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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리는 세계경제 지도와 남북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일

 
2015. 05. 14
조회수 7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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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일 먼저 하기(First thing, first). 스티븐 코비(Steven Coby)의 ‘성공한 리더들의 일곱가지 습관’에 나오는 이야기다. 성공을 하려면 인생의 소중한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급한 일이 있다면 소중한 일 사이에 넣어 하라고 한다. 국가로 치면 어떤 일이 소중한 일일까?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그리는 세계경제, “신실크로드” 사업을 보면 이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중국이라는 국가에 가장 중요한 사업의 비전을 여지없이 제시하고,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실크로드」. 21세기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해상실크로드(一路)를 포괄하는 용어다. 「신실크로드」는 한무제 때 유럽과 아시아를 서로 연결, 동서 문명교류의 교통로가 되었던 실크로드에서 유래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평화협력과 개방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각인된 실크로드. 그 정신을 살려 전 세계가 당면해 있는 경제불황과 지역충돌에서 벗어나 평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구상이 「신실크로드」다. 일명 ‘일대일로’라고 불리는 「신실크로드」는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여 유럽까지 연결하는 유라시아 육상 무역통로와 중국 연안지대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무역통로를 포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신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화를 주도하면서도 주변국가와 협력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부활과 ‘중국몽’의 실현

 

  과거 화려했던 중국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몽.’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지도부의 노력은 한마디로 놀라울 정도다. 주석 취임 후 약 8개월 동안 시진핑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함께 아시아를 비롯, 아프리카, 유럽, 미국 등 4대주 22개국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외국 정상과 정부 수뇌부 인사와 300회 이상의 회담을 가졌다. 그 결과 800건에 달하는 협력의향서를 체결한다, 2014년 4월에는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를 통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서 실크로드기금 설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리커창’ 총리 또한 카자흐스탄과 세르비아 등 중·동유럽 국가지도자 회의와 타이 메콩강지역 경제협력 지도자 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혼연일체가 되어 일대일로의 전면적 추진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은 함께 상의하고(共商), 함께 건설하고(建設)하고, 함께 나누는(共享) 3공(三共)의 사업이다. 중국은 물론, 인접국가도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일대일로’의 가장 우선적 분야는 인프라 시설이다. 교통, 물류, 에너지 인프라 시설 협력을 비롯, 무역의 신성장점도 발굴, 초국경 전자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무역방식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아시아와 유럽, 더 나아가 아프리카까지를 교통망, 물류망 등으로 연결, 40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시장을 긴밀하게 통합한다는 전략적 구상이다. 중국-몽골-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남부지역 여러 노선을 안전하고 높은 생산성을 지닌 국제 교통의 핵심통로로 구축하는 한편, 육로와 수로의 복합운송 통로의 확보를 전면적 협력 플랫폼과 시스템 개발과 연계시켜 놓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의도는 전 세계 석유 확인 매장량의 66%, 천연가스 매장량의 71%가 페르시아만과 이란,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 지역에 있으며, 중국과 인도만 하더라도 25억 명의 소비시장이 그 성장을 예고하는 시점에서 나온 구상이라 더욱 더 큰 관심을 모은다.

  거대 프로젝트를 견인하기 위해 중국은 국제금융기관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을 선언했다. AIIB는 포용성, 개방성, 투명성, 공정성을 바탕으로, 환경·노동·세이프가드·수혜국 부채·융자·지급보증·지분투자 등을 통해 낙후된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게 된다. 중국은 앞으로 상하이협력기구(SOC)를 비롯,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메콩강 경제권 경제협력 등 기존의 여러 다자협력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대내적으로는 중국의 대형 국영기업들이 ‘일대일로’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 포진할 수 있도록 ‘정부사회자본합작’ 개념을 정립, 이들 기업들이 사회자본과 산업자본, 금융자본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2015년 4월 15일 현재 57개 국가(37개 아시아 지역 국가와 20개 비아시아 국가)가 AIIB의 창립 회원국이 되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가입을 결정한 것은 중국과 같은 세계 최대의 시장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아시아권을 미국의 눈치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소중한 일

 

  한국은 어떤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비전은 아닐지라도 남북관계에서의 비전이라도 있는가 묻고 싶다. 지금 정부에게 가장 소중한 남북관계의 일은 무엇인가? 정권 임기의 반이 다 되었어도 항상 같은 타령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회적인 요구가 곪을 데로 곪아 터져도 묵묵부답이다. 4·16 세월호 집회시 6중 차벽만큼이나 두껍다. 심지어 “통일준비위원회”의 부위원장마저 공개석상에서 5·24조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런 대안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기에 6·15 남북공동행사를 하고,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일부나마 허락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정부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아니한데, 0으로 끝나는 해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남북이 공동으로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상호 전쟁을 불사할 듯,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음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남북이 함께 살아가야 할 비전을 보고 싶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그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언제까지나 “천안함”에만 사로잡혀 있을 일은 아니지 않는가? 남북관계의 개선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 중국의 ‘신실크로드’도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그대로 연결된 것이다.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남북간의 경제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시발점은 다름 아닌 한반도를 관통하는 동북아 철도, 도로 및 해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라진-핫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면, 라진·선봉지역을 관심에 두어야 한다. 라·선 지역을 한반도에 유리한 국제 화물중계 및 정보통신(IT)기지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라시아 횡단철도 건설과 대러시아 천연가스 협력 프로젝트, 환동해·환황해 해상물류 활성화와 북·중 접경지역의 대북한 연계 사업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미래 먹거리다. 「신실크로드」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가입한 AIIB는 남북한간의 실질적인 연결 없이는 우리에겐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지금이라도 남북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일인지 찾아내고 부디 결단해 주기 바란다.

 

글/ 김영윤 (사) 남북물류포럼 회장

 

**이글은 (사) 남북물류포럼( http://www.kolofo.org/)의 동의를 얻어 공동으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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