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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 세대에서 세대로…강정과 평화는 계속 이어진다

"강정, 쓰러지지 마라…전 세계에서 응원"
[언론 네트워크] 손에서 손으로, 세대에서 세대로…강정과 평화는 계속 이어진다
 
 
 

생명평화마을 제주 서귀포시 강정. 지난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에서 주민 1200여 명 중 불과 87명만이 참석한, 그것도 마을 정관까지 어겨가며 소집된 임시총회를 통해 '박수'로 해군기지가 유치 결정된지 어언 3000일. 강정을 생명평화 마을로 만들고자 하는 길고 험난한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범국민문화제-함께 온 길! 강정평화 3000' 평화콘서트 현장에 이동편집국을 마련해 강정마을의 생생한 생명평화 기운을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주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하 대행진)이 5박 6일의 일정으로 무사히 끝났다. 무더위 속 고된 행진을 평화의 마음으로 즐겁게 감내한 참가자들은 강정천 운동장에서 열린 평화콘서트로 그동안의 피로를 한꺼번에 날리며 다시 한 번 '강정의 평화'를 기원했다.

올해 대행진을 갈무리한 평화콘서트는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강정천 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평화콘서트의 부제는 '함께 온 길! 강정평화 3000'이다. 전체 주민 1200여명 가운데 87명의 박수로 결정된 해군기지 유치에 분개하며 강정주민들이 일어선지 3000일, 그 동안의 험난했던 여정을 위로하며 앞으로의 3000일 역시 '함께 가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5박 6일의 행진에 이어 8월 1일 열린 평화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제주의소리

 


1일 낮 12시 30분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만난 동진·서진 행렬은 서로의 손을 잡는 인간 띠 잇기로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고, 강정천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쌓인 피로와 이야기 거리를 풀었다. 이후 준비된 식사와 풍성한 프리마켓으로 기분전환에 나섰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평화콘서트는 1부 해단식과 2부 공연으로 나눠 진행됐다. 해단식은 춤비숨비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동진 단장 강동균 전 마을회장과 서진 단장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소장의 행진 마무리 인사, 대행진 영상 관람, 국제 참가자들의 연대 발언, 인디밴드 액트(ACT)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2부는 본격적인 공연으로 꾸려졌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모인 '쌍차 노래패', 강정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 마임이스트 이경식 씨의 비눗방울 퍼포먼스, 격려기금 전달, 가수 반하리,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순서대로 무대에 오른 후 모두 함께 '강정 댄스'를 추는 순서로 마무리됐다.
 

▲ 평화콘서트 게스트로 참여한 꽃다지의 공연. ⓒ제주의소리


그야말로 '목이 완전히 가버린' 두 단장은 해단식에서 아무 탈 없이 따라와 준 동지들에게 쇳소리 같은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강동균 단장은 "어린 친구들, 학생들이 어느 때 보다 많이 참여해 감격했다"며 희망을 주목했고, 홍기룡 단장은 "이 시간이 끝나서 각자 생활 속에 돌아가도 함께 했던 순간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행진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국, 전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특히 해외 참가자는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마리아나 군도 티니아 섬 등 대부분 전쟁과 군사기지로 몸살을 앓는 지역에서 왔다.

미군과 수십 년을 싸워온 오키나와, 마찬가지로 미군과 갈등을 빚어온 필리핀, 중국·미국의 힘 싸움 가운데 놓인 대만, 태평양전쟁 당시 군사기지가 있던 티니아 섬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실은 B-29기가 출격한 지역이다. 

연대 발언에서 강정과 끈끈한 관계인 오키나와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대행진에 참여하겠다는 든든한 마음을 전했고, 대만에서 온 인원은 3000일간의 투쟁에 대한 찬사로 "GangJeong is Amazing!"(강정은 정말 놀랍다)이라고 외쳤다.

