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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곧 디스토피아가 몰려 올 것처럼 난리들이다. 그렇다. 분명 암흑과 같은 공포가 밀려올 것이다. 미친교육은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이고, 강남 학부모들의 입김은 더 세질 것이다. 다들 절망에 빠져 있다. 이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공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다. (대체 교육하고 공기업 개혁하고 무슨 상관이길래? 초중고등학교가 기업이냐?) 갑제형이 기뻐 날 뛸 상황은 너무 보기 싫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울해 하기만 하는 것이 능사인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 패배의 원인, 그리고 그 패배 속에서 우리가 얻은 성과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정확히 따져보자.
여러가지 분석이 난무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때 공정택 승리의 핵심 포인트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반전교조 기치하에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분석과는 다르게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것은 이 반전교조 기치가 노린 부수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목표는 다른 데에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탈동원화 전략'인 것이다.
사실 선거 초반에는 (물론 교육감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는 매우 떨어졌지만) 나름의 분명한 정치/정책적 쟁점을 가지고 대중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주 후보와 촛불운동이 노렸던 것과 같이 '이명박 정권의 미친교육 심판'이라는 구호로 집약되었다. 대중적으로 만연한 반이명박 정서를 구체적인 정치일정에 녹여내고 스스로 조직화하기 위한 실천들이 이어졌다. 바로 이 때까지, 정확히 얘기하면 KBS와 MBC토론회가 있기 전까지는 이 구도가 먹혔던 것 같다. 이는 실제 여론조사에서 주후보의 지지도가 더 높게, 그것도 적극 투표의사가 있는 층에서는 더 큰 폭으로 높게 나온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KBS, MBC 합동 토론회에서 공정택을 위시한 모든 후보가 '주경복=전교조 후보'라는 마녀사냥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매니페스토니 뭐니 하는 것들은 끝난 거다. 반이명박 프레임을 반전교조 프레임으로 돌려놓기 위한 보수세력의 필살의 무기. 사실 보수 후보 단일화도 쫑난 듯한 마당에 이런 전통의 무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거둔 대중적 효과는 무엇이엇을까? 나는 다음의 글이 지금의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2004년 총선에서 부시의 공화당이 보여준 격렬한 선거기법은 ‘탈동원화와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전통적인 선거 전략은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후보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온건하게 제시해서 부동층의 환심을 사는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러한 외부적 확대보다는 내부적 자기강화를 선택했다. 대다수의 대중이 특정 정당에 대한 안정적 지지층이 아닌 것이 현실인 마당에야 공화당을 지지할 가망성이 높은 특정집단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더욱 명료한, 즉 극단적인 정치메시지를 전달하고(낙태 반대, 동성애 반대 등등), 나머지 집단에서 대해서는 탈동원화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즉 비방광고(네거티브 캠페인)나 추문을 통해 대중의 정치적 혐오를 확산시켜서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일반적으로 억제하거나, 상대방 후보를 선호할 것 같은 집단의 투표 참여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 사회화와 노동 387호, "인민주의 정치의 휘발성과 뉴타운의 폭발력"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공정택은 자기가 잘났다는 얘기를 하나도 한 게 없다. 솔직히 할게 없기도 하다. 그나마 자랑한 '교육노벨상'에 해당한다는 상훈도 UN등록단체가 준 것을 산하단체가 줬다고 허위 기제했고, 지난 그가 재임했던 3년간 서울시 교육청의 청렴도는 전국 꼴찌였다. 그가 공약으로 내건 우열반, 0교시, 야간 자율학습은 촛불 운동을 통해서 이미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상태다. 결국 남는 것은 비방전 뿐이다. 시쳇말로 선거를 과열, 혼탁 양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색깔론은 여기서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정책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명박 교육정책은 안되겠다 싶어 투표하려던 사람도 이런 더러운 선거판에 발 담그고 싶지 않아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다.
