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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김정은이 바라는 게 뭔지 대화로 확인해야"

 
"북한 핵‧미사일 동결이 우선"…'문정인 워싱턴 발언' 일치
2017.06.21 00:02:42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으로 핵과 미사일 동결을 입구로 삼아 북한 비핵화라는 출구에 이르는 '단계적 접근법'을 강조했다. 연내에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미국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어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CBS는 '북핵 동결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서 핵 프로그램 없이도 북한이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아마 김정은도 그런 길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공갈을 하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는 바일 수 있다. 어쨌든 그 점은 우리가 대화를 해 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밝힌 북핵 동결을 1차적 목표로 상정한 단계적 비핵화론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의 대가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그런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이 미국 일각에서 '무조건적인 대화 제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가)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도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 때 '김정은과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 '김정은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금년 중으로 (북한과)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에 대한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금년 중에는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대북 선제타격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문 대통령은 한편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저지를 위한 선제타격론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미국으로서는 점차 다가오는 미래의 위협이지만 한국은 지금 당장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선제 타격은 그 위험이 보다 더 급박해졌을 때 비로소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29~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미국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정상회담에서 '북핵 동결'에 관한 양국 정상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앞으로 5년 동안 임기를 함께 할 관계일 뿐만 아니라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그 공동의 목표를 함께 힘을 모아서 이루어낼 수 있다면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대통령에 재임하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최고의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서 최우선순위에 둔 것이 바로 북핵 문제 아닌가.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저는 그 점에 대해서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웜비어 사망 중대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 
 
트럼프 정부를 향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거리 좁히기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으로 미국 내에 북한에 대한 악감정이 증폭된 상황이 큰 변수로 꼽힌다. 
 
웜비어 씨 사망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하며 "웜비어의 죽음은 이런 정권에 의해 자행된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결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당분간 트럼프 정부가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곧바로 북핵 동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 국면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금년 중에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한 발언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CBS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미국 내 반북 감정을 고려한 듯 이번 사건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웜비어의 가족과 미국 국민들이 겪은 슬픔과 충격에 대해서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을 뗀 뒤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다. 부당하고 가혹한 대우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와 같은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억류하고 있는 기간 동안에 발생한 일이다. (북한이 웜비어 학생을 죽였는지) 그 사실까지 저희가 알 수는 없지만 웜비어 학생이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에는 미국민들과 한국 국민 여러 명이 억류 중에 있다"며 "그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아주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런 나라, 그런 지도자를 상대로 우리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해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이유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 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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