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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대표 인터뷰]“이제는 이명박이 감옥 갈 차례입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4/16 11:15
  • 수정일
    2017/04/16 11: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사진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환경재단 최열 대표.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환경재단 최열 대표.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인터뷰 | 미세먼지 첫 한·중 국가 상대 손배소 낸 최열 환경재단 대표
“7명이서 우선 시작했습니다. 소장 내고 1시간쯤 지나니 언론보도가 나옵디다. 그걸 보고 여기저기서 참여하겠다고 연락이 와요. 더 참여시킬 것인가 논의를 해보니 7명이면 숫자가 적고, 어느 정도 숫자가 되면 합의부가 다룬다는 거예요. 그래서 소송인단을 100명으로 늘리자고 결정했습니다.”

 

4월 12일, 환경재단에서 최열 대표를 만났다. 일주일 전인 4월 5일, 식목일 최 대표와 강원도 춘천의 안경재 변호사, 주부 등 7명이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 소송을 냈다. 미세먼지 관련 국가를 상대로 한 첫 손배소다. 소장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오염물질을 수인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원을 관리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중국은 이와 관련한 상세한 설명과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정부에는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 있는 헌법 10조를 근거로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석명을 요구했다. 

 

중국 쪽에서도 반응이 나옵니까. 
“환구시보라고 중국 매체가 있습니다. 한국 소송 보도 이후 긴급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소송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2000여명이 참여했는데 95%가 ‘이해할 수 없다’이고, 5%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답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같이 소송한 것은 우리가 중국에 무언가를 요구하려면 우리가 잘 하면서 요구해야지, 우리가 못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우리가 석탄화력발전을 계속하고 디젤차에 ‘클린디젤’이라는 딱지를 붙여주고 아무런 개선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중국에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기존 환경운동단체들의 캠페인을 보면 원인에서 우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석탄발전 문제 등을 거론해 왔는데요. 
“국토는 한국과 중국으로 나뉘어 있는지 모르지만 오염물질은 이미 국경과 관계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AI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철새의 이동도 마찬가지이고 바다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세먼지에는 경계가 없어요. 현재의 법체계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중 간에 미세먼지 협정도 없고, 같이 공동조사하자는 협의가 있더라도 형식적입니다. 아무리 공동조사를 해도 효과가 없으니 안 해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운동은 안 되는 것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전략을 마련하며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소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빨리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열 대표는 1949년생이다. 조용필보다 한 살 많다. 환갑이 지나 70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운동’을 말하고 있다. “1인당 손해액을 우선 정신적 피해로 300만원씩 잡았는데, 7명이 하면 총 피해액 규모가 2100만원으로 약식재판을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100명이 소송을 하면 3억원이 아닙니까. 물론 재판은 길어지겠지요. 환경운동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순발력과 지구력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공익 목적의 소송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소송할 때만 반짝 관심이 있고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만 생고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소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환경재단과 ‘미세먼지 소송모임’은 후속 프로그램으로 ‘미세먼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4월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가 기후변화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 기고를 보니 시리아 난민문제에 대해 기후난민이라고 언급하신 것이 인상적이던데요. 
“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난민을 55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아요. 다보스포럼에서 해마다 인류가 해결할 과제를 계속 제시하는데, 2000년대 들어 계속 나오는 것이 세 가지입니다. 빈곤, 양극화, 그리고 기후변화. 최근에 나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인데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양극화와 빈곤이 연결되어 있고, 기후변화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기온 자체가 양극화되고 있어요. 비가 많이 오는 데는 더 많이 오고 안 오는 데는 더 안 옵니다. 시리아가 대표적이에요.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비가 거의 안 왔어요. 그러니 농사를 짓지 못한 사람들이 도시로, 다마스커스로 몰린 겁니다. 독재정권인데 가난한 젊은 청년들을 때리니 도화선이 되어 IS가 생긴 거예요. 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군사안보보다 기후안보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식량생산이 10% 줄어듭니다. 미세먼지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기후변화로 기류가 바뀌니 공기 이동을 차단시키는 것 아닙니까. 이전에는 바람으로 날아가던 것이 한반도 상공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공기는 생존권 문제입니다. 대기오염물질로 피해가 나타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 65세 이상된 사람들이 조기사망하는 원인일 수도 있어요.” 

 

최 대표를 찾는 전화로 대화는 간간이 끊겼지만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국제정세와 한국 대선을 넘나들며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문득 궁금했다. 어느 쪽이든 정권교체가 되면 영입 1순위의 무게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총리나 장관을 맡으면 뜻을 펴기 더 쉬울 텐데. “안 해요. 정치는 할 사람이 따로 있고, 저는 한 길만 갈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된 후 4대강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2008년 가을부터 9년간 탄압을 받았는데, 다른 단체가 그 정도 대통령으로부터 탄압당하면 조직이 사라지지만,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살고 나왔을 때 기자에게 소감을 이렇게 밝혔어요. 이명박과 내가 임무교대를 할 때가 분명히 온다고. 권력은 5년이고 환경운동은 영원해요. 이번 대선은 인수위도 없는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국내외적 정세가 누가 해도 힘들게 되어 있어요. 대선캠프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나눠 먹기 식으로 가면 망합니다.”

그러면 대표님은 무엇을 하시려고요?

“다보스포럼이 있고, 또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세계사회포럼이 있는데, 환경포럼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2000명 이상 타는 환경친화적 배를 만들어 선상에서 토론하고 결론도 도출하는 겁니다. 늦으면 2022년, 빠르면 2021년까지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70대가 되면 나도 배에서 놀면서 좋은 사람들을 모아 프로그램하는 데 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배 타는 게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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