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관계 재설정
[기후변화와 노동자](8) 노동체제의 재형성은 필수적이다
김경근(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2010.06.07 08:27
노동체제의 의미와 중요성
기후변화 협약은 직접적으로 에너지산업의 노동조합·노동자에게 특정한 변화를 낳지는 않는다. 기후변화 협약은 ‘노동체제’를 매개로 에너지산업의 노동조합/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와 자본이 어떠한 전략을 취할 때, 그 전략은 아무런 제한 없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실현될 수는 없다. 그들의 전략은 ‘노동체제’에 의해 일정한 굴절을 경험하게 된다. 왜냐하면 ‘노동체제’에는 노동의 대응과 저항이 존재하며, 동시에 기존에 형성된 질서·규칙이 존재하므로 일정한 경로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자본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는 없다. 결과는 노동운동의 역량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노동체제는 기후변화 문제에 따른 작업현장의 변화에서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산업의 재편이 직접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탄소 배출량이 감소된다고 할 때,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과도 선험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노동체제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량 감소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발생시킬 수도 있고 전혀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에너지 산업의 재편이 어떻게 진행될지조차 노동체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에 의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이러한 ‘노동체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인 후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고민을 한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략적 행위의 범주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노동체제의 변화 가능성의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고, 정부와 자본이 제시하는 질서·규칙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구조조정이라는 규칙, 즉 생산량이 줄어들면 고용인원도 줄어든다는 규칙은 현재 한국의 노동체제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질서이다. 그러나 이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체제에서 노동운동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규칙에 대한 대응의 실패와 부재가 현재의 노동체제를 형성시킨 것이다.
이러한 현재의 노동체제는 노동운동의 무기력 속에서 안정적으로 공고화된 듯 보인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는 노동체제의 규칙·질서를 변화시키는 객관적 외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체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이를 수용하고 적응하기 위한 노동체제의 내적 질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변화의 결과가 예정된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전략과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며, 이러한 능동적 대응은 ‘노동체제’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이처럼, ‘노동체제’의 의미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에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기후변화 문제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작업현장의 모든 변화는 노동체제에 영향 받은 결과이며, 다시 그 변화는 노동체제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둘째,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기존의 노동체제의 질서·규칙은 불가피하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때의 변화는 선험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셋째,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노동조합 운동과 분리된 특수한 사안이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전반적 전략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노동체제의 재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넷째, 결론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환경운동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노동운동이다.
노동체제의 재형성: 고용과 노동조건과 환경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관심사는 거의 전적으로 ‘고용’에 집중되어 있다. 구조조정이 정부와 자본의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됨에 따라, 고용이 축소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동운동의 역량이 고용 문제에 집중됨에 따라, 노동체제는 고용이라는 단일한 의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고용이라는 단일 의제를 가진 노동체제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적으로 제한된 선택지만을 제공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의제들은 물론 고용이라는 의제에서조차 자본과 정부의 전략에 의미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안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은 현존하는 노동체제를 매개하면서 엉뚱하게도 비정규직의 확대와 노동조건의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고용이 절대적 관심사로 부각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위해 다른 조건을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용을 위해, (자신의) 고용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양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몸에 대한 양보(노동시간 증가와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고용안정을 확보하거나, 자신보다 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용인(비정규직 활용에 동의)함으로써 고용안정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와 기업간의 위계적 갈등은 한정된 수의 일자리를 둘러싼 노동자들간의 수평적 갈등으로 전환되고, 기업의 경쟁력과 고용안정을 동일시함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에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노동자들은 근대적·자본주의적 합리성을 내면화하고 있다.
