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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지담론에 대한 일고찰

최근 복지담론에 대한 일고찰

 

1. 문제의식

2. 복지담론의 배경

3. 각 주장들(이태수, 윤홍식, 신진욱, 박원석, 김태현, 이상이)

4. 각 주장의 요지 또는 함의

5. 결어: 각 주장의 검토

 

1. 문제의식

최근 전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복지담론에 대하여, 특히 지난 3.31. 참여연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 자료(진보의 미래-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과 전략)에 제시된 주장들을 중심으로 그 배경과 주장 그리고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의 일차적 목적은 각 논자들의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 주장들이 투쟁에 대하여 갖는 함의를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2. 복지담론의 배경

전후 30여 년간 지속된 장기호황은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체제로 전향하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전 세계적으로 이윤율의 저하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독점자본이 상품시장만이 아니라 금융과 서비스, 지적재산권까지 자본의 운동처를 확장하고자하는 노력이다. 이러한 자본의 대응은 무엇보다 노동을 공격하고(노동의 유연화) 복지를 공격(재정위기와 효율 등을 앞세워)하는 한편 자본운동의 장인 시장의 확장요구가 FTA 등 무역, 금융, 서비스 등 시장의 개방화, 그리고 새로운 투자처와 투기처가 될 수 있는 공공재의 사유화, 사회서비스 등의 시장화·상품화, 그리고 2008년 무렵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공공연한 부동산 투기와 파생상품의 확장 등으로 나타났고, 실물부문의 뒷받침이 없는 자본의 투기적 운동은 2008년 세계적인 대공황을 가져온 바 있다.

한국 또한 1997년 빠르게는 94년 이래 이러한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체제로 이행하였다. 여기에 대하여는 97년 IMF위기를 필연으로 만든 김영삼의 정책이나 그 이전의 한국 독점자본의 운동을 살펴야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키로 한다.

여하튼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체제는 구조조정, 비정규직, 파견제 등등 노동의 유연화로 총취업인구의 1/3 혹은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 870만명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들의 평균임금은 월123만원인데서 보듯 가히 동물적 삶을 강요하였다. 또한 노동의 유연화는 중산층까지도 위협하여 아래 표에서 보듯, 중산층 몰락과 빈곤층의 증가로 확인되는 바이다.

 

 

 

 

 

1996년

2006년 상반기

증감

상류층

20.08%

25.34%

5.26%

중간층

55.54%

43.68%

‑11.86%

중하층

13.19%

10.93%

‑2.26%

빈곤층

11.19%

20.05%

8.86%

    표 3_ 소득기준 계층 구성 변화 추이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OECD(1995) 기준에 의거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빈곤층으로, 50~70%를 중하층, 70~150%를 중간층, 150% 이상을 상류층으로 구분함

** P&C가 발표한 <17대 대선평가 및 주요 시사점>에서 재인용

 

또한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자살율이 높은 나라라는 데에서 보듯 체제의 약탈적인 공격은 교육, 의료, 주택, 노후, 보육 등의 부담과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복지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므로 복지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복지담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하겠다.

 

3. 각 주장들(이태수, 윤홍식, 신진욱, 박원석, 김태현, 이상이)

이러한 사정을 배경으로 제출되는 최근의 복지담론에 대하여 특히 지난 3.31. 참여연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 자료(진보의 미래-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과 전략)에 제시된 각 주장의 내용과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여기서는 각 논자의 주장의 모든 내용이 아니라 필요한 한에서만 인용할 것이다. (밑줄은 인용자가 한 것이다.)

 

3-1. 이태수-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왜 보편주의 복지국가인가?

“2차 세계대전 이후는 서구의 경제가 황금성장기를 맞는 1970년대까지 복지국가 역시 강화, 정착되는 단계를 거치게 되었고 비록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신보수주의 이념의 등장과 경제동력의 상대적 저하, 신사회적 위험의 등장 등에 의해 전통적인 복지국가에 대해 축소 또는 조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구의 복지국가는 강건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지는 않다.”

“대안적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을 하지 못한 채 세계화의 구심력에 흡수된 뒤로 보수 세력은 물론 정권교체를 통해 탄생한 민주정부까지도 더욱 극렬해진 신자유주의 가치와 원리를 수용하고 심지어 이를 중시하는 국가운영의 기조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 사이의 10년의 기간 동안 과거 한국사회가 의존했던 운영원리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여전히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가 절하되고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까지 저하됨으로써 성장의 동력이 상실되고 한계가 극명히 노정되는 사회가 되었다. 한편으론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정착되고 자본과 노동의 균형은 심각히 파괴된 상태에서 자본의 이윤 창출이 곧 국부의 창출이란 맹신은 일방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념은 곧바로 현대자본주의 중요한 생산요소인 지식(knowledge)의 담지자로서 노동이 지닌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양자의 괴리는 우리사회의 미래에 암운을 던져주는 주요한 거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 간의 균형 파괴만이 아니라 자본 내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하다 할 정도로 약탈적이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2․3차 산업과 1차 산업 등의 균형 역시 그 정도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은 위기의 징후들로 가득하다. 임금 노동자의 반수 이상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의 이중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규직 노동자라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해고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30% 가까이를 점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은 자영업의 과잉과 골목상권까지 밀고 들어온 대자본과의 경쟁 속에서 정상이윤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영세한 자영업자의 길을 거쳐 폐업과 도산, 재창업과 몰락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실직자들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그림 1>과 같은 박탈의 트라이앵글로 잔존하고 있고 중산층이 와해되는 온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각 계층의 생존상의 위기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를 ‘불안’의 사회로 만들고 있고 특히 중산층마저도 아동양육과 교육, 가족들의 의료, 자신의 노후, 주거 그리고 고용 등에 걸쳐 소위 ‘6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이러한 현실에서의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위기의 심각성으로부터 확인되는 바이다.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국가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가 불가한 시점에 와있다. 복지국가 없이 민중들의 삶의 기반이 와해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불가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방경제하의 대외 지향적 경제발전전략을 끝내 취할 수밖에 없다면, 복지국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튼튼한 인적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패자부활이 가능한 혁신적 사업들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관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성장을 위해서라도 복지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97년 경제위기보다도 더 심각한 양극화 사회가 관철되고 있고, 가장 첨예하게 사회적 파열상이 드러난 지금 상황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새로운 결단을 선언하지 않을 수없는 엄중한 시기이다.

