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⑨] 추미애 당대표 후보
16.08.11 19:06l최종 업데이트 16.08.11 19:29l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의원은 지난해 2월 13일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한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고사하다가 '내 역할이 '통합'이라면 진심으로 당을 위해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번에 당대표를 하려는 것도 분열과 갈등의 당 역사를 끝내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후보가 10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다. 누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잘 지킬 것인가, 즉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호위라는 관점이 (전당대회에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추 후보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새누리당 탈당하라', '중립내각 세워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못들은 척 하고 전당대회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것만 봐도 내 얘기가 딱 들어맞지 않냐"며 이렇게 말했다. 추 후보는 지난달 28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이후부터 줄곧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추 후보는 작년 2월 13일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한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고사하다가 '내 역할이 '통합'이라면 진심으로 당을 위해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번에 당대표를 하려는 것도 분열과 갈등의 당 역사를 끝내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1등을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런 상황에서 2등이 1등을 깎아내리는 경선은 자살골"이라며 "그런 식의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야당 지지층이 말하는 외연 확대나 흥행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과 관련해서도 "당시 '이인제 대세론' 속에서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이라는 원칙 외에 어느 룰이든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며 이종걸 후보와는 다른 입장에 섰다. 이 후보는 "동교동계였던 한광옥 당시 민주당 대표가 이인제를 편들고 (국민경선 안 하는 쪽으로) 밀어붙였다면 '대선후보 노무현'은 없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이종걸이 말하다, "내가 문재인과 멀어진 이유는...").
추 후보는 "벌써 국민의당에서 내년 10~11월에나 단일화하자, 장차관 몇 개 줄 거냐 하는 온갖 얘기가 나온다"며 "나는 '더민주 퍼스트'다. 먼저 당을 튼튼하게 한 다음에 힘을 보태야지, 선수 꿔오기를 한다거나 갑자기 합치는 방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당과의 연정·통합보다는 자강론에 방점을 찍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누리당 새 대표에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하도록 해야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을 호위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이정현 당대표 된 과정 봐라. 대통령 탈당 필요성 더 커져"
추미애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가 1등을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런 상황에서 2등이 1등을 깎아내리는 경선은 자살골"이라며 "그런 식의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야당 지지층이 말하는 외연확대나 흥행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소연
-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결과가 '의외'라는 평가에는 동의하나?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어 여당 지지층의 방어심리가 작용했다고 본다. 누가 대통령을 지킬 것인가, 그리고 대통령도 (자신을) 지켜달라고 전당대회에도 등장한 것 아닌가. (내가) '새누리당 탈당하라', '중립내각 세워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못들은 척 하고 전당대회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 대표로서는) 선거운동 해보나마나 된 거고, 다른 후보들은 추풍낙엽이 됐다."
-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꾸준히 대통령 탈당, 중립내각 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만 보더라도 내 얘기가 딱 들어맞지 않나? 그런 내가 지금 대통령과 맞서고 있는 것 아닌가?"
- 어쨌든 영남 당원들이 다수를 이룬 당에서 호남 출신 당대표를 뽑았는데...
"당대표가 '어디 출신이냐'는 그 순간에 작동하지 않는다. 누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잘 지킬 것인가, 즉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호위라는 관점이 작동했다."
- 호남 출신 여당대표가 탄생하면서, 호남지역 개발 공약이 많이 나올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나뉜 지역민심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추미애 후보는... |
- 1958년 대구 출생
- 1981년 한양대 법학 학사
-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 2001년 김대중 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 2003년 노무현 당선자 특사(미국, 일본)
- 2008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
"(새누리당의) 진심이 안 느껴진다. (호남 출신 여당대표라 호남을 잘 챙긴다는 건) 억지춘향식 해석이다.
언론에서도 특별히 쓸 게 없으니 '호남 대표론' 이야기하는데, (이정현 대표 당선은) 지극히 방어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이정현 대표 당선이 더민주의 세 후보 중 광주 출신의 김상곤에게 호재가 되지 않을까?
"당원과 지지자들에겐 호남 출신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당원들은 분열되고 불신과 패배주의가 팽배한 이 당을 안정되게 이끌어줄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난파선 같았던 당에서 나는 정치 유불리를 따져서 뛰어내린 적이 없다. 민주당에 있는 동안 두 번의 대선 승리를 경험했고, 또 한편으로는 나만큼 패배의 경험을 온몸으로 느껴본 사람도 없다. 작년에도 마지막 당원 1명이 남으면 이 당을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 처절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어떤 위기가 봉착해도 헤쳐 나간다. 정파적인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뚝심으로 당을 지키는 선장이 필요하다.
벌써 불안, 불안하지 않나? 우리 당도 아직 안정되지 못했는데, 벌써 국민의당과 연대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당에서도 내년 10~11월에나 단일화하자, 장차관 몇 개 줄 거냐 하는 온갖 얘기가 나온다. 내년 가봐야 될 얘기를 지금부터 하며 흔들어대는데, 내년이라고 안 흔들리겠나?
- 김상곤, 이종걸 후보의 경우 상대적으로 야권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3자구도에서도 대선에 이길 수 있다고 보나?