‘고용은 생산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규칙을 가진 노동체제에서, 즉 ‘고용=물량=임금’이라는 조건에서 노동운동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비정규직 일자리는 확산될 수밖에 없고, 유연화는 더욱 더 심화되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 스스로 근대적·자본주의적 합리성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탈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체제의 재형성이 필요하다. 노동체제의 재형성은 노동·자본·정부의 상호작용의 방식을 바꿔내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현재의 합리성을 극복하고 다른 합리성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고용과 노동조건과 환경을 함께 추구해야 하며, 이를 통해 현 노동체제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한다. 고용-노동조건-환경이 노동체제의 삼각 축으로 구성된다면, 고용은 생산량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일자리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정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고용에 국한된 노동체제로 인해, 한국의 노동자들은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강한 상황을 감내하고 있다. 사회공공성의 확장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명이라는 가치가 이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한국의 노동조건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조건들이 정상적으로 지켜진다면, 한국의 고용은 생산량이 줄어든다 할지라도 오히려 더 늘어날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고용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세 축을 모두 고려할 때 오히려 고용 문제를 더욱 더 쉽게 풀어갈 수 있게 된다.
사회공공성의 구성 요소
노동체제의 재형성은 노동운동의 영향력 회복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주체가 바로 노동조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산업과 같이 기후변화와 큰 연관성을 지닌 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노동체제의 재형성을 통한 노동운동의 역량 강화와 의제 변화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한편, 노동체제의 재형성은 사회공공성의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사회공공성 개념이 정치적 차원에서는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적 차원에서는 ‘탈이윤화·탈시장화’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기본권의 보편적 보장’으로 확장되었다고 정리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공공성 개념의 확장은 현재의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극복을 통한 고용-노동조건-환경으로의 노동체제 형성과 밀접한 논리적·실천적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사회공공성은 생산의 공공성, 운영의 공공성, 소비의 공공성, 생태의 공공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생산의 공공성은 노동권의 확보를 의미한다. 안정적인 고용과 적정한 노동조건, 그리고 이 둘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정상적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되어야 생산의 공공성이 지켜질 수 있다. 이러한 노동권은 노동자의 생명과 행복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 차원의 공공성이다.
둘째, 운영의 공공성은 거버넌스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개입력 확보를 의미한다. 운영의 공공성은 기업, 산업, 정부의 경영/운영에서 성장중심적 논리와 이윤지향적 논리를 벗어나서, 사회에 바람직한 재화․서비스를 바람직한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거버넌스에 대한 개입력 확보는 다른 공공성들이 원활하게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대한 결정을 자본이나 정부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실질적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지향하고 있다.
셋째, 소비의 공공성은 필수적 재화․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확보와 이에 더해 적정한 소비를 의미한다. 먼저 소비의 공공성은 탈시장화·탈이윤화라는 원리를 통해 기본권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한다. 이러한 탈시장화와 탈이윤화라는 원리는 생태적 공공성을 확보해나가는데, 즉 지구 환경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소비의 공공성이 생태의 공공성과 결합되면서, 대량소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게 된다.
넷째, 생태의 공공성은 생태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의미한다. 지구 환경은 특정 계급, 특정 국가, 특정 세대의 귀속물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공유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지구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처럼 지구 생태계는 사회공공성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게 된다. 환경운동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개념은 현재의 근대적·자본주의적 합리성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키워드로 활용될 수 있다.