그 선언은, 우리 사회의 성장의 목표와 방법을 새롭게 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성장은 그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임을 명실상부하게 확립하여야 한다. ‘성장을 위한 성장’, ‘사람을 경시하는 성장’을 거부하면서 ‘사람을 위한 성장’을 목표로 내걸어야 한다. 계층간, 분야간 양극화나 지나친 불균등성을 제어하면서 분배의 정의를 경시하지 않는 성장이 필요하다.

누구나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도를 찾는 것은 물론,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안도감이 현실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노동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 구조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항시 초래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교육, 보육, 의료, 주거, 노후에 대한 사회적 담보가 제도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사회임금(social wage)이 적극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이렇듯 1차적인 생산과정에 각자가 참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후 교육, 의료, 주거, 문화, 사회복지, 환경 등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천부적 권리의 하나인 생존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이것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혁신적 동력이 되도록 국가의 운영원리를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와 같은 국가운영의 원리가 구현되는 체제를 ‘보편주의 복지국가’라고 명명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대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며 복지는 더 좋은 경제의 동반자가 된다. 기업의 생산과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게 되며 성장 없는 분배도, 분배 없는 성장도 용납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를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창출하며 근로빈곤은 원천적으로 성립하지 않게 된다. 남녀 모두 돌봄 노동의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공유하면서 돌봄 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일-가정의 양립이 보장되고, 진정한 성평등의 사회가 구현된다. 빈부의 차가 극심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사회연대와 공동체적 양식이 시민정신으로 구현되어 지역사회에서부터 든든한 사회적 경제의 기초가 마련되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이 만끽되면서도 사회정의와 연대가 강고해지고 민주주의는 더욱 확대된다.”

 

3-2. 윤홍식-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과 쟁점 : 오해, 쟁점, 원칙 그리고 과제

“1. 보편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2. 복지국가는 더 좋은 경제의 동반자이자 더 많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3.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근로빈곤 없애기는 복지국가의 핵심 요소이다.

4.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저소득층·중산층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연대의 핵심 주체들이다.

5. 여성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핵심적 주체이며,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그리스 재정위기도 본질을 호도하는 사례다. 1995년 GDP 대비 101.1%이던 그리스 정부의 부채비율은 2001년 117.2%로 높아졌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8년에는 102.6%로 감소했다. 공적사회지출의 증가율도 크지 않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0.32%P에 그쳤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세수기반의 축소를 유발했고,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재정위기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소위 “과도한 복지급여”가 아니라 취약한 경제(제조업)기반이다”

“복지재원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일부와 진보정당에서 “증세를 회피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어떤 재원마련 방안과 상보적 관계에 있는 것일까? 진보라면 부유세 또는 사회복지세 등과 같은 증세에 적극 동의해야하는 것일까? 재원문제는 보편주의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지만 역사적 사실은 우리의 상식과 배치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의 주요 재원은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세, 부가가치세·소비세(이하 소비세)로 이루어져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노르딕 4개국에서 재화와 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덴마크 15.6%, 스웨덴 13.1% 등으로 잔여주의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미국 4.6%, 캐나다 7.5% 등을 압도하고 있다(OECD, 2010a).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이 소득 역진적이라고 비판받는 소비세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반해 잔여주의 복지국가들은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더욱이 소비세까지 포함하면 스웨덴의 조세체계는 적어도 1985년 영국보다 더 역진적이다. 스웨덴의 조세체계는 우리의 상식적 이해와 달리 그렇게 누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일견 모순적이다. 반대로 정동영(부유세), 조승수(사회복지세) 의원이 선호하는 자산에 대한 세금은 이들 복지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2005년 기준 GDP 대비 자산세 비중은 독일 0.9%, 스웨덴 1.5%, 덴마크 1.9%에 불과하다(OECD, 2008). 반면 한국은 3.0%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영국은 4.0%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고 미국과 캐나다도 각각 3.1%와 3.4%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에서 법인세는 많은 감세조치로 인해 실제 자산에 대한 세금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편주의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은 무엇보다도 다수 시민의 동의에 근거해야하는 동시에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소비세와 사회보장세 등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조세이다. 먼저 사회보장세는 본인이 낸 기여금을 본인이 돌려받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항이 덜 할 수 있다. 소비세 또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용이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소비세는 소득 역진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수취된 세금이 보편주의 복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높은 소비세가 계층 간 불평등을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마련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말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린덜트의 표현과 같이 성장친화적인 세제가 필요하다.예를 들어, 기업의 이윤과 자본소득에 대한 낮은 세금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세금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집단으로부터 보편주의 복지에 대한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 또한 노동공급이 자본공급 보다 세금에 덜 탈력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근로소득세는 노동자의 근로동기를 저하시키지 않으며,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근로소득에 대한 높은 과세는 고소득층의 부담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제적 형평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체계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세, 소비세와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자산에 대한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다.주류경제학자들이 주장한 경제성장 친화적인 조세가 그들이 경제성장 친화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에서 제도화된 역설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 복지재원에 대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분류가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증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영과 세출효율화를 강조하는 진영으로 구분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유세 신설’을 통해 증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데 반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현재 조세구조 하에서 세출구조를 효율화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던 감세를 철회하는 정도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선별적인 복지를 위해 2012년부터 시행되는 감세안 일부에 대해 철회를 검토하는 정도이고,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감세 유보와 세출구조 효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부과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세금을 자산과 소득 중 어디에 부과해야할지 검토해야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편주의 복지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어야할까?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 보편주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성장 친화적이고 납세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비세,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세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본과 관련된 세금도 전향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해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자본과 타협 없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자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실현에 동의할 수 있는 명분과 이익을 주어야한다. 스웨덴 사민주의자들은 자본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면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일구어 나갔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김인춘, 2007:59).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과 법인의 자산 소유 정도에 따라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와 사회복지세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친화적인 조세제도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일부 감세 철회를 검토하는 한나다당 주류의 안, 재정 효율화와 부분적인 감세 유보만을 주장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안, 그 보다는 적극적이지만 증세 없이 보편주의 복지가 가능하다는 손학규 대표의 주장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더불어 분명히 지적해야할 점은 중장기적 조세체계 개편방향은 반드시 세금부과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한다. 2005년 현재 전체 취업자의 27.0%에 이르는 자영업자(ILO, 2003, 정책기획위원회, 2006 재인용)의 소득이 투명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지하경제규모가 2000년 이후 감소하기는 했지만 2008년 현재 17.1%에 달하는 상황에서(안종석·성명재·진병목·정재호·박명호, 2010) 근로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높이는 것은 임금소득자와 비임금소득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세제도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해당 사회의 합의에 근거해야하는 제도인 만큼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조건이 상이한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체계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세제도는 단순히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마련의 수단이 아니다. 조세제도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제 계급·계층의 합의와 타협의 결과가 되어야한다.

