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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 개최

“더 이상 억울한 죽음 없도록 구름불러 천둥번개쳐야”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 개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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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9  23: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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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9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에서 성미산마을 어린이합창단의 어린이들과 열사 가족 들이 참가자들과 함게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홍선 형제를 장례하던 날, 저는 님의 갈현동 집으로 갔습니다. 운구를 뒤따르는 님의 아내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조심스레 부액(扶腋)했습니다. 몸이 무거웠습니다. 걸음은 힘이 없고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뻗혔습니다. 걸음을 멈춥니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하나님 이 개새끼야, 왜 천둥번개도 안쳐? 왜 구름 한 점 없어? 하나님 이 개새끼야!” 다른 쪽을 부액한 이는 원주의 최기식 신부였습니다. 한쪽은 목사, 다른 쪽은 신부입니다.

4월 9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

추도사를 하던 김상근 목사가 벼락 치듯 큰 소리로 ‘하나님 이 개새끼야’를 외치면서 4.9통일열사 유가족들이 오열을 터뜨렸다.

하나님에게 들이 댄 말이 아니다. 신부 목사에게 한 말이다. 천둥번개를 쳐야 할 때 천둥번개를 치는 일을 하나님은 우리들, 신부 목사에게 주셨다. 우리가 구름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있지 않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아픈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김 목사는 “평생 성직자로 살고 있는 저는 단비 엄마(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의 그 외마디를 높고 깊은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천둥번개를 칠 때인가? 지금이 바로 천동번개를 칠 때인가? 내가 망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그날의 기억과 다짐을 이야기했다.

또 “님들을 교수대에 세웠던 박정희의 딸은 대통령에서 파면되었으니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님들이 교수형을 당했던 서울구치소, 그곳은 아니지만 같은 이름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니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 이게 정의라고 함성을 지를 수 있을까요”라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원통함을 토로했다.

   
▲ 김상근 목사는 추도사에서 그날 열사의 장례를 치르며 받은 추상같은 꾸지람을 큰 가르침으로 삼아 살아오고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정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은 앞으로 밝은 날을 보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더 많다며 참담한 심경을 내비치면서도 더 좋은 날을 앞당기기 위해 건강에 유의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자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정현 이사장은 “아직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밝은 날을 보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더 많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참담하지만 박근혜가 구속되었으니 일단 그건 축하하고 앞날을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자”고 추모제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또 지금까지 추모제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송상진 열사의 부인이 이날 자리에 나오지 못한 것을 언급하면서 “마지막 기를 써서라도 더 좋은 날을 앞당겨야 할 테니 건강에 유의하시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김 목사가 추도사에서 언급한 우홍선 선생을 비롯한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 8명의 사형수, 그리고 복역 중 옥사하거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10명의 관련자 등 총 18명의 4.9통일열사가 모셔졌다.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선생 등 8명에 대해 박정희 정권은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을 확정하고 재판 종료 18시간도 지나지 않은 9일 사형을 집행했다.

또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인 장석구, 이재문 선생은 복역 중 옥사했으며, 전재권, 유진곤, 조만호, 정만진, 이태환, 이재형, 나경일 선생은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으나 복역 후유증으로 운명했다.

가장 최근엔 이성재 선생이 지난해 5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관련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4.9통일평화재단(4.9재단, 이사장 문정현)이 주관한 이날 추모제에 앞서 8일에는 도예종 선생 등 4인 열사묘역이 있는 대구 현대공원에서, 9일 오전 11시에는 이수병 선생 동상이 설치되어있는 경희대 평화동산에서 각각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18명 4.9통일열사의 유가족들과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관련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4.19혁명 1주년인 1961년 4월 19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이 젊은 시절 참여했던 민주민족청년동맹(민민청)에서 발표한 ‘4월혁명 1주년 성명서’가 낭독되기도 했다.

   
▲ 가족들의 추모와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석자들은 지난 2012년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앞에 설치되었던 추모 조형물 앞에서 통일열사들에게 추모, 헌화했다.

4·9재단은 이날 추모제와 함께 지난해 재단 활동보고와 올해 공모사업 협약식을 같은 자리에서 진행했다.

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공익활동등을 지원해 왔으며, 올해 2017년 공모사업에도 12개 사업을 선정해 5,000만원을 지원한다.

   
▲ 문정현 4.9재단 이사장이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충남지역 회장인 정석기 회장 부부에게 감사패를 드렸다. 정 회장 부부는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받은 배상금 3억5천만원을 4.9재단에 '인수평화기금'이라는 제목의 별도 기금으로 기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가수 한선희씨는 '그날이오면' 등의 곡목을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배우 원창연씨가 4.19혁명 1주년인 1961년 4월 19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이 젊은 시절 참여했던 민주민족청년동맹(민민청)에서 발표한 ‘4월혁명 1주년 성명서’를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성미산 마을 어린이합창단 어린이들이 '봄이 오는 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공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와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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