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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아, 들어라!

강자가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다
 
김갑수 | 2017-08-11 13:40: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국인들아, 들어라!
- 강자가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 주일 동안 초강대국 미국과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 사이에 험악한 입전쟁이 벌어졌다. 나는 이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전쟁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미국과 조선 양측 공히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체면과 돈’이고 조선이 원하는 것은 ‘생존과 평화’이다.

트럼프의 입에서 ‘협상’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조미 입전쟁도 한풀 꺾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입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나는 조선이라고 본다. 트럼프의 언어, 즉 화염, 분노, 종말, 파멸 따위는 추상적인 레토릭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조선 측의 괌도 포격 예고는 다분히 구체적이었다. 조선은 비행거리와 시간, 탄착지점까지 명기했다.

트럼프의 언어는 전면전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반면 조선의 언어는 위협 포격에 불과한 것이었다. 조선은 미사실을 쏘되 괌도 영해 밖에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추상적인 불법의 입과 구체적인 합법의 입이 싸웠으니 애초부터 후자가 이기도록 되어 있는 게임이었다.

미국인들아, 들어라. 너희들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위배했다. 너희들은 1904년 러일전쟁을 중재한답시고 일본의 조선 독식을 독려했다. 1905년에는 카스라 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의 등에 칼을 꽂았다. 1910년에는 한일강제합방에 노골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최소 1930년까지 너희들은 조선반도에서 가장 많은 이권을 챙겨갔다.

너희는 1945년 일본 대신 한반도를 분할시켜 38선을 그었다. 1950년 너희는 조선 측의 ‘조국 통일’을 좌절시켰다. 이로부터 거의 70년에 이르는 동안 너희는 이 땅에서 오만방자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리 민족을 모욕해 왔다. 너희는 우리 바다에서 매년 전쟁 놀음을 벌였다. 너희는 이 땅에서 탄저균 실험도 했고 최근에는 사드까지 일방적으로 배치했다.
미국인들아, 들어라. 너희는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다. 이미 너희는 ‘강대국 중의 하나’로 내려앉았다. 조선과 전쟁을 벌이는 날, 세계 여론은 너희들 반대편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몰락은 가속될 것이다.

베트남전에서 너희 군인들의 전사통지서가 시골 마을까지 전달되는 것을 보고 온 국민이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하루아침에 반전여론이 확산된 것이 너희들이다. 너희 나라의 다수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피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조선 측의 장담대로 너희 영토의 한 도시에서라도 미사일이 터진다고 가정해 보자. 너희 국민은 순식간에 아노미에 빠질 것이다. 조선은 이것을 알고 있다. 아니 너희도 알고 있다. 이번에 조선이 긴장한 것은 화염, 분노, 종말, 파멸 따위의 공소한 언어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은 ‘예방전쟁’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예방주사라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예방전쟁이라는 말은 난생 금시초문이다. 조선 측에서도 예방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헤아려보았을 것이다. 결과 예방전쟁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로 ‘조선’이 원하던 바였다. 그래서 즉각 예방전쟁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다.

미국인들아, 들어라! 너희는 외교전술에서 이미 조선에 패배했다. 현대 핵전쟁에서 군사력의 총용량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니 너희들이 근본적으로 대조선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너희에게는 추락만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아, 이제라도 사태를 냉정하게 보기 바란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너희의 최우방국인 영국에서조차 너희보다 조선의 호감도가 높게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제발 발상의 전환을 한 번 해 봐라. 가장 사려 깊은 조치는 뭐니 뭐니 해도 너희가 이 땅에서 과감하고 정의롭게 손을 떼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 모두는 숙연한 마음으로 너희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기꺼이 작별 인사를 드려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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