“복지국가는 단순히 몇 개의 사회보장(복지)정책의 묶음이 아니다. 복지국가는 기본적으로 한 국가를 운영하는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총체적 국가 운영전략이다. 실제로 한 나라의 복지국가 비전은 사회보장제도, 조세제도, 교육문화, 산업·노동정책, 가족구조, 정치체계 등 국가 체계를 구성하는 총체적 구조를 포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본, 노동, 상품의 세계화와 같은 세계적 조건 및 체제와 상보적 관계 하에서 규정된다. 초기 복지국가의 확대과정(1880년에서 1930년까지)은 이러한 주장을 뒷 받침해주는 실증적 논거가 되고 있다. 당시 복지국가의 확대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의 증대, 경제성장, 인구고령화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변화를 동반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Lindert, 2004). 대공황, 세계대전, 냉전체계의 성립 또한 복지국가 황금기를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외부적 조건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복지국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논쟁은 지엽적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의 세계화, 노동시장과 가족구조의 변화 등 변화된 조건 하에서 국가운영 철학과 원칙으로써 어떤 복지국가를 꿈꿔야하는지가 논쟁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재원과 정책의 우선순위와 같은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문제가 쟁점화 됨으로써 복지국가 논쟁이 개별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조합 문제로 격하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복지란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는 반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고용에 기반 해 제도화되었던 노르딕 복지국가(Hilson, 2010)의 궤적을 따라갈 수는 없다. 한국은 그들과는 상이한 조건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장에서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안정적으로 납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의 감소는 근본적으로 내수시장을 축소시키면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국가경제 전체는 성장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성장으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전통적인 기여중심의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주장 할 수는 없다. 설령 나쁜 일자리 종사자를 사회보장제도로 포괄한다고 해도 소득비례에 근거한 노르딕 방식의 보편주의는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견고하게 유지시킬 뿐이다(윤홍식, 2011). 공적영역에서 안정적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리가 지향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기여와 무관하게 기본생활을 보장해야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성취를 반영하되 그 수준이 시장의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지는 말아야한다.

두 번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재원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세출구조의 효율화, 토건예산의 축소, 조세감면의 축소, 감세철회 등을 통해 보편주의 복지를 위한 재원이 충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편주의가 기본생활 보장을 넘어 일자리까지 확대되려면 조세제도의 개혁을 수반한 증세가 불가피하다.그러나 단순히 GDP 대비 조세부담율과 복지지출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는 없다. 또한 조세제도 개혁이 복지를 위한 재원의 단순한 양적 확대를 의미해서도 안 된다. 핵심은 조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두 가지 원칙이 견지되어야한다. 하나는 조세가 경제성장 친화적으로 제도화되어야한다. 자본에 대한 세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부과해 자본의 이윤 창출을 용인해 주류 경제이론에서 주장하는 경제성장 친화적인 조세체계를 구조화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서는 자본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실효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라는 점이다. 2010년 현재 한국의 법인세율은 스웨덴(26.3%), 덴마크(25.0%) 등보다 여전히 낮다. 게다가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등을 감안하면 실제 유효세율은 이 보다 더 낮다. 예를 들어, 사상 최대 성과를 내었다는 삼성전자의 2010년 유효세율은 6.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개혁의 과제는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공정과세의 실현이다.그러나 본질은 이미 모든 특권을 누리고 있고, 지금보다 유효 법인세율을 더 낮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자본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양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시적 이익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어 보인다.설령 자본에 국적이 있다고 해도, 삼성, 현대 등에게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은 사회적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이런 본질적인 과제를 뒤로하면 조세개혁은 법인에게 공정과세를 하고, 중장기적으로 소득세, 사회보장세, 소비세의 강화를 통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와 경제성장 친화적 조세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체계는 단순히 권력구조에 대한 재편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체계는 다양한 이해를 가진 계층·계급들 간에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서구의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은 특정한 계급 또는 계층의 역사적 전리품이 아니다. 때로는 우파가 보편주의 복지국가 건설의 주역이었으며, 때로는 좌파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좌우가 함께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해 힘을 모았던 경험들도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들이 협상되고 합의 될 수 있는 구조에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비로소 좌우의 날개로 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진보정치연구소, 2009; 홍기표, 2010). 아무리 소수 정당이라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정책결정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협상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야한다.이러한 정치구조에서 다양한 계층과 계급이 연대 할 수 있는 정치적 동인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네 번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복지정책을 추친 하는 일이다. 주거, 교육, 보육, 의료 같은 기본적 생활보장은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가장 시급하게 실천해야할 과제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기본적 생활보장 이후의 문제이다.기본생활 보장을 통해 국가와 시민, 시민과 시민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편주의 복지정책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역할은 단순히 의식주와 의료를 보장하는 수준보다 확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지정책은 우선적으로 중산층의 이해에 복무하는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 될 필요가 있다.중산층조차 자신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이야말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 지지층이 되어야 할 중산층을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이해에 묶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자신이 낸 세금을 (자신들이 원하는) 복지로 돌려받을 때 중산층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근로빈곤을 일소하는 것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 요소이다. 복지국가의 출현은 두 차례 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의 결과이며 인간 존엄성 선언이다. 1944년 선진국의 정부, 노동, 기업 대표는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며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모든 지역의 번영이 위협받는다는 ‘필라델피아 선언’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4년 후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졌다. 이 두 가지 선언은 괜찮은 일자리 보장과 빈곤으로부터의 보호가 복지국가의 기본원리임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데 있다. 나쁜 일자리를 그대로 둔 채 복지정책을 모색하는 것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실현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최저임금을 높이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민영화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인 것이다.

