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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촉구 ‘가두서명’ 나선 박근혜, <조선> 등 보수언론도 질타

 
한겨레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수법”, 경향 “총선 임박 선거중립 위반 소지”
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행정부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관련 입법’ 촉구를 위해 경제단체들이 벌이는 1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하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 뿐만 아니라 보수언론들까지 나서 박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9일자 立法 촉구 서명 운동 위해 길거리로 나간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마치 입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전자나 평가만 하는 심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힘들다”면서 “자칫 대중(大衆)을 선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더구나 지금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이끌 때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국회 선진화법’이 아닌가”라면서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간 것은 다른 민주국가에서도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입법 촉구 가두서명에 나선 초유의 사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야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국가원수인 대통령마저 장외(場外)로 나서는 현실은 안타깝고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선진화법은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을 때 주도해 통과시킨 법”임을 상기시키면서 “박 대통령은 야당 탓만 하기 전에 ‘원죄’를 인정하고 아프게 반성했는가”라고 질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 후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은 서명운동을 벌이기 이전에 과연 얼마나 야당과 대화했는지부터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입법 서명운동’에 참가하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과 단독으로 만난 건 취임 직후 단 한 차례뿐”이라면서 “여야 지도부를 함께 만난 것도 5차례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과거에도 대통령과 국회가 갈등을 빚은 적은 있으나, 대통령이 ‘국민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해 이렇게 포퓰리즘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 적은 없었다”면서 “1975년 유신에 대한 야당과 재야의 저항이 거세지자,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동원해 체제 정당성을 억지 인정받은 장면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박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기대 법치와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그것은 독재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런가하면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의 입법 촉구 서명 참여가 선거 중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국정 시스템 무시하고 직접 국민 상대하는 박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민간이 주도하는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이는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를 외면한 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국정 시스템을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듭 지적하며 “4.13 총선이 임박한 만큼 선거중립 위반 소지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가두서명 참여에 대해“국민이 직접 나선 서명운동에 동참해 국민과 같이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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