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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번 부상 딛고 600리길 귀향한 참매

 
김봉균 2015. 03. 13
조회수 1205 추천수 0
 

한 번은 굶주림, 한 번은 충돌사고 뒤 구조…재활훈련 받고 방생

병아리 훔쳐 먹다 야생화 훈련, 서산에서 흑산도로 당당히 '귀향'

 

hong8.jpg» 두 번의 치명적인 위기와 야생 부적응을 딛고 성공적으로 자연에 복귀한 참매 '홍도'의 모습.

 

지난달 저희에게 무척이나 뜻깊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야 합니다.
 
2013년 4월 어린 참매 한 마리가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이 참매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에서 조류조사를 하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직원이 기아 상태에 놓인 이 참매를 처음 발견해 구조하였습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흑산도에서 풀어놓았습니다. 
 
그런데 방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참매가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로 구조된 참매는 지난번과 같은 단순한 기아 상태가 아닌 사고를 당한 상태였습니다. 
 
부상이 심각해 흑산도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치료를 위해 이송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개체번호 ‘13-400 참매’인 ‘홍도’ 가 오게 되었죠.
 
hong1.jpg» 처음 우리 센터에 이송되어 진료를 위해 보정되고 있는 참매 ‘홍도’의 모습입니다. 어렸을 때의 모습인데요, 풋풋하지요? 이 글을 읽으시면서 ‘홍도’ 가 점차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갔는지 지켜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당시 홍도는 얼굴의 눈썹 선이 위치하는 부분에 창상이 있었고, 꽁지깃의 마모가 꽤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죠.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단순한 어깨 탈골이 아닌 견갑골과 오훼골 골절로 인해 우측 어깨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을 겁니다.

 

홍도는 사실상 치료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고, 치료가 잘 된다 하더라도 영구장애를 지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장애가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깃털의 마모가 너무 심해 깃갈이를 하기 전까진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hong2.jpg» 우측 견갑골과 오훼골의 골절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13-400 참매’는 영구장애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집중치료를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난 뒤에는 재활훈련을 위해 훈련조류로 선정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13-400 참매’는 ‘홍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이 참매를 ‘홍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구조된 야생동물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소 옳지 못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다 보면 관리 중인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해당 동물이 꼭 지녀야 할 야생성을 떨어뜨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지요. 때문에 구조센터에서는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거나, 훈련을 받는 개체가 아닌 이상 절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웠을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묵묵히 재활훈련의 과정을 버텨주었던 홍도는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란 듯이 건강을 되찾아 갔습니다. 
 
약 반년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본격적인 깃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깃갈이를 돕기 위해 훈련 역시 중단했죠. 이때부터 홍도는 깃갈이를 진행함과 동시에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hong3.jpg» 왼쪽은 재활훈련 당시의 홍도가 샤워를 마친 뒤 깃을 말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깃갈이를 거의 끝내고 방생 직전의 홍도입니다. 사진이 작아 구별이 어려우실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우측의 깃이 훨씬 더 마모가 적고(둥글고) 깨끗하며, 부러지거나 탈락한 곳도 없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고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어 사진 하나를 더 준비했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2013년 4월 접수 당시의 모습부터, 방생 후 발견되었던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마모가 심했던 깃도 모두 새로운 깃으로 갈았고, 약 10개월의 시간이 흐르며 어린 새의 모습에서 얼추 어른스러워진 티가 나기까지 어떻게 변해갔는지 비교해 보실 수 있습니다.
 
hong4.jpg» 2013년 4월 접수 당시 홍도의 모습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 비교해 보실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내며 건강을 되찾은 홍도는 10개월이 지난 2014년 1월15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에서 방생되었습니다. 본래 방생할 때는 구조되었던 지점에서 일정한 범위 안에 풀어놓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야생동물의 적응을 돕고 방생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홍도를 원칙에 맞게 방생하기 위해선 흑산도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어린 개체로 구조돼 약 10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을 거쳤기에 굳이 기존 서식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새로운 참매 서식장소로 적합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 아래 방생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홍도의 안녕을 빌며 10개월간 쌓아올렸던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11일이 지난 2014년 1월26일, 야외에 잠시 놓아둔 먹이인 병아리를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참매였습니다. 워낙 많은 양의 병아리를 한꺼번에 들고 날아가다 보니 얼마 못가 작은 언덕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관찰한 결과 이 친구는 얼마 전 방생한 홍도였습니다. 
 
hong5.jpg

 

hong6.jpg» 갑자기 나타나서 계류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낚아채간 이 녀석, 너 홍도였구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금속 링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링을 통해 방생 후 모니터링을 하거나 차후 재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홍도와 저희의 인연이 끝나지 않았던 걸까요? 1월15일 방생한 홍도가 11일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입니다. 11일 동안 큰 탈 없이 살아있다는 건 생존에 필요한 먹이활동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센터 주변에서 계속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아직 환경에 완벽히 적응을 못 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먹이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 ‘단계적 방사’(Soft-Release)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계적 방사란 방생 후 그 지역 환경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혹은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터득할 때까지 서식지 주변에 먹이를 공급해 주거나 은신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점차 자연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는 것을 뜻합니다.

 

홍도는 계속해서 센터 주변에 나타났고, 저희가 주는 먹이를 가져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방생 후 처음 발견되었던 날부터 그해 4월까지 약 3개월 동안 단계적 방사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1개월이 지나고부터는 먹이를 놓아주는 빈도를 점차 줄여나갔습니다. 그러자 홍도의 모습도 점차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2월에는 문을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주변 나무에 앉아 우릴 지켜보았던 녀석이 3월이 되자 무인카메라에 포착되는 모습이 아니고서는 거의 볼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홍도는 점점 저희에게서 멀어져 진정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4월에 접어들면서 단계적 방사도 완전히 종료하였고, 이후로 홍도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홍도를 잊고 지내던 지난 2월, 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관계자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흑산도에서 참매 1개체를 발견했는데,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가락지에 새겨진 식별번호는 다름 아닌 홍도의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 방생한 홍도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방생장소에서 약 235㎞ 떨어진 흑산도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hong7.jpg» 서산에서 방생된 홍도가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직선거리로 약 235㎞ 됩니다. 
 
철새연구센터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에 담긴 당시 홍도는 무척이나 늠름하게 자기보다 덩치가 큰 재갈매기(추정)를 사냥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잘 지내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고마울 텐데, 자신의 사냥실력을 뽐내주니 고마움과 동시에 어찌나 대견하던지….
 
방생 후에도 나타나 먹이 달라고 기웃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정말 멋진 참매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잘 지내고 있는, 한층 멋있어진 홍도를 보니 그간 홍도와 함께했던 날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참매 홍도와 우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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