 

3-3 신진욱-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향한 시민사회의 전략

“이 나라에서 복지국가를 둘러싼 논의와 노력은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 고작 10년여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며, 그래서 사람들은 복지국가의 삶의 방식과 거시적 합리성을 거의 경험한 바 없다. 이는 복지정치의 사회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함을 뜻한다. 그런 조건 위에서 복지국가를 경험하게 하는 정치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바로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복지동맹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운동 전략상의 핵심 난제다.”

“한국의 민주당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에 준하는 개혁적 지향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현재 ‘좌클릭’, ‘진보화’ 등을 부르짖고 있으나 그 주된 관심은 “유권자가 솔깃할 만한 브랜드 정책”으로 그럴싸한 복지 정책을 골라내는 데 있지, 한국사회의 곪아터진 상처들을 치유하는 진정성 있는 국가개혁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런 한계로 인해 민주당은 국민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고, 그 해결책을 선거연합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한편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60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지금도 복지동맹의 여러 세력들을 규합하여 복지국가 기획을 주도할 만한 지도력과 조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도 연합정치에 참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런 조건에서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연합정치의 중요한 매개로 등장해왔다.이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 20세기 세계 각국에서 국가의 복지규모의 증대․감소에 특별한 영향을 미친 요인이 무엇이었나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좌파정당을 포함하는 연합정부가 구성된 시기 동안 복지국가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복지국가 플랜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은 연합정치의 중심이 사민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시민사회 기층으로부터 적극적이고 폭넓은, 조직적 혹은 집단적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정당정치에 복지국가의 비전을 압박할 수 없으며, 연합정부가 설령 들어선다 해도 복지국가로의 체제 개혁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낼만한 정치적 지분이 없다. 힘 있고 폭넓은 대중운동을 통해 정당정치의 세력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통해 정치․정책․제도 변동의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시민사회 복지동맹’을 조직화하여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갖고 정당정치 영역의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 복지국가의 형성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시민사회 세력이었다. 노동조합이 언제나 조합적 이익을 넘어 보다 넓은 민중적, 나아가 보편주의적 정치노선을 지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복지국가 정치는 노조에서 출발하여, 노조에 발을 딛고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노동조합이 조직률, 단협적용률, 상급조직의 하급조직에 대한 지도력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하고, 대외적인 정치력과 사회적 영향력에서도 한계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는 노조 조직률이나 적용률이 상당히 높은 유럽 나라들과 달리, 한국에선 노조가 조합적 이익을 넘는 정치사회적 행동에 의식적으로 참여할 때에만 사회적 고립을 극복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그러한 참여를 한다고 했을 때, 조직된 노동의 힘만으로는 정당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자원과 권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설령 친노동적 정권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노동의 힘만으로는 복지국가에 대한 재벌의 강력한 제어를 돌파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노동정치는 복지국가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다양한 시민운동 단체들, 그리고 복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정치의 에너지와 능동적으로 접목하여 보다 넓은 연대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노조 권력이 유럽보다 약한 대신에, 유럽의 복지국가 역사에서 그다지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않은 시민정치 세력이 노조와 더불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정치가 혼자서는 그 한계가 큰 것처럼, 시민정치 역시 나름의 한계와 위험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네트워킹 된 노동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 복지동맹의 불안정성은 극복되지 않는다. 시민정치의 ‘유목적 시민’은 정치적 폭발성이 있지만, 그만큼 휘발성도 크기 때문이다.또한 시민정치는 그것의 계급성으로만 규정될 수 없지만, 어떤 국면에서 중산층적 계급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스위스나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복지 이슈에 적용되었을 때, 그 결과가 중산층 편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므로 노동정치-시민정치의 이륜마차가 각 부문의 특성과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시민사회 복지동맹은 특정 계급, 직업, 연령층의 이익과 관점을 배타적으로 대변하지 않으며, 복지국가 운동에 국가적․국민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그렇게 함으로써 복지국가 운동은 민주․민중․민족의 이념과 가치를 함께 추구해 온 한국 민주화운동의 오랜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 사회 저항정체성의 심층구조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3-4. 박원석-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연대운동의 전략