생산의 공공성과 생태의 공공성의 결합
노동체제의 세 의제 중에서 ‘환경’을 통해 생산의 공공성과 생태의 공공성이 결합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는 지속가능한 작업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작업장은 지속가능한 지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노동체제가 재형성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사회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속가능한 지구가 지속가능한 작업장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노동자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내는 유력한 주체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들의 힘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노동권의 보장이 필수적이다. 지속가능한 작업장이 지속가능한 지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지구가 생태적인 문제를 발생하게 되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적 문제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비용을 부담지우기 때문이다. 전자와 후자에 공통되는 이유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성장과 이윤 중심적 사고가 작업장 차원부터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다른 사고방식으로 대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과정은 단순히 생산물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생산 과정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효과들을 지닌다. 즉 노동자들은 원료를 유용한 물건으로 전환시키면서, 특정한 사회 관계에 대한 경험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 관계 자체도 재생산한다. 이처럼 노동과정은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측면들의 결합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이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노동하면서 무엇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어떤 의식들을 내면화하게 되는지를 주목해야함을 의미한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동과정에서 자신의 건강 심지어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감수하고 있다. 이윤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도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 분할과 위계화에 동의하면서,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를 내면화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생명조차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료와 생존을 두고 경쟁해야하는 조건에서, 지구 생태계 나아가 미래 인류의 생존에 대한 고려가 존재할 수는 없다. 작업장에서조차 지속가능성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지구에서 지속가능성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거꾸로, 지구적 차원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때조차 기존의 시장 원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작업장 차원에서 시장 원리가 관철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인류의 공통적인 문제이자 절대적 중요성을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조차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의 여러 조건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열악한 한국에서 그리고 기업의 영향력이 극도로 발휘되는 작업장에서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의 추구는 현재 사회의 가치체계와 운영원리의 변화를 반드시 필요로 하며, 이러한 변화는 작업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부터 전체 지구라는 가장 큰 단위에까지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생산의 공공성과 생태의 공공성은 서로 독립적이거나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정합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각의 사회운동이 연대를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공통의 관심사항을 찾아내고, 그로부터 출발하여 상호작용 경험을 쌓고 신뢰를 형성하면서 진전된다. 미국의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사례들에서 ‘일자리 대 환경’의 구도가 ‘일자리와 환경’의 구도로 변할 수 있었던 데는 노동안전보건(넓게는 공중보건) 분야에서 연대했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연대의 초기 모습은 미국에서 ‘노동계급 환경주의’라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노동계급 환경주의는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산업생산이 증가하고 고독성의 화학산업 등이 번성하면서 환경과 작업 조건이 악화되자. 전국에 걸쳐 작업장과 환경의 오염과 그에 따른 안전과 건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노동계급 환경주의는 이러한 안전과 건강에 대한 노동자의 우려에 기반하였다. 작업장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면서 노동자와 환경주의자들 사이의 연계가 늘어났고, 이들은 대기업과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가 사회적 불평등과 환경오염의 뿌리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초기 연대의 모습은 이후 ‘노동권’과 ‘환경정의’의 결합으로 발전하게 된다. ‘환경정의’는 환경문제가 사회 계층간 불평등의 지형을 따라 발생하고 그 결과로 환경 피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점을 주목한다. 따라서 환경정의는 사회적 약자이자 환경 약자인 이들의 사회환경적 불평등과 차별화의 문제를 환경운동의 중심 과제로 삼는다. 대부분의 환경불평등은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환경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러한 기존의 불평등을 낳는 사회구조의 개혁이나 불평등의 완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정의를 위한 투쟁과 노동권을 위한 투쟁은 네 가지 이유에서 상호관련이 있다. 첫째, 환경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근본적 목적은 오염된 환경에 불공평하게 노출된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약자를 위하는데 있다.
둘째, 작업장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독성물질에 최초로, 그리고 흔히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되는 장소이다.
셋째, 환경정의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환경을 ‘사람이 살고 일하고 활동하는 곳’으로 정의해왔다. 또한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유해물질들과 일터에 존재하는 유해물질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기존의 환경 개념을 폭넓게 재해석한 것으로, 작업장에서 발생한 독성물질이 가정과 지역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힘을 합치도록 해준다.
넷째,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장에서부터 환경 유해물질이나 불의에 맞서기 시작하곤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지역사회 최초의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다. 환경정의를 위한 투쟁이 가지고 있는 두 측면, 작업장 영역과 지역사회 영역의 측면을 연결해 보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노동과 환경의 이분법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노동권과 환경정의가 결합한 형태의 일자리 개념으로 ‘녹색 일자리’가 등장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008년 9월 ‘녹색 일자리들: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에서의 괜찮을 일자리를 항하여 란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농업과 제조업, 연구와 개발, 행정 작용과 서비스 활동에서의 환경 질을 보전하거나 복원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해야만 녹색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녹색 일자리는 적절한 보수와 안전한 작업 조건, 일자리의 안정성, 합리적인 전망, 노동자의 권리 등을 만족시키는 괜찮은 일자리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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