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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누가 신자유주의에 산소호흡기를 달았나

묻지마 반MB연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6.2선거를 말한다](1) 누가 신자유주의에 산소호흡기를 달았나

박준형 (공공노조 활동가) 2010.06.03 07:04

지방선거 결과, 예상보다 야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MB연합’을 구성했던 정당, 정파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친노인사들이 대거 출마하고 선전했다는 점에서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심판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가 임박해서는, 젋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 넘쳤고, 이 효과 덕분인지 투표율이 다소 상승하였다. 이제, 이 환호 뒤에 남겨진 뒷모습을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반MB연합’의 성과?

 

이번 선거의 키워드를 몇 가지 떠 올려보자. 무상급식, 전교조탄압, 4대강 사업, 세종시, 천안함 침몰과 북풍, 반MB연합 등. 선거과정에서 전국적인 정치 쟁점 외에 지역이슈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 자체 기능 중 쟁점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는 무상급식 이슈도 선거 초반 이후에는 힘을 잃었다. 요컨대, 전국적인 정치쟁점을 중심으로, 특히 한나라당-이명박정부 대(對) 반MB연합이라는 대립구도가 부각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라기보다는 (그런 것이 있다면) 대통령선거 투표인단을 선출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우선, 이명박 정부의 무지막지한 일방통행 정책들과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무능하고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MB연합이 만들어졌다. 이유를 생각해보자. 노무현의 후광을 이번 선거에 활용하려고 한 민주당 내외의 친노세력과 사회운동, 민중운동의 일부가 민주당의 주도성을 인정한 가운데 선거연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로 인한 결과를 ‘단일화 효과’라고 부른다.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친노 정파들이야 민주당과 연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선택이었다. 민주노동당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활용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야권 단일화의 일등공신’이니 비경합 지역후보나 정당투표에서라도 선택해달라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그저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혹은 민중운동내 ‘자주파’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정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과잉대표’하는 민중운동, 사회운동을 함께 이 ‘반MB연합’에 끌고 들어갔다.

 

노동자운동도 반MB?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운동도 이렇게 딸려간 민중운동 중 하나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내내 내부 논란에 빠졌다. 급기야 최종 결정과정에서는 문제점들을 겨우 미봉하고, 실천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의 반MB연합에 동조했다. 조직적 결정도 아랑곳없이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사실상) 유시민 후보로 단일화 요구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명박 정권이 반노동자 정권이라는 점에 ‘반MB’라는 포지션은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MB연합’이라는 ‘정치연합’ 형태로 나타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신자유주의자들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는 민주당과 친노 정파들과 연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반MB연합’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신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들 사이에서, 그리고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을 지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그렇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민주당에 투표할 것을 설득했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당혹스러워했지만, 이미 강력하게 형성된 반MB연합을 비판하지도 못했다. 더욱이 이미 많은 현장에서 조합원들 사이에도 ‘후보단일화’에 동조하는 여론도 많았다.

 

조합원 여론을 탓할 수는 없다. 이미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오랜기간 동안 민주노총은 ‘반MB’를 정치적 입장으로 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세력을 구성하려는 노력도 사실상 없었다. 그러니 조합원들의 여론, 반응도 오히려 일관성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촛불집회 때부터 형성된 반MB 프레임을 계속 확대-강화해왔다.

 

이 점에서는 비록 이번 반MB연합에 동참하지는 않았더라도 진보신당과 이 당과 친화성을 갖는 노조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진보신당 스스로 5+4 단일화 연석회의에 참여해왔을 뿐 아니라, 노조 내 많은 활동가들도 ‘반MB'를 중심 투쟁의제로 부각하고자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노동운동 내 ’현장파‘들은 내내 침묵하였다. 민주노총이 개악노동법 폐기 투쟁 등 노조운동 스스로가 제기해야할 쟁점에 대한 투쟁을 포기한데 대한 항의였던 셈이지만, 지방선거 정국에서 별다른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실천을 조직하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묻지마 투표선동은 정당한가

 