“첫째, 복지국가의 목표가 그간 한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던 복지정책들의 산술적 집합 즉 ‘복지확대’로 외화 되거나 표현되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제시한 3+1 정책의 경우 진일보한 가치와 정책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를 경제사회체제 운영원리의 전환, 즉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가 아닌, 물질적 복지를 늘리는 정책의 문제로 치환할 염려가 있다. 복지국가 비전이 시스템 전환 차원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 정책의 산술적 집합으로 이해될 경우 전략지도와 비전이 없는 단속적인 정책 추진과 그를 둘러싼 논란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정책선정과 자원배분의 우선순위 경쟁을 일으켜 사회연대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사회연대를 소모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둘째, 복지국가 담론은 유행하는 반면,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운동은 왜소하다.최근 복지국가 담론은 주로 씽크탱크, 전문가 그리고 정치권이 중심이 된 하향식 논의를 통해 전파되었고, 6.2 지방선거 친환경무상급식 정책 논쟁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문제는 복지국가라는 목표가 정작 신자유주의 국가운영 전략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영세자영업자 등 각계각층 대중의 정치적 목표가 되거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목적의식적인 대중운동으로 진화하지 못한 채 담론과 논쟁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그로인해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거시적 담론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운동이라고 할 만한 움직임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셋째, 신자유주의 국가운영전략의 결과로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봉착한 계층과 집단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생존권 해결과제와 복지국가의 전망이 다소는 분리되어 있다. 현재 복지국가의 내용과 컨텐츠는 주로 5대 사회문제라 일컫는 일자리, 보육과 교육, 의료, 주거, 노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문제해결의 대안과 방식도 주로는 국가의 재정투여를 통한 일자리 보장과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확충으로 제시되고 있다.물론 5대 사회불안의 문제는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한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삶의 보편적인 문제들이며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하더라도 당장 폐업과 도산,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중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자들의 생존권이나 전방위적 FTA로 존립의 근거를 잃어가고 있는 농어민의 생존권의 문제, 무분별한 재개발로 인해 삶과 일의 터전으로부터 밀려나 주거유민이 되버린 재개발 지역 서민들의 문제, 전통적인 생산영역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노동에 종사함으로 인해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유목적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는 복지국가 운동의 중심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증세’라는 재정수단의 문제로 성급히 협애화시키는 일부 경향으로 인해 보수진영의 ‘포퓰리즘’, ‘세금폭탄’ 프레임에 휘둘리고 있다.한국의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그리고 사회보장의 현실은 복지지출 증대에 대한 강한 압력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가? 누가 복지지출을 부담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직면한다. 공공서비스의 비용이 공적 재원인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복지는 세금’이라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특정계층의 일방적인 양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반대로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구성원 모두의 부담을 전제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접근방식도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복지의 체감도가 낮고, 조세정의의 실현정도마저 낮은 한국의 실정에서 ‘더 많이 세금을 걷어서 더 많이 복지에 지출하자’는 논리가 국민들의 정치적 동의를 획득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자칫 서두르다 강한 저항에 부딪혀 복지국가 논의 전체의 진전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재원분담에 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 너무 앞선 ‘증세’ 주장을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그리 타당한 접근이 아니다.”

“‘복지국가전략’은 국가발전, 사회발전의 대안으로서 복지국가라는 가치와 원리를 확립하고 전파하는 전략이며, 누구를 주체로 할 것인가,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라는 주체형성 전략이자 계급계층, 세력간의 동맹전략이다. 아울러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무엇으로 할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를 엮어 낼 것인가를 설계하는 정책구상이자 정치전략 이기도 하다.”

“민주정부의 개혁이 정치적 민주화와 자유권의 보장을 넘어 사회적 시민권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지금 우리가 대면하는 현실은 사뭇 다를 것이다.”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비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로 자유주의 정당이고 복지국가전략을 핵심 정치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민주의 경향의 진보정당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독자적 집권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복지국가의 정치적 전망을 낙관할 수많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세력간의 연합, 이른바 복지동맹 전략의 불가피성이 제기된다.... MB 정권의 부자 특권층 위주의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과 저항의 여론을 2012년 정권교체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복지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운 야권의 연대, 연합을 실현시켜야 할 현실적인 필요도 제기된다.

