이자, 실체이자, 물적 증거라 할 수 있는 세월호는 빨리 인양돼야 한다. (특조위) 활동기간 내 인양이 돼서 진상 규명과 실종자 수습 문제가 해결되길 간곡히 희망하고,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인양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 정부는 인양에 다소 소극적인 상황인데.
"내 생각엔 지난해에 비해 정부의 관점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대체로 정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면 인양을 해야한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이고, 사정에 따라 한 번 연장(6개월)할 수 있다. 이 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1년 안에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한다."

-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누구도 예상하치 못한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여전히 침몰한 배가 가라앉아 있다는 점과 아직도 가족들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를 생각하면 비통하기 그지없다. 이제 (특조위가)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데 출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론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하루 빨리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도록 기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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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현장에서 오열하는 '지성 아빠' 이 위원장과 함께 사고현장을 찾은 고 문지성(단원고)양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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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 남은 꽃잎 이 위원장과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 등의 헌화 이후 배 위에 꽃잎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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