한편, 선거 막판에 진행된 투표참여 캠페인은 주로 젊은 층에서 야당 지지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투표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노동자대회(광주항쟁정신계승5.18대회)에서 중앙선관위의 구호인 ‘투표로 말하세요’가 공식 유인물에 등장한다. 노동자운동마저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투표로 말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세에 따라 투표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자본가의 착취를 보장하는 기관으로서 국가를 정당화하는 것이 선거와 투표행위다. 투표는 다만 ‘정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뿐인데도, 투표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것처럼 선전되기 시작했다. 가히 ‘투표 물신주의’라 할만하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들 ‘젊은 층’에게 투표를 요구하는 이유다. 민주노총조차 ‘반MB'외에 청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수년간 청년들이 ’88만원 세대‘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고, 따라서 이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뭉치고 투쟁해야한다는 토론이 있었던 후인데도 말이다.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그들의 힘든 삶에 정치가 아무런 희망이 되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MB연합으로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이 과연 한나라당의 것과 달리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에게 의미있는 것이 있는가? 내가 살펴본 공약집에는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은 20대라는 ’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파견, 용역, 하청, 최저임금, 영세사업장, 실업 노동자들의 문제이고, 이 점에 대해 반MB연합은 침묵했던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청년 노동자들을 ’정치무관심 층‘이라고 비하할 수 있는가. 청년층에 대한 투표 독려와, 오히려 이들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에 바로 이들을 조합원으로 [전략]조직하겠다고 하는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마저 다르지 않았다. 묻지마 반MB 투표독려 수준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가장 기괴한 지점이다.

 

개표 후에도 반MB연합이 계속된다면

 

선거 선전으로 재미를 본 반MB연합은, 이런 상황이라면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반MB연합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정치연합체는 물론 합당까지 검토하자는 논의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상황은 2010년 대선에서는 물론, 대선까지 가는 2년반 동안의 정세를 규정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2년반 동안, 현재와 같이 한나라당-이명박 대(對) 반MB연합이라는 방식으로 형성된 대립 구도에서, 정치적 쟁점은 딱 이 구도가 제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들이 중요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좋게 말해도 ‘변죽을 울리는’ 것들이다. 심지어 일부 쟁점은 한나라당이 수용할 수도 있는 정치적 결정이다. 무상급식은 민주진보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제기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공약이 될 수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은 불황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는 점에서, 아마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적당히 다른 곳을 파헤쳤을 것이다. 북풍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연초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예상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 이명박 북풍을 지지하는 것이 ‘진보주의자’들이 열광한 미국 오바마 정권이라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이에 비해서 자본주의 모순을 드러낸 세계금융위기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70~80조의 구제금융기금 등 이 위기 부담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정부 정책이 문제가 된 적이 있는가. 노무현 사망 1주기 직전에 있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1주년, 따라서 경제위기에 따른 노동자 구조조정은 누가 기억했는가.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오히려 넓히고 있는 최저임금,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자파견 대상업무 확대는 누가 언급이라도 했는가. 사람잡는 재개발 정책과 부동산 경기부양은 쟁점이 되었는가? (마지막 질문은 단 한번,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TV 토론에서 언급했을 때 기억되었다.)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자 정책, 반민주 정책에 많은 이들이 치를 떤다. 그렇다. 정당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반MB 정치연합마저 모두 정당한 것일 수는 없다. 아마도 다음 대선, 2012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은 안 된다고 말하겠지만, 다음 선거의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이 아니다. 이명박이 아니면 어떤 대안이냐고 물을 때, 이미 실패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후보를 또 지지하고 신자유주의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줄 것인가.

 

적어도 노동자들에게 이명박-노무현과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2년 반은 그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선거 직후부터 이런 질문을 시작해야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따라서 반MB연합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위기의 진정한 원인과 노동자 민중의 삶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쟁점을 제기해야한다. ‘투표’가 아닌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운동, 투쟁으로 말할 수 있어야한다(그래야 비로소 ‘투표로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게 된다).

 

그것을 제기하기 위한 다른 방식의 정치연합을 구성하고, 이 정치연합을 위한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사회운동, 민중운동, 특히 노동자운동이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이미 실패한 신자유주의를 2010년 대선에서 또 부활시켜주는 우를 범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비록 이번 지방선거에 아예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라고 해도 2년 반을 환멸만 하고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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