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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다이어리

감기에 걸렸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술먹었던 게 아무래도 직접적인 원인인 듯.

 

감기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 남한테는 잘 옮는데 비해 잘 옮기지는 못하고

 * 한 번 크게 앓는 법이 잘 없고

 * 웬만큼 활동 가능한 정도의 감기를 오래 달고 다니고

 * 나았다 하더라도 기침이 오래 동안 남는다.

 

지금도 머리는 아프고 코는 막히고 기침은 끊임없이 나는데

그렇다고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뭐 그런 상태이다.

 

하지만 감기를 핑계로 어떻게든 병가를 내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에 의해

오늘 하루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오전10:10 - 약간 지각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선방이다.

                 운좋게도 팀장이 자리에 없다. 예감이 좋은걸!

오전10:30 - 팀장이 자리에 돌아왔다. 약간의 오버 섞인 기침과 함께

                 일단 주위 사람들에게 감기에 걸렸단 사실을 각인시킨다.

                 보다 완벽한 기침을 보여주기 위해 담배를 한 대 피운다.

오전11:30 - 일일업무회의 시간이다.

                 여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인간이 감기땜에 내일 쉰다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업무내용과 계획을 말하면서 간간히 기침을 섞어 주고

                 머리를 가끔 만져주며 열이 있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연기가 훌륭했는지 팀원 중 한명이 "제대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 찬사를 보냈다.

오후12:00 - 식사를 하고 내려가 담배를 연달아 두 대 피웠더니

                 진짜로 내일 쉬어야 할 것 같은 몸상태가 되었다.

                 역시나 담배는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증명되는 듯 하다.

오후01:00 - 잠시 책상위에 쓰러져서 자다가 일어났더니 몸상태가 더 엉망이다.

                 이제부터는 거의 연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ㅡㅡ;;;

오후03:30 - 담배 두 대를 더 피우고 떡볶이와 튀김을 먹었더니

                 열도 나고 매우 추워졌다. 떡볶이와 튀김보단 담배 때문이겠지?

                 아플 때 담배가 안 좋은 것도 다 알고 맛도 없다는 것도 아는데

                 왜 평소보다 더 피우고 싶어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오후06:30 - 결국 휴가를 내는데 성공. 결과적으로 몸은 더 안 좋아진 것 같지만.

                 그나마 해피엔딩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이런이런. 이건 좋지 않아. 좋지 않다구.
♪ Depeche Mode - It's No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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