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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 교황 은퇴, 가톨릭 변화할까

근본주의 교황 은퇴, 가톨릭 변화할까

 
조현 2013. 02. 13
조회수 116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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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바티칸에서 수녀들을 알현하는 교황 베네딕토16세. 사진 조현 기자

 

 

 

원리주의 교리 수호 자처하며

‘보수회귀’ 부른 교황 퇴진으로

가톨릭에 변화 물결 일지 관심

인간 존엄 증진·인류애 강조 등

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회복기대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가톨릭 200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이끈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3~1965년)의 표어다. 이탈리아어인 이 말은 교회의 개혁·쇄신·현대화 등으로 번역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톨릭의 표면적인 관심은 후임 교황이 누가 될 것이냐로 모이고 있지만, 최대의 관심사는 30여년간 멈춰버린 아조르나멘토가 재개될지 여부다.

 

그도 그럴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정면으로 거부해온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베네딕토 16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퇴임은 크든 작든 가톨릭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톨릭주교회의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교황은 정통 신학자로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오래 하며 정통 교리의 수호자 구실을 해온 분이기 때문에, 차기에 누가 교황이 되더라도 가톨릭교회가 지금보다는 좀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63)와 바오로 6세(재위 1963~78)가 단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사명을 ‘전도’에서, ‘인간의 존엄성 증진과 인류 공동선 실현’으로 변화시켰다. 또 가톨릭 신자만으로 국한했던 ‘하느님의 백성’을 인류 전체로 확대하고, 라틴어만 사용해 신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던 미사 용어를 각 나라 언어로 사용하게 하고, 미사 때 사제들이 제단을 향해 서 있어 신자들은 뒷모습밖에 볼 수 없던 것을 신자 쪽으로 돌아서도록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온 것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에 순응적인 자세를 보여온 한국 가톨릭이 1970년대 초부터 세상에 눈을 돌려 고통 받는 민중들 편에 서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이 공의회였다. 그러나 공의회에 대한 교회 안 보수파들의 반발은 거셌다. 종교다원주의로 신앙의 혼란을 야기하고 교회 민주화로 교황과 주교의 권위 약화를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바오로 6세에 이어 교황에 오른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가 대표적인 보수 신학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을 1981년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에 임명한 것은 ‘아조르나멘토’에 대한 반격이었다. 라칭거 추기경은 신학의 균형 유지를 위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과로 탄생한 국제신학위원회를 ‘어용’으로 만들고, 보수적인 원리주의적 교리만을 강조해 ‘신의 충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런 보수 회귀는 중앙집권과 교황권 강화로 이어졌다. 각 나라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고 협의체(시노드)를 통해 민주적 운영방식을 이미 채택한 정교회나 성공회처럼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지역적 특성에 맞는 사목을 지향했으나 반대로 간 것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세속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의 양심과 발을 맞추고 협력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수십년간 교황청에선 이런 생각이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온다는 기류가 강했는데, 공의회 정신을 좀더 신뢰하는 분이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교회 밖 세상과 대화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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