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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인간다운 경영인 되라"... 노조 분회장 자살

 

박지만 EG 회장 앞으로 유서 남겨... 해고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 겪어

15.05.10 18:33l최종 업데이트 15.05.10 18:3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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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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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EG)그룹 계열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기 하루 전날까지 이지그룹 체육대회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던 고인은 박지만씨 앞으로 "당신은 기업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양우권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분회장(50)이 광양시 자택 근처 산책로에서 목을 매 숨졌다. 고인의 자동차 안에는 박지만 회장에게 남긴 글을 비롯해 총 3장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고인이 조합원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라", "저를 화장해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달라,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에 들어가 보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지만 이지그룹 회장에게는 "당신은 기업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다", "지금 당신의 회사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박봉에도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며 "진정 인간다운 경영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죽기 직전 지인에게 전화... "더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

지난 1998년 이지테크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화철 폐기물 포장업무를 담당했던 고인은 노동조합 탈퇴를 거부해 몇 차례 징계를 받았고, 지난 2011년에 해고됐다. 그 뒤 법적 싸움을 벌여 지난해 5월 복직했지만 회사는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그 뒤 양씨는 국회와 청와대, 광양제철소 주변, 이지그룹 체육대회 현장 등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2006년 설립돼 한 때 50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이 모두 탈퇴하고 혼자 남은 상황이었다. 

고인은 해고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열사는 사측의 탄압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수면 장애와 심리적 불안을 겪으며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또한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목숨을 끊기 직전인 10일 오전 7시께 양동운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오는 11일 광양제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포스코와 이지테크에 노동탄압과 열사의 죽음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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