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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40배, 막히지 않은 한강 하구 가치는?

여의도 40배, 막히지 않은 한강 하구 가치는?

이은주 2016. 09. 06
조회수 2526 추천수 0
 
낙동강, 영산강 하굿둑 트자 움직임, 생태 가치 중요성 깨달아
한강·임진강·예성강 통합 생태보호지역 조성해 개발압력 막아야
 
03796547_P_0.JPG» 북한 땅이 건너보이는 한강 하구. 경기도 심학산에서 자유로 문발나들목 부근을 촬영한 모습이다. 이병학 기자
 
강은 산과 들을 바다와 이어준다. 사람의 몸으로 치면 혈관과 같은 구실을 한다. 혈관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막히면 몸에 병이 생기듯이, 강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막히면 강뿐만 아니라 육지와 바다도 병들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큰 강이 4개 있다. 강줄기를 따라 마을이 생기고 들판이 펼쳐지며 강의 끝부분에서 바다를 만난다. 이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가 막혀 있는 경우가 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그렇다. 한강은 다행스럽게 남·북한 간의 대치상황으로 인해 하구가 막혀 있지 않다. 
 
01322579_P_0.JPG» 겨울철새가 모여든 한강 하구의 모습. 환경부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은 한강하구 습지의 현재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16년 3월 광주전남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한강 하구 습지의 환경 가치는 ㏊당 4294만원으로 둑으로 막혀 있는 영산강의 가치 671만원보다 약 6배 크다. 게다가 영산강은 1981년 12월 하굿둑이 축조되고 35년이 지나는 동안 하구 습지 면적 축소, 수질오염 심화, 저서 생태계 단절, 생물다양성 손실 등 심각한 환경변화를 입었다.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산강의 복원 방안으로 영산강, 낙동강, 금강 등 3대 강의 공동 연대, 민간이 참여하는 3대 강 하구관리위원회 구성, 하구환경관리법 제정을 제안하였다. 또한 지역의 연구와 조사는 국가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면서 3대 강 하구 복원을 다음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차기 정부에서 국정 과제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05539837_P_0.JPG» 영산강 하굿둑. 1981년 축조된 이후 수많은 생태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최근 또 다른 소식도 들린다. 부산시와 시민단체들이 30년간 막혀 있던 낙동강 하굿둑을 다시 열 것을 국토해양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낙동강 하굿둑은 용수 공급과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1983년부터 2006억 원을 투입해 1987년 완공되었다. 
 
하지만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기수역 상실로 생태계 파괴, 유속 감소, 수질 악화, 녹조 발생, 강바닥 퇴적 오염 등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낙동강 하굿둑을 부분 개방한 뒤 2025년까지 완전히 개방하길 원하지만 수문 개방 권한을 쥔 국토해양부와 다른 지자체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염원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03765484_P_0.JPG» 2010년 11월1일 낙동강하굿둑 나무육교 강서방향 낙동남로 길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차에 치어 죽은 채 발견됐다.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다시 한 번 한강하구 습지를 돌아보자. 일부에는 낙동강·영산강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하굿둑이 없어 훨씬 자연스러운 하구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강하구는 육상과 담수 생태계가 해양생태계로 전이되는 중요한 생태적 완충지대이며 따라서 독특한 생물상과 생태적 특성을 지닌다. 한강하구 습지는 총면적 356.4㎢, 내륙습지 9.4㎢, 연안 습지 347㎢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은 6055만㎡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에 달한다. 
 
특히 강화도 남단과 북단에 널리 분포한 갯벌과, 한강과 임진강의 합류지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성동습지, 시암리 습지, 공릉천 하구 습지 등 자연적인 하구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삼남습지는 상당 부분 농경지 등 인위적 교란이 시작되고 있다. 다행히 고양시에 있는 장항습지는 연안 습지와 내륙습지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은 열대지방의 홍수림과 비교될 정도로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 
 
2013~2014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에서 벌인 생태계 조사 결과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임이 재확인되었다. 포식자인 삵은 먹이를 잡아먹은 흔적과 배설물, 발자국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안정적인 서식지로 이용 중이다. 또한 무산쇠족제미, 검은머리촉새는 공릉천 하구에서 발견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인 노랑부리백로가 서식하고 있으며 저어새는 이동 시기인 9~10월에 중간기착지로 한강하구를 이용한다.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월동을 위해 꾸준히 한강하구를 찾고 있으며, 붉은발말똥게는 공릉천 하구 습지에 나타난다. 
 
03302432_P_0.JPG» 한강하구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말똥게. 조홍섭 기자
 
21세기 한강하구 습지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 20세기 후반 한강하구 습지는 피치 못할 남북한 간의 대치상황이 수동적인 방치를 낳아 자연 생태계가 회복하고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한강은 인접한 임진강과 예성강까지 아울러 한반도 중심부에 있는 통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삼강(三江) 통합생태보호지역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즉, 동아시아 하구 생태계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하구 생태계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 
 
한강하구 습지의 최종 모습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통일 한반도에서 한강하구 습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남북한 간에 첨예했던 군사적 긴장 지역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역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을 것이다. 고려 때 국제무역항 노릇을 했던 벽란도는 바로 한강과 예성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남북한 간 군사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계기로 한강하구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며 개발 압력도 높아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강하구 습지의 전략적 과제는 이러한 개발 압력을 적절히 소화하면서 하구 습지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한강 하구 습지의 종적, 횡적 연결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03336399_P_0.JPG»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막히지 않은 유일한 큰 강인 한강 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류유종 기자
 
한강하구에 동·식물의 이동과 서식을 방해는 그 어떤 대형 인공구조물 설치도 최대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핵심 한강하구 생태계 지역에 도로나 철도 등을 설치할 때에는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전문가 지혜를 모아 하구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한강하구 습지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생물다양성의 핫 스폿(핵심 지역)이자 주목받는 기수생태계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민, 환경단체, 전문가, 지자체, 정부는 한강하구 습지 보전 전략에 필요한 폭넓은 기초 연구와 긴장 완화 후에 대비해서 합리적인 보전 전략과 추진 계획을 하루바삐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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