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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독한 노동배제'를 끝장내자

박근혜, 1%만 행복한 사회 만들지 않으려면…

[민교협의 정치시평] 이 '지독한 노동배제'를 끝장내자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1 오후 3:27:21

 

대다수 국민들이 귀향해 조상을 찾아뵙고 가족과 오랜만에 돈독한 시간을 보내고 귀경하는 지금,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국민'인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평택과 울산의 송전탑, 아산의 굴다리, 서울성당 종탑에서 '이 땅의 버림받은 사람들'이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2월 11일 오늘로 농성한지 현대자동차는 118일, 쌍용자동차는 84일에 달한다. 그들은 그 얼마나 뼛속까지 시리고 고통스러울까. 어디 이들 뿐인가. 전국 곳곳이 노동자들이 내지르는 피 끓는 절규로 가득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 명에 달하고, 자본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아니라 '극단의 이익'을 위하여 정리해고를 다반사로 행한다. 이에 맞서서 코오롱은 2912일, 영남대 의료원은 2438일, 콜트콜택은 2202일, 재능교육은 1878일, 쓰리엠은 1358일, 대우자동차판매는 749일, 유성기업은 632일,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은 462일, 골든브릿지증권은 292일, JW생명과학은 239일째 농성중이지만,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수십, 수백 일을 농성하고 있는가. 혹자는 노동자들이 과격하거나 비타협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엄연히 대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판결했음에도 현대자동차 회사는 이를 거부한 채 조금도 양보하고 있지 않은 데서 보듯, 자본이 비정상적으로 비타협적이고, 국가와 대형교회, 보수언론, 사법부가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은 비타협적인가. 태생적으로 천민 자본의 속성을 갖고 있는 것도 있지만, 든든하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에서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사법부는 거의 자본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해결이 가장 효과적인데, 새누리당은 무조건 자본의 편을 들고, 민주통합당도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늘 생색내기로 그친다. 보수-자유 양당은 노동배제적 정책을 구현하거나 그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짝짜꿍이 잘 맞는다. 국가-자본의 연합과 노동자들이 적대 국면을 형성하면, 보수언론은 허위 수치까지 들이대고 모든 논리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의 당연한 절규를 '경제혼란 행위', '과격폭력 행위', '빨갱이들의 투쟁'으로 매도하고, 시민사회 또한 극소수가 이에 맞설 뿐, 대다수가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한다.

국가와 자본, 보수 언론, 대형교회, 시민사회가 나서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노동배제와 정리해고를 합리화하는 법과 제도), 문화적 폭력(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정리해고를 당연시하며 정당한 파업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문화), 재현의 폭력(흑인이나 백인이나 같은 인간인데, 미국영화드라마에서 범죄자를 흑인으로 재현하면 흑인이 더 폭력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이것이 실제로 흑인을 차별하는 현실을 낳듯, 실제는 선량한 해고노동자를 언론에서 빨갱이로 재현하여 이들의 재취업차단하는 것) 등 모든 폭력을 구사하였다.

이에 맞설 진보정당과 노동조직은 분열되어 있고, 노동자들이 극소수 시민과 연대하여 맞서보지만 늘 중과부적이다. 국가-자본-보수언론-대형교회의 카르텔이 별로 견제당하지 않는 엄청난 권력을 형성하고서 거의 모든 비정규직 및 해고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기로 내모는 '지독한 노동 배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전철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대표적인 예로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자. 민교협이 주최한 몇 차례의 토론회와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진 대로, 쌍용자동차 회사는 회계조작과 생산성 지수 조작을 하여 2646명을 정리해고 하였고 사법부는 조작된 장부에만 의존하여 이를 허용하였다. 대외비 문건을 통하여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서 철수한 이유 또한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조합," "한국 정부의 비협조," "기술유출 관련 검찰 수사" 등이었음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당연히 원천 무효이고 이를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것은 국민의 최소한의 권리인데, 국가는 이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에게나 행하는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

실제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약 52.3%가 전시의 병사들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으며, 80%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스트레스와 생계 위기, 절망감 속에서 벌써 24명이나 죽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이 이들을 '경제 혼란범, 과격분자, 빨갱이'로 매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재취업하지 못하였다. 이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고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기나긴 투쟁을 벌였고, 이 결과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민교협도 연이은 토론회와 언론기고,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만이 아니라 동조단식과 농성, 집회와 시위로 연대하였다.

