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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스'의 부활... '이창근의 눈물' 통했다

 

[현장] 쌍용차 희망행동 1000여 명 참여... 2만6000개 자물쇠 첫 발

15.03.14 19:09l최종 업데이트 15.03.15 08:3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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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이창근 쌍용차노조 기획실장이 92일째 굴똑농성중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앞에서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응원하는 '3.14 쌍용차 희망행동' 행사가 전국각지의 투쟁사업장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공장벽에 '우리 살자' '사랑해' 글씨가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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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굴뚝위 이창근 기획실장을 향해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함성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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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4일 오후 9시 3분]

"사랑해" "우리 살자" 

빛과 함성 소리는 철조망을 넘어 굴뚝에 닿았다. 굴뚝 아래 노동자들이 어두컴컴해진 쌍용차 공장 벽과 굴뚝으로 투사한 대형 빛 글자가 나타나자, 굴뚝 위 노동자도 "또 와요"라고 굴뚝에 새긴 글자에 손전등을 비춰 화답했다. 

'이창근의 눈물'이 통했을까? 1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쌍용차 굴뚝 농성 92일째를 맞아 전국에서 다시 '희망버스'가 출발한 것이다(관련 기사 : "우리가 앵벌이도 아닌데..." 쌍차 굴뚝농성 이창근의 눈물). 

지난 11일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노사 교섭을 위해 내려오면서 굴뚝 위엔 이제 이창근 기획실장 혼자 남아있다. 쌍용차 희생자 26명의 명예 회복과 해고자 187명 의 복직을 응원하는 '3.14 쌍용차 희망행동'의 의미가 그만큼 더 절실해진 것이다. 이날 굴뚝을 에워싼 철조망엔 각양각색의 자물쇠들이 달려 홀로 남은 굴뚝 노동자를 응원했다. 당신은 외롭지 않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전국서 모인 희망버스 "혼자 남았지만 외롭지 않다" 

이날 오후 쌍용차 천막 농성장이 있던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출발한 버스 5대를 비롯해 부산, 목포,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굴뚝 앞으로 속속 도착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자, '굴뚝신문' 배달부처럼 이창근 실장이나 쌍용차지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직시하려고 멀리 독일에서 온 유학생, 캠퍼스를 벗어나 현실로 뛰어든 교수와 대학생, 희곡작가, 시인, 수녀까지 참가자들의 이력도 사연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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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행동에 참여한 수녀들이 굴뚝농성중인 이창근씨를 향해 기도를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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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쌍용자동차 공장 철망에 희생자와 해고자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희망 자물쇠'를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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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버스 4호차에 탑승한 한경화씨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향하던 희망버스에서 처음 만난 이창근 실장을 떠올렸다. 한씨는 "한진 본사 앞에서 24시간 1인 시위를 벌일 때 이창근은 주변 모두를 채우는 힘을 보여줬다"면서 "이창근이 아프니 모두 아프다, 함께 그 아픔을 채우자"고 당부했다.

한 서울지하철 노동자는 "야만적인 사회에서 행동하는 사람을 응원하러 가는데 (오히려) 한진중공업(희망버스)처럼 위로 받고 올 수도 있다"면서 "이창근 실장이 <오마이뉴스> 팟짱과 인터뷰하며 우는 걸 보고 외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을 비롯해 희망행동 참가자들은 응원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준비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형자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총무는 이날 오후 대표로 쌍용차 공장 안으로 들어가 이 편지들을 이창근 실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굴뚝을 찾았다. 아직 실종 상태인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 어머니 박윤미씨는 이날 만남의 행사에서 단상에 오르자마자 울먹였다. 박씨는 "쌍용차에서 희생당한 26분을 봤는데 가족을 잃은 아픔을 우리도 잘 안다"면서 "아직도 내 딸은 수학여행 가서 333일 동안 그 차가운 바다에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내 딸과 실종자 9명이 돌아와 (우리가)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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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세 생일을 맞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에게 집회 참가자들이 "사랑합니다"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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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앞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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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곳에서 여든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 백 소장은 "쌍용차 문제 해법은 석 달 넘게 굴뚝에 있는 이창근을 내려오게 하고 박근혜가 저기 딱 1초만 올라가게 하는 것"이라면서 "박근혜와 인도 마힌드라 회장, 쌍용차 사장이 굴뚝 위에 올라가면 쌍용차 문제도, 전국 해고자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국 투쟁 노동자들 한 자리에... '4월 총파업' 각오 다져 

이날 행사는 전국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준비한 각종 먹을거리와 전시 행사 등으로 시골 장터를 연상시켰다. 이창근과 쌍용차 노동자뿐 아니라 전국에서 투쟁 중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서로 격려하고 연대의식을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굴뚝 노동자' 역시 이창근 실장만이 아니다.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대표도 사측의 폐업에 맞서 지난해 5월 27일부터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가 300일 가까이 굴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101명 해고에 맞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양시멘트 노조, 쌍용차 해고자 마음을 치유했던 계약직 '마음 치유사' 복직을 위해 투쟁 중인 마인드프리즘 노조, KTX 여승무원 노조 등 수백 수천 일씩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 사업장 노동자들이 저마다 선전전을 벌이는 한편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쌍용차지부장 출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해 '4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이 땅의 수많은 이창근 동지, 당신들의 이름으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당신이 맞선 겨울이 가고 봄이 만연한 4월에 이 땅에 두발로 서서 4월 총파업을 함께 하기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쌍용차 굴뚝이 바라다 보이는 철조망에 이창근씨 부인과 아들이 단 하트 모양 자물쇠를 시작으로, 자물쇠는 하나둘 늘어, 날이 저물 무렵엔 수십, 수백 개로 불어났다. '희망 자물쇠' 달기는 앞으로 쌍용차 희생자 26명을 상징하는 2만6000개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앞으로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면 노사가 함께 만들 '분홍 도서관'에 상징물이기도 하다. 

남산 타워에 사랑의 징표로 자물쇠를 다는 연인들처럼 쌍용차 희생자와 해고자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이창근 실장은 전날 '팟짱' 전화 인터뷰에서 "열쇠를 버리지 말고 잘 간직하고 있다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는 날 자물쇠를 풀어 분홍 도서관에 다시 달아 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 열쇠를 보면서 자신들을, 전국의 해고 노동자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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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근 기획실장 아내와 아들이 매달아 놓은 '희망 자물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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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상통화로 연결된 이창근 기획실장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하트'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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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근 기획실장이 92일째 농성중인 굴뚝과 가까운 곳에서 '3.14 쌍용차 희망행동'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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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실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스마트폰 화상 통화로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이 실장은 "여러분은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우리도 당당히 싸우고 있고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러 온 것"이라면서 "모두가 서 있는 곳이 굴뚝이고 생존의 현장"이라고 참가자들을 오히려 격려했다. 

이 실장은 "함께 죽을 수 없다,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기다리고 인내하고 교섭하고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2009년 이후 세 번째 고공 농성이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란 결기로 싸우고 있고 굴뚝 앞 집회도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란다"면서 "노사 교섭으로 이창근 동지가 내려오고 해고자들이 모두 공장에 돌아가는 봄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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