투표가 있기 며칠전에 한국일보에서는 "투표율 25%면 보수, 15% 이하면 진보 유리"라는 기사를 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촛불민심이 그나마 지지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수록 진보진영이 유리하지만,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보수세력의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은 투표 결과가 말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투표율이 15%대 밖에 되지 않는데도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한 보수표는 결집세를 보였다. 반면 촛불 민심은? 촛불 민심도 나름 결집했다. 그러나 그것은 강남벨트를 누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촛불 운동의 자발성의 공백을 발견하게 된다. 촛불민심이라는 것은 사실 '산수'가 안되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표계산을 할 수 없다. 무정형적이고, 강제성이 없고(이는 다시 말하면 조직적이지 않다는 말과 같다) 그저 선거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고라에 '[경복궁]' 머릿말 달아서 글 올리는 것 정도가 최대치다. 반면 보수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말하는 보수세력이라 함은 '재향군인회'로 표상되는 전통적인 수구세력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과 학원가를 쥐고 흔드는 강남 학부모와 그들을 선망하는 일부 강북 학부모들이다. 이들에게 '반전교조' 프레임은 전교조의 평등교육이 우리 애들이 남들보다 좋은 대학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식으로 이해되게 만들었고, 이런 이데올로기는 학급 운영위를 통해, 과외정보를 공유하는 부모들의 연락망을 통해,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회'를 통해 전파되어 갔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실시된 거소투표인지 뭔지 때문에 교회에서도 투표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아마 공정택 승리의 견인차 중에 하나로 꼽힐 것이다.)
결국 7월로 넘어오면서 촛불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촛불의 조직화'의 문제가 다시 확인되는 셈이다. 보수세력들은 '반전교조' 프레임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던 반면, 진보세력들은 상대적으로 반이명박 정서를 교육감 선거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강남 학부모를 앞장세운' 보수세력들은 그 내부적으로는 상대를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출해야 하는 선거라는 국면에서는 부동산 가격과 일류 대학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강고하게 연대한다. 그렇다면 촛불은? 쇠고기 재협상을 넘어 촛불이 정치화될 가능성, 연대의 새로운 매개지점은 어디인가? 많은 이들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교육감 선거가 '보수-학부모 연대'를 깰 수 있을 정도의 매개고리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시급히 촛불민심을 담아낼 연대의 새로운 형식들 - 계급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한 - 을 창출해 내지 않으면, 이후 또 다시 '반전교조' 프레임 같은 서민층 떨궈내기 전략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38.3%라는 지지도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하며 이는 앞으로 촛불운동이 일보 전진해 나갈 소중한 자산이다. 패배는 인정해야 겠지만, 잃은 만큼 얻은 것도 많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미련과 왜 더 잘하지 못했나 하는 원망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선거 종반에 치달으면서 주 후보 측이 공 후보의 네거티브전에 말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 후보는 '이명박의 미친교육 심판'이라는 전략을 초심을 잃지않고 꿋꿋하게 밀어붙이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공정택을 리틀 이명박으로 규정하고 정책적인 대비를 확실히 하는 게 필요했다. 특목고/자사고 반대, 평등교육, 인성교육과 그에 반대되는 이명박의 교육정책.... 그런데 초반에 "부모님의 걱정을 주경복이 덜어들이겠습니다." 같은 뜨뜸미지근한 구호가 달린 선거 플랑이라던지, 후반에 흑색선전 맞공세라던지... 결국 공정택의 탈동원화 전략에 말린 셈이다.
그러다보니 후반에 가서는 약간 수세적인 자세도 드러났다. '교원평가 반대'를 비판하는 타 후보에 대해 '난 교원평가 반대한 적 없다'는 당췌 뒷 감당 안되는 소리를 한 것은 나 같은 지지자들도 당혹케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간에 2주 동안 수고하신 주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손으로 이명박 정권의 교육 반역자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주 후보가 공정택과 박빙의 접전을 벌이면서 공정택 교육감의 성격 규정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그를 '강남 교육감'으로 부르자. 그리고 17개 구에서의 1위를 통해 보여진 '경쟁교육이 아닌 평등교육'에 대한 열망을 새로운 정치의 공간에서 조직해 나가자.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하재근씨의 말처럼 교육감 선거가 '노명박의 독사과'이고, 신자유주의 교육 분권화의 산물이긴 하지만(레디앙 기고글 클릭!),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명박 경쟁교육에 맞서는 평등교육이라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것은 분명한 결실이다. 그런 구도 속에서 당선된 공 교육감은 앞으로 1년 8개월이 매우 고달플 것이다. 멈추면 안된다. 공정택을 괴롭혀야 할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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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에 왕절망하다가 이 글을 읽고 그나마 위로를 받았어요.부가 정보