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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는 습관

 


 

 



♪ Pink Floyd - Goodbye Blue Sky ♪



살면서 장래희망은 수차례 바뀌는 것이긴 하지만

내 기억에 가장 처음 구체적으로 가졌던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였다.

어린 시절, "뉴턴"이라는 과학잡지를 몇 권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잡지에 실린 우주에 관한 그림/사진들이

어린 마음에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었나 보다.

아름다운 우주를 실제로 보고 싶어

부모님에게 천체망원경을 사달라고 수차례 조르기도 했지만

당시 부족한 예산 덕분에 지금까지 천체망원경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달랬었다.

언제나 서울시 외곽의 한창 개발중인 곳에만 살아서 그런지

밤엔 불빛이 거의 없었고 별도 잘 보였다.

초등학교 때, "등화관제훈련"이란 걸 가끔 했었는데,

적(북한이겠지)의 폭격에 대비하여 모든 가정의 불을 끄고

쥐죽은 듯이 한 시간 가량을 버티는 민방위 훈련의 일종이었다.

훈련 시간 중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지상은 암흑 천지인데에 비해 별들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은하수"라는 존재를 직접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어쩌면 마지막일런지도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하늘은 더 이상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입시 지옥을 빠져나와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땅 위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존재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것만으로 충분했었다.

단 한 번

매우 지쳐있을때 방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금새 잊혀졌다.

 

다시 하늘을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였다.

땅 위에 더 이상 눈 돌릴 곳이 없어 쳐다본 것이 하늘이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요즘은 일 년 중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때인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나의 습관 중 하늘을 보는 습관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몇 안되는 습관 중 하나이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며 멍하게 있을 때면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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