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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예산 통과…‘X맨’은 민주당?

 

제주 해군기지 예산 통과…‘X맨’은 민주당?
 
[집중취재] ‘전면 재검토’ 전액삭감 주장하다 돌연 ‘부대의견’ 달아 합의
 
편집부 | 등록:2013-01-01 16:37:55 | 최종:2013-01-01 16:50: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3년도 정부 예산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예산이 1일 새벽 여야 합의로 조건부 통과되자 그동안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을 벌여온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제주해군기지 예산이 여야 합의로 '부대의견'을 달아 그대로 통과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원안 통과를 주장해온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통합당이 돌연 부대의견에 합의하며 예산안 통과에 동조한 것을 두고 주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분해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경우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원점 재검토 및 공사중단을 당론으로 해 예산삭감에 뜻을 함께 해 왔기 때문이다.

새해 예산안은 이날 오전 5시30분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표결을 통해 재석인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제주 해군기지 예산 2010억원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방위사업청과 국토해양부 예산을 구분해 적정하게 편성하도록 한다'는 부대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유지됐다.

전날 여야 원내부대표가 회동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만들면서 조건부 통과는 예견됐다. 뒤늦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국회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사중단 및 예산집행 중단'이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정리된 부대의견의 내용을 보면, "2011년 11월7일 국회 예결위 제주해군기지소위원회의 권고사항인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할 것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 보수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 등 3개 사항을 70일 이내의 기간 내에 조속히 이행해 그 결과를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고 돼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 검증을 위해 70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그러나 보고의 경우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면보고로서 국회보고를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부대의견에서 제주해군기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청과 국토부 예산을 구분해 편성토록 했다.

 

   
여야간 합의된 제주해군기지 예산의 '부대의견'.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70일의 예산집행 유예기간을 두기는 했으나, 이미 전년도 예산으로 공사가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는 매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즉, 70일 유예기간은 새해 예산을 말하는 것이고, 지난해 이월된 예산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70일 유예기간'은 공사중단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민주당의 경우 그동안 최초 강정 입지 선정과정과 절차적 진행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당론으로 전면 재검토 및 공사중단을 요구해왔다.하지만 정작 예산심사에서는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국방위원회 예산심사 때에는 최초 전액삭감을 요구하다, 이면에서는 '절반삭감' 절충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국방위원회가 새누리당 의원 중심으로 예산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킬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자체협의 중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저지조차 하지 않았다. 다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강행처리하도록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부분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 예결위 계수조정 협의에서는 전액 삭감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조건부 통과를 염두에 두고 협의에 응한 모습이었다. 결국 막바지에는 당론을 뒤로 한채, 새누리당에 부대의견 합의에 전격 응했다.

제주해군기지 예산이 통과되자 시민사회단체의 격분이 새누리당 보다는 민주당으로 불똥이 튕기는 것은 바로 민주당의 '오락가락한 행보' 때문이었다. 밤새 국회 상황을 지켜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 'X맨'은 바로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배신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지난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해 예산안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안 삭감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한겨레)

 

국회 앞에서 한달 넘게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100배 릴레이' 등을 해온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조건부 통과에 크게 반발했다. 삭발하고 장기간 국회 앞 농성을 벌여온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1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은 다 XXX들이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강 회장은 "아직 아무것도 검증된 것도 없는 데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민주당은 당론을 공사중단에 전면재검토라고 말한 X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분개해 했다.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내팽개칠 수 있느냐"며 "새누리당이야 원래 그런 X들이라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경우 새정부 출범할 때 독박 쓸까봐 그런 것 같은데, 민주당은 강정주민들에 국민들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온몸을 던져 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가는 중인데 마을주민들과 회의를 갖고 앞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예산통과로 공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강정마을에서의 충돌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 기사제휴 매체인 <헤드라인 제주>의 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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