"나는 '더민주 퍼스트'다. 더민주 굳히기, 당내 단결이 먼저다. 그 다음에 지지층을 통합시키겠다. 내가 열심히 공부도 안 해놓고, 짝궁이 공부해놓은 걸 나누지 않으면 시험에 낙제할 거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필패론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012년 후보단일화에 대해 수동적·소극적 단일화라고 평가했는데, 나는 그 말이 맞다고 본다.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고, 지지층에게 자신감도 주지 못한, 실패한 단일화였다. (단일화는) 먼저 당을 튼튼하게 한 다음에 힘을 보태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선수 꿔오기를 한다거나 갑자기 힘을 합치자는 방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 있는 후보 길러내고 열패감 극복할 때 호남민심 돌아온다"
추미애 의원은 10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다. 누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잘 지킬 것인가, 즉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호위라는 관점이 (전당대회에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남소연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호남의 이익을 극대화할 야권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
"호남민심은 어떤 정치집단·계파의 이익이나 지분을 챙겨주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시도로 정권교체를 좌초시키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호남은 반드시 정권교체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호남은 어리버리하게 대선 지게 만드는 후보를 싫어한다. (출신지역이 아니라) 호남의 정신과 가치를 누가 실천해줄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민주당 자강론을 계속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 당 내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자신감있게 길러내고 열패감을 극복할 때 호남민심도 돌아온다."
- 민주당이 2003~2004년 분열되는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다. 다시 합쳐진 뒤 2004년 이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문 대표로부터 처음 요청이 들어왔을 때, 사양했다. '대표님에게 도움 되는 외부 적임자를 찾으시라. 당내에서만 찾지 말고 바깥에서 좋은 분 모시라'고 말했다. 그런데 거듭 전화하시길래 더 이상 버티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역할이 '통합'이라면 진심으로 당을 위해 도와드리겠다'며 받아들였다. 이번에 당대표를 하려는 것도 그런 분열과 갈등의 당 역사를 끝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 문 전 대표와의 그런 인연 때문에 "대선후보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도 특정후보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당대표 선거에도 계파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계파에 줄을 댄 적이 없고, 계파에 의존하는 정치를 해본 적도 없다. 그냥 민주당을 지킨 사람이고, 민주당과 문재인 지도부가 흔들리던 지난 1년 내내 당의 중심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당원들이 더 잘 알 거다."
- 대선경선 방식을 두고 대선후보를 조기에 확정해 안정적으로 가는 '2012 박근혜 모델'과 후보들 경쟁을 통해 흥행을 일으키는 '2002 노무현 모델'로 갈리는 것 같다.
"경선은 공정하게만 하면 된다. 2002년을 생각해보면, 당시 이인제 후보가 대세였지만 룰이 이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얘기는 노무현이 이긴 것에서 나온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이인제 대세론 속에서 오히려 노 후보는 어느 룰이든 받아들이겠다, 다만 국민경선으로 해야한다는 원칙 하나만 주장했다. 그 원칙 외에 디테일이 어떻게 정해지든 노 후보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1등을 달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2등이 1등을 깎아내리는 경선은 자살골이다. 그런 식의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야당 지지층이 말하는 외연확대나 흥행을 달성할 수 없다. 지지자들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2,3등이 열심히 해서 1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으니 공정한 룰을 만들면 된다. 이미 외부인사로 구성된 원탁회의를 통해 경선 룰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선경선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겠다. 경선 이후에는 경선불복방지위원회를 만들어 확정된 후보를 끌어내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 경선불복방지위원회가 경선에 진 후보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손학규 등등 후보마다 컬러와 비전이 다르다. 2012년에는 경선 진행이 늦었고, 후보 결정 후에도 패한 후보들이 적당한 역할을 맡아서 지지자들을 하나로 뭉쳐내지 못했다. 경선 전에는 결과에 불복하지 않겠다는 서약식을 해놓고도 끝난 후에는 이긴 후보를 위해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아서 사실상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경선 효과를 살리지 못했다.
대선, 내년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미국민주당 경선의 패자인 버니 샌더스가 '나의 가치와 비전을 실현해달라'고 요구하고, 승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이걸 수용한 것처럼 우리도 멋지게 해보자는 거다."
"탄핵 과정 궁금해하는 사람 많다. 김종인도 '진실' 말해야"
▲ 더민주 당 대표 후보 3인방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가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단상을 내려서고 있다. ⓒ 남소연
- 경선을 마무리하는 이상적인 시점은?
"당헌당규에는 경선 룰은 대선 투표일 1년 전에, 후보는 180일 전에 확정지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경선 룰은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만들어져야 하고, 후보는 6월까지 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당헌당규를 지키는 게 당대표 아닌가?"
- 작년 말부터 많은 당원들이 들어왔는데, '선거 때만 동원된다'는 불만이 많다.
"지지자들과 당의 정책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온오프네트워크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당대표가 되면 제일 먼저 이걸 만들기 위한 플랫폼 구축해서 '스마트정당'을 만들겠다.
-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나?
"(웃으며)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 '제7공화국 준비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차기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을 전제로한 공약인가?
"이명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온갖 약속 다 해놓고 5년 단임으로 끝나버린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정부의 무능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물을 권리도 없다. 우리도 책임정치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이런 논의를 정치권만 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열어놓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정부의 성격도 규정되는 것이고."
-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권력구조'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 유불 리가 중요한 게 아니고, '준비위'라는 타이틀을 걸고 국민대토론을 붙여보자는 거다."
- 기록을 찾아보니, 추 의원이 한 차례 낙선한 뒤 2008년 국회의원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 김종인 대표의 탄핵 당시 역할을 언급하는 것은 당시 책임을 다른 사람과 나뉘는 것처럼 비친다.
"내가 탄핵에 찬성한 것이 정말 잘못됐다는 말은 여러차례 했다. 다만, 그 과정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얘기한 것이다. 이런 논란을 벌이려고 한 것은 아닌데, 그러다 보니 김종인 대표 얘기도 하게 됐다. 김 대표도 우리 당에 (다시) 들어온 만큼 이 기회에 진실을 말했으면 좋겠다. 진실을 얘기하는 가운데 당에 대한 애정도 더 가지고 당을 통합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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