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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면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누구의 아들인가?

 

‘사람의 아들’ - ‘장군의 아들’ - ‘신의 아들’
 
[정운현 칼럼] ‘병역면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누구의 아들인가?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2-12 12:39:27 | 최종:2013-02-12 12:59: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영화 '장군의 아들' 포스터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은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1990년에 개봉된 영화 <장군의 아들>은 청산리대첩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만든 것으로, 김두한 역을 맡은 박상민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1993년에 출범한 YS의 문민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와 공직자 및 그 자녀의 병역사항 공개를 계기로 이 둘은 새로운 유행어로 둔갑했다.

 

그 때 생겨난 말이 현역으로 군대 간 사람은 ‘사람의 아들’, 방위병(공익근무요원)은 ‘장군의 아들’,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응당한 국민의 의무로 알고 군대갔다온 사람을 마치 봉건시대 천민(賤民) 취급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성인남자의 90%는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온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생활이 힘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군필(軍畢)’을 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이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니 가능하기만 하다면 군대는 안가려고 하고 이왕 안가려면 완벽한 ‘병역면제’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역면제는 아무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뚜렷하고도 심대한 신체적 결함, 즉 장애나 질병이 있는 경우에만 국한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병역기피가 더러 논란이 됐던 것은 일부러 질병을 유도했거나 기획했기 때문인데, 이는 몇몇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역 출신은 '사람의 아들'? 천민?

현직 검사인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는11일 총리실을 통해 아들의 병적기록표, 2001년 10월 30일자 병무청 제출용 강남성모병원 진단서, 2001년 12월~2002년 7월까지 서울 자생한방병원 의무기록 등을 공개했다. 그리고는 아들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노라고 밝혔다. 앞서 낙마한 김용준 후보의 대응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이다.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1997년 4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1급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고, 대학원 재학 중인 2001년도까지 재학생 입영연기 대상이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01년 11월 병역처분 변경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5급 판정을 받아 사실상 병역면제인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다시 말해 첫 신검에서는 입영대상자인 1급을 받았다가 4년 뒤엔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실지로 심각한 허리디스크였는지, 아니면 병역기피를 위한 꾀병 부리기였는지를 가려내기란 전문 의료진 말고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고위공직자 자녀나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병역면제가 논란이 됐을 당시 이들의 뒤를 봐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의료인들이었다. 병역면제자를 양산(?)해온 몇몇 병원의 경우 병원 이름이 거명되기도 했었다. 다시 말해 의료진들의 주장도 사회적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때 ‘장군의 아들’ 얘기가 거론됐는데 앞에서 언급한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 얘기가 아니라 현역 장성들의 아들 얘기였다. 당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역 장성의 아들 가운데 자대 배치된 육군 사병은 거의 예외없이 ‘편한 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 즉 ‘장군의 아들들’은 보병-포병-기갑병 등 ‘뺑이 치는’ 전투병보다는 복지지원병-시설관리병-통역병-전산운영병 등을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군의 아들들’은 해외 파병군에서도 달랐다. 위험지역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오쉬노부대’에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비교적 안전한 레바논 ‘동명부대’와 아이티 ‘단비부대’에 집중돼 있었다. 해외파병 장병들의 경우 월급 외에도 별도의 수당을 주었는데, 장군의 아들들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한 셈이다. 이는 비단 육군만이 아니라 해군 장성들의 아들들로 힘든 함상근무 아닌 해군사령부 보급창 등에 배치돼 육상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의 병역면제 3인방. 왼쪽부터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김황식 총리

이른바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은 ‘병역면제’가 극치를 이뤘다고 하겠다. 한 때 이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정원장 등이 모조리 군 면제자였던 때가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짜기도 어렵다. 반면 ‘천안함’에 타고 있다가 억울한 떼죽음을 당한 46명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서민들의 자식들이어서 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래놓고서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를 강조하거나 애국심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

'병역면제' 인사들이 보수정권 수뇌부 구성

정홍원 총리 후보자 아들의 경우 어쩌면 실지로 허리디스크가 심해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병역면제가 정당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은 그간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비상식적인 행태 때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장남의 경우 몸무게 1kg이 미달해 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그가 군대 갈 생각이 있었다면 신검 때 물을 마셔서라도 몸무게를 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자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리 후보와 그의 아들들 13명 가운데 6명이 군 면제 판정을 받아 면제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MB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총리는 군 복무중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 후 1년 만에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또 그의 아들은 병역특례업체 근무로 병역을 대체했는데, 4년6개월 근무 기간 중 휴가와 출장으로 244일이나 국외에 머물며 골프를 쳤다.

또 정운찬 전 총리는 입영을 수차례 미루다 ‘고령’(당시 31살)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김황식 현 총리는 시력 문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역 면제로 번 2년여의 시간 동안 이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학위를 따면서 출세의 길을 탄탄하게 다졌다. 최근 들어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면제가 늘고 있다. 2011년 당시 한 언론사가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의 병역사항을 파악한 결과 면제율은 35.1%에 달했다. 재벌가의 아들들은 이제 ‘신의 아들’이 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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