하지만, 청문회는 요식행위 내지 통과의례로 그치고 말았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더 많은 의문이 발생하였는데도 모든 것을 덮어둔 채 끝났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정도로 기술 유출을 행했는지, 누가 어떤 의도로 회계 조작을 하였는지, 누가 왜 선량한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는지, 왜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후 9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이런 조작과 폭력을 행하는 국가와 자본과 사법부의 카르텔의 주체는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더 이상 존립할 의미가 없다. 국정조사를 하여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범법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권력과 자본의 폭력과 조작과 사기극은 재발될 것이고, 그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는 한국 경제를 지키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쌍용자동차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궤변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보다 철저히 자본의 편에 서서 생각한 자의 편견이며,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좀먹고 다수의 국민을 생존위기에 내던질 수 있는 망국적 발상이다.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벌어졌던 외국자본의 헐값인수와 기술 유출, 회계 조작, 인권 유린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는 형국이기에 이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서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만, 해외 자본이 정권을 우습게 여겨 민족 자본을 좀먹고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행위가 근절될 것이다. 기업이 손쉬운 구조조정의 도구로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권력이 선량한 국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국정조사는 이 땅의 경제를 살리고 자본과 권력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최소한의 대안인 것이다. 이에 동의하여 새누리당 또한 국정조사를 대선의 공약사항으로 발표하였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여야협의체를 만들어 사태의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책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에 민주통합당도 동의하고 나섰다.

이렇게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 2월 5일에 쌍용차 범대위가 인수위 앞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게 쌍용차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끝장 농성에 돌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방해로 인해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각을 한 시간여 넘긴 후 진행됐으며, 깔판, 비닐, 침낭 등 일체의 물품을 경찰에 빼앗기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엄동설한 속에 비닐 하나 없이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철저히 '노동 배제' 정책을 펼쳐나가고 이에 민주통합당도 협력해 줄 것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당선인께 정중히 묻고자 한다.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은 박빙의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의 표를 얻기 위한 기만행위였는가.

노동이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노동은 거룩한 생산 행위이자 나를 자유롭게 하여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실천이다. 노동은 만 원어치 밀가루계란우유이스트를 사서 빵 기계를 이용하여 천원 짜리 빵 열세 개를 만드는 것에서 보듯 생산 도구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을 해내는 인간의 행위이다. 돌덩이의 땅을 쟁기로 갈아 기름진 밭으로 변화시키는 것에서 보듯 인간 주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기 앞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를 자신의 의도대로 개조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세계를 새롭게 창출하는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자신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존재란 것에 흐뭇해하고, 생산행위를 통하여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에 노동이란 진정한 자기 실현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생산한 빵으로 굶주리는 자를 배부르게 하는 데에서 보듯 노동은 타자를 자유롭게 하는 정의의 실천행위다. 노동 없이 자유도, 정의도, 실존도 없다.

이제 개인과 집단 모두 노동의 가치와 신성함에 대해 새롭게 성찰해야 한다. 노동을 일방적으로 소외시키고 착취하고 억압하면서 건전한 사회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처럼 노동을 철저히 배제하고서 한국사회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이 1%만이 행복한 사회인가. 박근혜 당선인이 진정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 '지독한 노동배제 정책'부터 거두기 바란다. 최근에 행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90.8%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노동현안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온 나라의 온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대통령 취임식을 열고자 한다면, 시급한 노동현안부터 해결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재능교육의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때, 박 당선인은 하늘처럼 존중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고 결국 전임 정권처럼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 인수위 앞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고, 이에 시민사회와 민교협도 함께 연대할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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