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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방송은 청해진 본사 지시 따른 것"

 

[현장 : 세월호 참사 2차 청문회] 안내방송 주인공, 진술 번복

16.03.28 22:05l최종 업데이트 16.03.28 22:0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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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앞 자리한 세월호 증인들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는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유 집행위원장 앞으로 증인으로 출석한 (오른쪽 부터) 이준석 세월호 선장, 조준기 조타수, 강혜성 여객영업부 직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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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면 80%는 배에서 자위 조처를 취해야 한다." - 제1차 세월호 청문회, 유연식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해경이 오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 제2차 세월호 청문회, 강원식 전 세월호 1등항해사

해경은 선원 탓을 했고, 선원은 해경 탓을 했다. 세월호 2차 청문회에서 확실해진 건 책임있는 자리의 어느 누구도 세월호 승객들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1차 청문회에서 해경 관계자들은 "내가 신이냐(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는 말과 함께 세월호 선장·선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을 거론하며 억울해했다. 반면 2차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종합하면, 선원들은 조타실에서 아무 것도 안한 채 오매불망 해경만 기다렸고, 결국 본인들만 배를 빠져나왔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8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 15분까지 진행된 청문회에 참석해 "해경과 세월호 선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승객들이 무슨 탁구공인가"라며 "선원들은 세월호를 빠져나온 뒤 그 조그마한 해경P-123정을 보며 배 안의 승객을 어찌할지 아무런 생각도 안했나"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가만히 있으라' 방송 주인공의 진술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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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는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청문회에서 당시 세월호 여객영업부 강혜성 직원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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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혜성 전 세월호 여객영업부 직원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사고 당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한 것은 인천 청해진해운 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의 진술을 번복했다. 강 전 직원은 앞서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판단과 양대홍 전 세월호 사무장(사망)의 지시로 대기 방송을 했다고 진술해왔다.

권영빈 청문위원은 이러한 강 전 직원의 발언에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입밖에 내지 않은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강 전 직원은 "같은 사고현장에 있던 영업부 직원들의 희생(사망한 양 전 사무장 지칭)에 누가 될까 싶어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강 전 직원은 "혹시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런 건가"라는 권 위원의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을 한 뒤 강 전 직원은 자진해 이석태 특조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해 "유가족들의 큰 슬픔을 이해할 순 없지만 저도 마음 아파하면서 힘들게 지내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져 피해자 분들의 마음이 일부분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번복된 진술은 또 있었다.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은 "퇴선 지시를 했다"며 그동안 했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 전 선장은 "(세월호) 여객부에 방송 지시하라고, 퇴선방송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선장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재판 과정에서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해왔다.

이 전 선장은 "그동안 (퇴선 방송이 아닌 조타실에서 선원들에게) '다 나가라'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나"라는 김서중 청문위원의 질문에 "('다 나가라'는 말이) 퇴선하라는 말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 선장은 "저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고, 반성하는 의미로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퇴선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이 전 선장의 진술에 주로 유가족들이 앉아 있던 방청석이 술렁였다. 김 위원은 "'다 나가라'고 말했다는 걸 퇴선 명령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퇴선 조치라고 하는 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아나"라며 이 전 선장을 추궁하기도 했다.

서로 엇갈린 진술... "누군가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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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인 답변하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는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당시 세월호 선장인 이준석씨가 특조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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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는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참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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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장과 증인 신분으로 참석한 세월호 선원들은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며 청문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전 선장과 강원식 전 1등항해사, 김영호 전 2등항해사는 "배가 기울어가는 시점에 퇴선 명령 등과 관련해 조타실에서 논의한 적 있나"라는 장완익 청문위원의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조준기 전 세월호 조타수는 "강 전 1등항해사가 해경이 오기 전까지 선내 대기하자고 하니까 박경남(전 세월호 조타수)도 거들고 그랬다"며 "(근접 거리에) 둘라에이스호도 계속 있을 것이고 선원들을 중심으로 해경이 오면 안전하게 구조하자고 조타실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엇갈린 증언에 장 위원은 "그럼 조타실에 모여있던 선원들은 도대체 무얼 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오늘 선장·선원들의 진술이 매우 엇갈렸다"며 "분명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비상벨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라는 장 위원의 질문에도 선장과 선원들은 다른 답변을 내놨다. 강 전 1등항해사는 "비상벨은 선원들만 울릴 수 있게 돼 있고, 일반 객실에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선장은 "(선원·승객 모두에게) 다 들린다"라고 확신했다.

김 전 2등항해사는 "잘 모른다, 승선 경력이 짧아 연습삼아 울린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9일에도 이어지는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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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2차 청문회 알리는 이석태 위원장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는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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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의 모습은 1차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이어졌다.

장완익(청문위원) "증인은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본사의 홍 대리와 통화했다."
강원식(전 세월호 1등항해사) "네."
장완익 "급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3분 14초나 통화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강원식 "(홍 대리의) 질문에 답한 걸로 기억한다."
장완익 "홍 대리가 뭘 물었나."
강원식 "정확히 뭘 물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장완익 "홍 대리는 안내방송했는지 물었다는데."
강원식 "모르겠다. 대답은 다 해줬는데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장완익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는 건가." 
강원식 "답변한 기억밖에 안 난다."
장완익 "답을 어떤 식으로 했나. 맞다, 아니다 식으로 답했나 아니면 길게 답했나."
강원식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그것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이날 청문회 방청석을 메운 유가족 100여 명은 증인들을 향해 항의의 말을 쏟아냈다. 청문회 중간중간 "진실을 말해라", "성실하게 답하라" 등의 말과 함께 다소 거친 언사가 나오기도 했다.

청문회에는 선장·선원들을 비롯해 임병준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관리과 주무관, 김형준 해양경찰청 진도연한VTS센터장, 강상보 해양수산부 제주VTS센터장, 이상길 ㈜GCSC 대표이사, 조기정 ㈜GMT 연구소장, 천명환 이테크 현장소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허용범 전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장과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참고인으로 참석해 운항과정의 선체 결함 및 이상 징후 등과 관련해 진술했다.

청문회는 같은 곳에서 29일까지 열린다. <오마이TV>는 이튿날 2차 청문회도 생중계할 예정이다. 생중계 주소는 유튜브 http://omn.kr/hyot | 아프리카TV http://omn.kr/fjo2 | 유스트림 http://omn.kr/fipm | 오마이뉴스 웹 http://omn.kr/i4y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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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서울시청사 다목적홀에서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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