“우선 민주당은 그간의 중도개혁적 자유주의 노선으로부터 진보적 자유주의 또는 사회적 자유주의 노선으로의 전환을 더 분명하게 확립해야 한다.‘3+1’과 같은 복지정책을 표방은 분명 긍정적이나 이것만으로 민주당의 정치노선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집권기간 동안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확대와 그로인한 민생의 구조적 불안이 초래된 점을 인식한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포기와 보편적 복지정책의 확대, 적극적인 노동 보호와 민생의 보호를 보다 확고하게 표방해야 한다. 재벌 및 대기업 정책, 금융규제 정책,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보호 정책, 한미 FTA를 포함한 자유무역정책 등 민주당 집권시절 성장과 효율이라는 이름아래 보수적 방향으로 진행되었던 정책들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가가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아울러 현실 정치지형에서 차지하는 제 1야당으로서의 기득권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로 임하는 태도변화도 필요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은 보편주의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비교적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되나, 수권능력과 정책능력, 대중정당으로 발전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좌파적 이상에 근거한 정책구호가 아닌 실현 가능한 진보의 정책 비전을 체계화하는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능력을 입증하고 신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념정당’, ‘운동권 정당’, ‘정파정당’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물과 정강정책, 정치언어, 정당운영 등 모든 면에서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 최근 두 진보정당간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으나 통합은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통합을 넘어 국민 일반이 인정하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총체적 혁신을 구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선명성을 내세우고 지키려는 소수파 의식에서 벗어나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해 가치의 연대를 전제로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대와 연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선거연합의 성과로 어떤 정치세력도 2012년 총선, 대선에서의 선거연합을 부정하지 못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선거연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방선거에 비해 매우 제한된 의석을 두고 생사를 건 게임을 하게 되는 국회의원 총선의 성격상 권력의 분할과 양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세력간 연합이 용이하지 않은 것은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인 선거제도의 문제로부터 나오는 면이 크지만,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선거법이 바뀔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현실에 분명 그런 문제가 있지만, 최소강령, 최대연합의 정신과 호혜성의 원칙에 입각해 연합의 현실적 방안을 찾기 위한 모색과 노력 그리고 사례의 축적은 마지막 순간까지 끈질기게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되는 복지국가 실현의 경로와 전략은 대체로 ‘선거’와 ‘조세’를 통한 이행전략이라 볼 수 있는데, 다소간의 도식화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운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운동을 하고, 이 세력이 집권하면 증세를 통한 재정확충으로 복지국가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며, 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기득권이 강고한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를 내세운 정치세력이 집권한다하더라도 극심한 저항에 직면해 사회적 갈등과 계급대립만을 보이고 전혀 역사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관건은 복지국가 동맹이라는 정치적 기획을 추동하고 뒷받침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야 복지국가 전략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정당이 갖는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복지동맹이 정치세력간의 연합과 재편의 문제로만 국한된다면 힘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다소 복잡하더라도 대중운동을 통해 복지국가 전략을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연합 세력이 추진하도록 강력히 추동할 때 복지국가 전략의 정치적 실현가능성이 담보될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 논의가 첨예한 계급, 계층간 대립과 갈등만 초래하다 좌초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동력을 갖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중운동의 주체가 공고하게 형성되어 반대 세력들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 의료, 주거, 보육, 교육, 노후보장 등의 사회보장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임금 확대를 통한 가처분소득 증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요컨대 복지국가 이행전략의 측면에서 정당의 역할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대중운동의 조직적인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대중이 생활로부터 자신의 요구와 복지국가의 전망을 일치시킴으로써 변화의 주체적이며 실질적인 동력을 만들어 내는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 복지동맹이 보다 확고해질 것이며, 복지국가의 실현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과 각계각층의 대중조직, 시민사회단체, 지역단체, 풀뿌리단체에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 추진에 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곧 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누가 부담하는가의 문제이다. 가장 바람직한 원칙은 재원분담 또한 보편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전통이 약하고, 오랜 기간 경제정의와 조세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보편복지를 위한 보편적인 재원의 분담은 상대적 박탈감과 저항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공정과세의 원칙에 입각해 재벌, 대기업 등에 대한 조세특혜를 없애고, 담세능력이 큰 계층이 보다 많은 부담을 지는 재원의 대안을 마련하고, 복지에 대한 체감을 높여가며 보편적인 재원분담의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때문에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은 의제, 정책을 요구하는 소극적 수준의 운동에 그쳐서는 안 되며,2012년 선거에 뛰어들어 정치적 승리를 만들어 내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각 정치세력이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표방하도록 추동해야 한다. 아울러 각 정당의 연대와 연합을 추동해야하며, 때로는 힘을 행사해 개입할 필요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운동의 참여세력, 지지 세력을 표로 결집시켜 '비전을 향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중운동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형성된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을 일정 시점에 유권자운동의 내용과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이는 또한 한국사회에서 가치를 중심에 세운 '실체가 있는 시민정치운동'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3-5. 김태현(민주노총)-보편주의 복지국가 심포지엄 토론문

“반신자유주의를 우리 사회 대립적 핵심방향으로 삼지 않는다면 평등과 보편적 복지의 가치는 한 치도 진전할 수 없으며, 차별성 있는 대립구도를 형성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정치동맹도 무의미할 수 있음.”

“ - 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복지동맹이 이루어야 할 것은 의제와 요구의 통일성과 이에 기초한 대중운동이라고 봄. 올해 하반기 마지막 18대 정기국회를 겨냥해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대중운동을 전개하여 노동자, 민중, 시민의 총궐기로 나서게 하여야 함. 이러한 대중운동이 본격적으로 성장해야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복지국가 건설이 가능해질 것임. 민주노총은 상반기 중으로 노동-복지 대안 전략을 정책연구원과 정책실을 중심으로 마련할 계획임. 하반기 정기국회를 겨냥해 ‘노동-복지’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워놓고 있음. ‘노동존중 복지’는 이런 방향의 얼게라고 보면 됨. 다만, 복지동맹은 하반기 대중운동이라는 공동의 운동과 투쟁 속에서 서로를 단련하고 동맹으로서 성장이 가능한지 확인될 것임.

- 두 번째 제기할 점은 복지동맹이 각 정당의 연대, 연합을 추동하고 표로서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이거나 과도한 게 아닌가 함.올 하반기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대대적 행동전도 없이 복지동맹이 정치권의 연대, 연합을 지금부터 과제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있음. 민주노총은 확고히 반신자유주의 입장에 서서 진보정당의 통합과 진보진영의 상설공투체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있음. 확고한 보편주의 복지원칙에 선 진보진영의 투쟁과 통합진보정당이라는 주체 없이 각 정당의 연대, 연합을 추동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거나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함.”

 

3-6 이상이-보편적 복지국가의 담론과 주요 정책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소극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 원하는 것은 ‘복지의 일부 확충’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다. 그래서 선별적 복지 예산을 늘리거나 보편적 복지 요소를 일부 도입하는 것에 머무는 ‘복지확충 논쟁’이 아니라 기존의 시장만능국가를 보편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대한민국 ‘복지국가 논쟁’이 요구된다.... 우리가 가져가야할 프레임은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 대 보편적 복지국가’이다. 시장만능국가에서 ‘복지확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편주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다. 세금을 더 내지 않는 대신 지금처럼 각자도생의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시장복지를 구입하고 시장만능국가의 국민으로 머룰 것인지, 각자의 능력에 맞게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고 민생의 5대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보편적 복지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것인지, 우리 국민이 직접 선택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열려있는 토론이 필요하고,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보편적 복지국가를 향한 기대와 열망을 모아내려는 노력이 복지국가 시민정치운동이다.”

