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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전세버스 노조 간부는 왜 분신 사망했을까

 

회사 노조 탄압에 대표이사 면담 후 자결

“이제는 갈 길이 정해진 것 같네요. 제가 노조설립 할 때 목숨 걸고 하겠다고 조합원 여러분께 약속 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지난 18일 저녁 전세버스기사 신형식(59)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일부다. 신 씨는 전세버스노동조합 지부장이었고 문자는 조합원들에게 전달됐다. 문자를 보낸 후 신 지부장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했고 15분 만에 숨을 거뒀다. 회사 대표이사와 면담을 마친지 1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故 신형식 지부장이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故 신형식 지부장이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민중의소리

노조관계자에 따르면 신 지부장은 이날 저녁 대표이사와 장시간 면담을 가졌다. 신 지부장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고 대표이사는 거부했다. 조합원들은 신 지부장을 “평소 온순하고 냉철했던 형님”으로 기억했다. 사리판단이 분명하고 조합원들을 살뜰히 챙기는 신 지부장이 분신이라는 극한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은 회사측의 강도 높은 노조 탄압 때문이라고 조합원들은 입을 모았다.

노동조합이 생긴 것은 지난해 2015년 11월이었다. 한때 노조 가입자수는 전체 70여명의 기사들 중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회사의 압박이 시작되면서 노조원들이 줄기 시작했다. 회사는 1년에 한 번 계약을 갱신하는 점을 이용해 ‘노조에 가입하면 다음 계약은 없다’는 말로 탈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에게 버스를 입고 하고 퇴근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경기도 일산, 마석에 사는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의 방침에 따라 탄천주차장에 차를 두고 집으로 향했다. 사측은 작은 잘못이라도 꼬투리를 잡아 시말서를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징계와 해고를 했다는게 조합원들의 증언이다. 특히나 노동조합 간부들이 부당해고의 타겟이 됐다.

신 지부장이 분신을 한 날은 사측은 노조에 대응해 만든 노사협의회 회장 선출을 마무리 했다.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 신 지부장은 대표이사와 면담을 시작했고 이자리에서 대표이사는 ‘앞으로 노조와의 교섭은 없을 것이며 노사협의회와만 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지부장은 면담 직후 분신했다.

조합원들은 신 지부장 분신 다음날인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은 노조 탈퇴 종용, 부당징계, 부당해고를 일삼으며 민주노조를 부정한 대표이사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사업주 구속 ▲유족에 대한 사측의 사과 ▲부당징계·부장해고 철회 및 노조 인정 등을 요구했다.

신형식 지부장의 시신은 현재 경찰병원에 안치되어 있으며 노조는 유족들과 함께 장례절차 등을 논의 중이다.

전세버스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오후 분신한 모 전세버스 회사 노조 지부장 신모(59)씨의 죽음이 사측의 갑질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19일 진행했다.
전세버스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오후 분신한 모 전세버스 회사 노조 지부장 신모(59)씨의 죽음이 사측의 갑질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19일 진행했다.ⓒ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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