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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청문회와 ‘한 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1/23 04:42
  • 수정일
    2013/01/23 04:4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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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청문회와 ‘한 방’
 
[정운현 칼럼] 새누리 “‘결정적 한 방’ 없다”... 대체 얼마나 큰 흠결 나와야?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1-22 20:15:52 | 최종:2013-01-22 22:20: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동흡 후보자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새누리당 사람들의 얘기다. 말하자면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비장의 무기, 즉 결정적인 흠결이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현직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을 집권여당이 감싸는 건 더러 있어온 일이라고 쳐도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된다. 대체 얼마나 큰 흠결이 있어야 ‘한 방’이라고 할 것인가?

청문위원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에서 ‘결정적 한 방’을 말씀하시는데 꼭 감옥 가야 될 일이 있어야 되는 건 아니잖나. 감옥갈 일이 없으면 아무나 소장해도 되는 건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오죽하면 헌법기관의 수장 자격을 범죄자와 빗댈 상황이 됐겠는가.

‘인사청문회’ 제도는 제16대 국회 때인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는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인사 청문회의 대상인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은 반드시 국회의 임명 동의를 거쳐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장상 전 이대 총장이 지명됐을 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장 후보자는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 부동산 투기 및 위장전입 등이 문제가 됐다. 뒤이어 장대환(매일경제 회장) 총리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및 부동산 의혹 등으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청문회법, 16대 국회 제정...대통령 견제 취지

참여정부 시절엔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동의가 무산된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된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렇다 할 흠결도 없었음에도 보수진영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됐다. 국민대 교수 출신의 김병준 부총리 후보는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임명된 지 13일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가히 극치를 이뤘다. 여성부장관 후보 이춘호 씨는 부동산 투기의혹, 통일부장관 후보 남주홍 씨는 자녀 이중국적 문제, 환경부장관 후보 박은경 씨는 부동산 투기의혹 등으로 인사청문 요청이 철회됐다. 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는 스폰서 의혹 등으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 역시 스폰서 의혹과 박연차 게이트 뇌물수수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밖에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 이재훈 지경부장관 후보도 투기의혹 등으로 청문회 후 사퇴했다. 지난해 7월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아들의 병역 편의 등이 문제가 돼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들은 기본이 소위 ‘2관왕’ ‘3관왕’이었는데, 청문회를 마치고도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동흡 후보는 어떨까? 21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그간 이 후보자를 두고 제기된 문제점은 개인 비위 17건, 의혹 14건 등 무려 3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분야의 신기록을 수립한 셈이다.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공금 횡령 의혹 등을 비롯해 자녀들까지도 거론됐다. 그야말로 총체적·입체적 비리-의혹투성이인 셈이다.

어제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유용을 두고 헌재 사무관은 청문회에서 ‘위법’이라고 증언했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재임 당시 2년간 경리 담당을 맡은 김혜영 헌법재판소 법원사무관은 22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에 입금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지 않느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강기정 인사청문 위원장이 “특정업무 경비 30만원 이상은 현금으로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이 후보자에게 매달 400~500만원씩 주고 영수증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것은 법 위반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 사무관은 “위반인 것을 알면서 했다”며 이 후보자 요구 때문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시인했다.

헌재 사무관, "특정업무경비 개인계좌 입금, 잘못됐다"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21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파상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근거자료를 통한 해명보다는 ‘남탓’ ‘관례’를 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평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을 지적하면서 ‘생계형 권력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노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이 후보자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법원의 부정적 여론을 지적하자 “저는 주위 분들하고 잘 지내지만 ‘바른 것은 바르다’고 말하는 원칙주의자였다. 일부 반대하는 분들은 저와 직접 관계를 맺은 분들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오히려 법원 직원들 탓을 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도 있다. 최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당분간 헌재소장 자리가 공백이 불가피한 데 헌재의 한 관계자는 “‘그 사람’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워낙 강해 취임하면 헌재소장 공백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심지어 헌재 사상 초유의 ‘소장 취임 반대 연판장’ 사태로 번질 공산도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결정적 한 방’이 없다며 이 후보자를 감싸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격살인” “도살장” 운운하며 야당을 비난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이동흡 감싸기’에 나선 이 원내대표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두 사람은 경북고 선후배 사이로 이 원내대표가 ‘후배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은혜 민주당 부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이동흡 후보자의 잘못된 가족사랑은 존경받아야 할 헌재소장의 지위를 조롱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밝히고는 “가족 사랑밖에 모르는 이동흡 후보자가 갈 곳은 가정뿐”이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말이 ‘잘못된 가족사랑’이지 이보다 더한 모욕도 없지 싶다.

비록 청문회를 통과해 헌재 소장이 된다한들 이 후보자가 얻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과도한 권력욕을 부린 나머지 그는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명예마저도 통째로 잃어버렸다고 본다. 이 판국에 그나마 남은 한 가닥의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면 그건 이제라도 물러나는 길일 것이다. 그에게 이런 얘기를 들을 귀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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