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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계, 트럼프를 몰락시킬 주력군 되나

 

등록 :2017-08-19 09:22수정 :2017-08-19 09:27

 

지난 13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미국 내 극우주의에 반대하고 샬러츠빌 사태의 희생자를 기리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들이 ‘파시스트’라는 문구가 적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형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미국 내 극우주의에 반대하고 샬러츠빌 사태의 희생자를 기리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들이 ‘파시스트’라는 문구가 적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형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인종주의의 역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미국 조야의 반대에 계속 부딪혀왔으나, 샬러츠빌 사태 이후 위기는 그의 운명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정황과 관측들이 나온다. 인종주의 및 극우 세력들의 난동에 대해 그가 보인 양비론적 태도에 미국 주류 세력 전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과 행정부, 심지어 군부에서도 그의 태도를 직접적·간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정부 자문위원회를 스스로 해체하며, 트럼프를 명확히 비난하고 있다. 권력과는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재계나 기업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트럼프에 대한 미국 주류 세력들의 인내가 바닥났다는 징후다.

 

이는 인종주의가 미국에, 특히 기업에 가져올 재앙을 재계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와 기업이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도덕적 가치를 옹호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자신들의 본질적 목적인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친공화당인 텍사스에서는 지난 15일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 등 공공시설 접근을 제한하려는 법률 제정이 무산됐다. 텍사스 내의 최대 기업을 포함한 700개 이상의 기업과 재계 단체들이 단결해서 이 법률이 차별적이고 텍사스 경제를 해친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안정을 원한다. 기업에 미국에서 퇴각했던 인종주의의 역습은 시장과 사회를 교란하는 분란이다. 인종주의는 이제 미국에서 결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시대역행적인 편협으로 자리매김됐다는 의미다.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에서는 2002년까지 직원의 동성 동반자나 트랜스젠더 직원에 대한 수당이 전무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동성 동반자 수당은 이들 대기업 중 58%가, 트랜스젠더 수당은 40%가 지급했다. 2017년에는 동성 동반자 수당은 61%, 트랜스젠더 수당은 50%가 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동성애 문제보다도 사회적 공감도가 더 큰 인종 문제는 기업들에는 돈과 더 관련이 깊다. 미국 남부에서 호텔과 식당들은 1960년대부터 매장에서 흑백분리 조처를 적극적으로 포기했다. 처음에는 흑백분리 조처 폐지에 마지못해 응했으나, 흑인들이 이용하며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재 유럽계 백인 인구는 63.7%이고, 2042년에는 과반에 못 미칠 것으로 미국 인구국은 예측한다. 비백인 인구들은 출산율이 높아, 젊은층 등 경제인구가 백인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력 및 소비자 측면에서 비백인 인구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트럼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기를 드는 기업들이 지식 기반의 첨단산업계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전통 굴뚝산업을 위해 반이민 정책과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추진하고 있다. 첨단기술 산업계에는 치명적이다.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질 좋고 값싼 해외노동력 조달에 차질을 주고, 자신들의 미래 시장을 지체시키는 것이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절반은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에 관한 내부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지구를 살리려는 대의 동참도 있지만, 향후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저탄소 기술을 선점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7개 무슬림국가 국민들의 미국 여행을 금지한 데 반발해 지난 2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가 전략정책포럼에서 떠났다.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항의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도 그 자문위를 그만뒀다. 3개 회사 모두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거나, 청정에너지 개발 등에 사활을 건 회사들이다. 한국 등지에서 밑그림이 그려지는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주인공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인종적 구분이 되지 않는 캐릭터들이 다수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전세계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인 미국의 첨단기업과 그 최고경영자들이 인종주의에 대한 적극적 반대를 표명하며, 트럼프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시장과 매출, 노동력 확보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위축시키는 트럼프의 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재계와 대기업들로서는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접근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었을 것이다.

 

이미 지지도가 30%대 중반으로 역대 최저인 트럼프에게 ‘주식회사 미국’이라 일컫는 재계마저 등을 돌리면, 공화당과 행정부의 인사들도 그의 주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07446.html?_fr=mt2#csidx2830d91e229907c8053b58a1d671a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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