 

4. 각 주장의 요지 또는 함의

먼저 이태수는,

“중산층마저도 아동양육과 교육, 가족들의 의료, 자신의 노후, 주거 그리고 고용 등에 걸쳐 소위 ‘6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이러한 현실에서의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위기의 심각성으로부터 확인되는 바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국가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가 불가한 시점에 와있다. 복지국가 없이 민중들의 삶의 기반이 와해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1차적인 생산과정에 각자가 참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후 교육, 의료, 주거, 문화, 사회복지, 환경 등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천부적 권리의 하나인 생존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이것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혁신적 동력이 되도록 국가의 운영원리를 수정해야 한다. 그와 같은 국가운영의 원리가 구현되는 체제를 ‘보편주의 복지국가’라고 명명한다.”고 주장한다.

 

윤홍식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들이 소득 역진적이라고 비판받는 소비세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반해 잔여주의 복지국가들은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스웨덴의 조세체계는 우리의 상식적 이해와 달리 그렇게 누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자산에 대한 세금은 이들 복지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편주의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은 무엇보다도 다수 시민의 동의에 근거해야하는 동시에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소비세와 사회보장세 등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조세이다.

자본과 타협 없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자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실현에 동의할 수 있는 명분과 이익을 주어야한다.

소득비례에 근거한 노르딕 방식의 보편주의는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견고하게 유지시킬 뿐이다. 공적영역에서 안정적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리가 지향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기여와 무관하게 기본생활을 보장해야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성취를 반영하되 그 수준이 시장의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지는 말아야한다.

조세가 경제성장 친화적으로 제도화되어야한다. 자본에 대한 세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부과해 자본의 이윤 창출을 용인해 주류 경제이론에서 주장하는 경제성장 친화적인 조세체계를 구조화화 하는 것이다.

조세개혁의 과제는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공정과세의 실현이다.그러나 본질은 이미 모든 특권을 누리고 있고, 지금보다 유효 법인세율을 더 낮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자본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양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시적 이익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어 보인다.

복지정책은 우선적으로 중산층의 이해에 복무하는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 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최저임금을 높이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민영화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인 것이다.”고 주장한다.

 

신진욱은,

“복지정치의 사회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함을 뜻한다. 그런 조건 위에서 복지국가를 경험하게 하는 정치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바로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복지동맹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운동 전략상의 핵심 난제다.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시민사회 복지동맹’을 조직화하여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갖고 정당정치 영역의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의 박원석은,

“현재 복지국가의 내용과 컨텐츠는 주로 5대 사회문제라 일컫는 일자리, 보육과 교육, 의료, 주거, 노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문제해결의 대안과 방식도 주로는 국가의 재정투여를 통한 일자리 보장과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확충으로 제시되고 있다.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증세’라는 재정수단의 문제로 성급히 협애화시키는 일부 경향으로 인해 보수진영의 ‘포퓰리즘’, ‘세금폭탄’ 프레임에 휘둘리고 있다.

그러나 복지의 체감도가 낮고, 조세정의의 실현정도마저 낮은 한국의 실정에서 ‘더 많이 세금을 걷어서 더 많이 복지에 지출하자’는 논리가 국민들의 정치적 동의를 획득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세력간의 연합, 이른바 복지동맹 전략의 불가피성이 제기된다.... MB 정권의 부자 특권층 위주의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과 저항의 여론을 2012년 정권교체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복지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운 야권의 연대, 연합을 실현시켜야 할 현실적인 필요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그간의 중도개혁적 자유주의 노선으로부터 진보적 자유주의 또는 사회적 자유주의 노선으로의 전환을 더 분명하게 확립해야 한다.

6.2 지방선거의 선거연합의 성과로 어떤 정치세력도 2012년 총선, 대선에서의 선거연합을 부정하지 못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선거연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방선거에 비해 매우 제한된 의석을 두고 생사를 건 게임을 하게 되는 국회의원 총선의 성격상 권력의 분할과 양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되는 복지국가 실현의 경로와 전략은 대체로 ‘선거’와 ‘조세’를 통한 이행전략이라 볼 수 있는데, 다소간의 도식화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운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운동을 하고, 이 세력이 집권하면 증세를 통한 재정확충으로 복지국가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며, 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기득권이 강고한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를 내세운 정치세력이 집권한다하더라도 극심한 저항에 직면해 사회적 갈등과 계급대립만을 보이고 전혀 역사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관건은 복지국가 동맹이라는 정치적 기획을 추동하고 뒷받침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야 복지국가 전략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 의료, 주거, 보육, 교육, 노후보장 등의 사회보장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임금 확대를 통한 가처분소득 증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과 각계각층의 대중조직, 시민사회단체, 지역단체, 풀뿌리단체에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 추진에 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일차적으로는 공정과세의 원칙에 입각해 재벌, 대기업 등에 대한 조세특혜를 없애고, 담세능력이 큰 계층이 보다 많은 부담을 지는 재원의 대안을 마련하고, 복지에 대한 체감을 높여가며 보편적인 재원분담의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

2012년 선거에 뛰어들어 정치적 승리를 만들어 내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각 정치세력이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표방하도록 추동해야 한다. 아울러 각 정당의 연대와 연합을 추동해야하며, 때로는 힘을 행사해 개입할 필요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운동의 참여세력, 지지 세력을 표로 결집시켜 '비전을 향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중운동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형성된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을 일정 시점에 유권자운동의 내용과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의 김태현은,