필리핀 참가자는 불끈 쥔 주먹을 하늘 높이 치켜세우며 "어느 누구도 여러분(강정주민, 지킴이)의 영혼을 빼앗을 수 없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티니아 섬에서 온 인원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부디 (해군기지 투쟁을) 멈추지 마라. 포기하지 않고 연대할 때 우리는 언젠가 승리한다"고 밝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대행진 종료 소감을 밝힌 문정현 천주교 신부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올까' 걱정이 앞섰지만 수백 명이 신청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은 기대로 바뀌었다"며 "(여러분이 있기에) 나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강정을 지키자. 우리의 불꽃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대행진 참가자들에게 반갑게 고마움을 전하는 문정현 신부. ⓒ제주의소리


2부 공연은 지친 피로를 씻어주고, 새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열정의 시간이었다. 

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 극단 '새벽'의 단원들로 구성된 인디밴드 액트(ACT)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쌍차 노래패는 강정, 용산, 밀양, 세월호 모두 함께 싸워가는 동지임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대표곡 '함께 꾸는 꿈'을 열창했고, 성인가요 가수 '반하리'는 뛰어난 무대 매너와 구성진 목소리로 흥을 듬뿍 불어넣었다. 마임이스트 이경식 씨는 멋진 비누방울 퍼포먼스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2부 순서 가운데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강정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잠시 떠난 평화운동가 실버, 파코가 6주 동안 미국 10개 도시를 돌며 모금한 강정투쟁기금을 전달한 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실버는 "미국에서 강정을 알리면서 느낀 점은 강정에서 함께 싸웠던 평화운동가들은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도 강정을 위해 어떤 역할이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

소중한 정성을 받은 조경철 마을회장은 "비록 우리도 싸우고 있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강정이 되겠다"며 3000일에도 굴하지 않은 '강정인'의 의지와 성숙함을 보였다.

다시 이어진 공연은 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와 국내 대표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무대로 절정을 향했다.

강정을 포함해 많은 현장에서 불리는 노래 '바위처럼'을 처음 부른 것으로 알려진 꽃다지는 원조다운 실력을 뽐내며 큰 호응을 받았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2007년 강정에 공연하러 왔다가 경관에 매료돼 앨범 사진까지 이곳에서 찍었다는 남다른 사연을 자랑했다. 
 

▲ 마임이스트 이경식 씨의 비누방울 퍼포먼스에 환호하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 '강정에 평화'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른 킹스턴 루디스카 멤버들. ⓒ제주의소리


리더 최철욱 씨는 "3000일 동안 꿋꿋하게 걸어오셨는데 저희 음악이 강정에 작은 위로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모두를 일으켜 세운 킹스턴 루디스카의 신나는 무대가 끝나고 평화콘서트는 '강정댄스'로 대미를 장식했다. 다 함께 노래 '바위처럼', '강정마을 좋아송'에 맞춰 춤추는 장관이 연출됐다. 

불안으로 시작한 대행진은 희망으로 끝이 났다. 작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참가자들과 넓어지는 구성은 강정이 아직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여전히 비난의 화살은 존재한다. 누군가는 '돈 받고 온 것 아니냐', '더운데 생고생이다'라고 비아냥거리지만, 그것은 '조건 없이 함께 하는 연대를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들의 슬픈 질투'일 뿐임을 대행진 참가자들은 말이 아닌 몸으로 일축시켰다.

물론 강정천 운동장을 채운 1000여명이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쳐도 다음 날 아침이면 공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진행된다. 당분간은 공사를 멈추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강정은 포기하지 않는다.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강정이 쓰러지지 않기를 전세계에서 바라기 때문이다. 그 바람의 증명이 바로 생명평화대행진이다.

평화콘서트는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는 순서로 마무리됐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와 어른이 손을 잡았다. 강정 그리고 평화는 손에 손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그렇게 이어졌다.

'강정아 너는 비록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강우일 주교)
 

▲ 강정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 ⓒ제주의소리

 

▲ 쌍차 노래패. ⓒ제주의소리

 

▲ 평화운동가 실버(맨 왼쪽)와 파크(가운데)가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에게 투쟁기금과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다함께 강정 댄스를 추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 평화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즐겁게 강정 댄스를 추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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