“민심이 원하는 것은 ‘복지의 일부 확충’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다. 그래서 선별적 복지 예산을 늘리거나 보편적 복지 요소를 일부 도입하는 것에 머무는 ‘복지확충 논쟁’이 아니라 기존의 시장만능국가를 보편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대한민국 ‘복지국가 논쟁’이 요구된다.... 우리가 가져가야할 프레임은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 대 보편적 복지국가’이다. 시장만능국가에서 ‘복지확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편주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국가 전도사인 이상이는 “세금을 더 내지 않는 대신 지금처럼 각자도생의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시장복지를 구입하고 시장만능국가의 국민으로 머룰 것인지, 각자의 능력에 맞게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고 민생의 5대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보편적 복지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것인지, 우리 국민이 직접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결어: 각 주장의 검토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복지담론이 심각하게 위협당하는 민중의 삶 때문에 제기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데, 이태수가 더 이상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혹은 복지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고통스러운 결과의 완화에만 집착하는 태도로서, 그러한 현실을 강요하고 강요할 수밖에 없는 자본과의 계급투쟁의 시각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이를 비롯한 다른 논자들의 입장도 똑같다.

한편 윤홍식은 자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조세조항이 적은 소비세 등을 통하여 보편적 복지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반동적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신진욱과 박원석 그리고 김태현은, 노동과 시민단체가 복지연합을 추동하고 압박하여 선거국면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이 복지연합을 이루어 권력을 잡아 보편복지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5-1. 한국적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축적체제가 양립할 수 있는가?

이러한 주장을 살펴보면, 현단계 민중의 삶이 유린당하게 된 배경은 단지 자본이 강하고 노동이 약한 힘의 반영이 아니라, 포디즘적 축적체제 이후 필연으로서 성립한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의 필연으로서 노동과 민중의 삶에 대한 공격과 약탈을 통해서만 존속할 수 있는 자본의 축적위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악랄한 수탈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자본의 축적이 내수가 아닌 수출에 기반한 바도 크다.

이러한 자본의 운동을 온존한 채, 자본친화적인 조세정책 따라서 중산층을 주된 담세자로 하는 증세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중산층은 이미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증세를 통한 보편복지에 대하여 공감할 형편이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 서명이 80만명을 넘었다는 것 혹은 오세훈이 자신만만하다는 것은 보편복지를 위한 조세가 중산층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고, 아무리 노동과 시민사회의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동원하여도 돌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편복지에 아무런 이득이 없는 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역시 중산층 혹은 근로 중산층에게 증세를 설득하고 강요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근로자를 핵심담세층으로 하는 소득지위 고착적인 친자본적 조세는 그 자체로 반동적 발상일 뿐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도 없다.

역사적으로 노르딕모델은 자본과 노동 그리고 중산계급의 합의에 의해 혹은 사민주의당의 주도하에 적녹동맹의 성립 위에 자본과의 거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때, 중간계급의 부담으로 사회서비스 등의 일자리를 광범위하게 만들어내고 national minimum을 지켜낸 것이라고 볼 때, 각 논자들이 이미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진보정당이나 사민주의의 주도권은 기대난망이고, 자유주의 세력에게 빌붙는 전략은 어떤 경우에도 자유주의세력을 강요할 힘을 갖지 못할 것이며, 자유주의 세력은 자본에 적대할 힘도 혹은 중간계급을 설득할 힘이나 의지가 없다. 따라서 자본과의 투쟁을 회피하고 싶은 이들 소부르주아지들의 보편적 복지국가 전략은 자본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뿐 대중의 투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쟁을 착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맑스가 고타강령 비판에서 말한 바 있듯이, “이른바 분배를 가지고 야단법석을 떨고 거기에 중점을 두는 것은 도대체 잘못된 것이다.”

 

5-2. 복지담론의 비판에 대한 검토

민중의 삶이 유린당하고 위협당하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담론이 형성된 것이지만, 무상교육이나 무상의료 등 보편적 복지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폄하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동맹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결국 복지동맹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집약되는 바, 보편론자들의 주된 전략 즉 중간계급의 동의 형성과 자유주의자를 중심에 놓는 복지동맹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여론의 형성과 제도내의 수렴전략이다. 이들도 물론 노동복지라고 하여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일자리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으나, 친자본과 개방과 성장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한 노동의 유연화에 따른 고통을 완화하는 유연안정화 방안 이상을 제출할 수 없고,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에게 반자본 혹은 반신자유주의적인 입장을 강요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참여연대를 비롯한 보편론자들 역시 자본의 운동을 긍정하는 토대위에서 코포라티즘을 실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보편적 복지공약은 설령 실현이 되더라도 왜곡되거나 기형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재원마련 논쟁에 휘말리면 만만한 근로소득계층에게 주된 부담을 강요하는 반동적 담론으로 변질되기 쉽다.

결국 자본주의하의 어떠한 복지도 계급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중의 투쟁으로서 쟁취하자는 관점이 아니라, 반MB 반독재 민주대연합의 대립구조로 몰고 가면서 욕망을 제도내에 수렴하려는 반동적인 대리주의적 실천으로 호도한다.

작금의 등록금 반대투쟁에서 모두가 대학에 가야만 하는 이 현실의 본질은 일자리 문제이고 이는 곧 노동의 유연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공격의 결과임에도, 비정규문제나 청년실업의 문제를 함께 거론하지 않고 오직 대통령이 약속한 반값을 실현하고 사과하라는 기만적인 슬로간에서도 잘 나타나는 바이다.

노르딕 모델이 성립할 수 없는 조건하에서 오직 형태만을 찬양하면서 자유주의자와의 동맹으로 무리하게 제도내에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대중에 대한 기망이다. 결국 현시점에서의 복지투쟁은 자본과 노동간의 계급대립을 명료하게 한 다음, 대중의 투쟁으로 돌파함으로써 주체형성과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에 대한 요구를 고리로 자본과의 본격적 투쟁으로 나아가는 비타협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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